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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즐겁다] 거제 해금강
세월과 풍파가 빚은 걸작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거제도(巨濟島)는 제주도, 흑산도, 진도 등과 더불어 조선시대 이름을 드날리던 유배지였다. 그러나 연륙교가 두 개나 이어진 요즘엔 오히려 사계절 두루 사랑 받는 명승지로 바뀌었다. 그곳에 가면 언제나 눈이 시리도록 파란 바다가 반기고, 거센 파도와 바람이 다듬은 기묘한 바위들도 두 눈을 즐겁게 해준다.



- 유람선 바라보는 풍경이 압권





거제도 동남쪽 해안은 칡뿌리 같이 생겼다 하여 갈곶(乫串)이라 불리는데, 그 끄트머리에서 떨어져 나간 돌섬 일대가 바로 거제도의 아름다움이 집약된 ‘거제 해금강’이다. 유람선에 몸을 싣고 해안을 끼고 돌면 갖가지 모양의 바위들이 들어찬 해금강을 감상할 수 있다.

바다를 향해 포효하는 사자바위, 바위꼭대기에서 오랜 세월을 버티고 해금강을 지켜온 신비스런 천년송, 그 사이로 일출과 월출을 볼 수 있다는 일월관암(日月觀岩), 석양에 머리를 내어 밀고 미소짓는 미륵바위, 신랑 신부가 마주서서 전통 결혼식을 올리는 모습 같은 신랑신부바위, 거북바위, 해골바위, 곰바위, 염소바위, 장군바위…. 수천 수만 년간 바닷바람과 파도가 빚은 명품들은 모두 자신만의 이름을 갖고 있다. 그런 바위 까마득한 곳에는 이슬만 먹고 자란다는 풍란과 용설란이 아슬아슬 뿌리를 내리고 있다.

진시황제의 명으로 동남동녀 3,000 명과 불로장생초를 구하던 서불 일행이 사자바위에 그네를 매어 놓고 놀았으며 ‘서불과차’라는 글씨도 남겼다는 전설은 해금강의 아름다움을 빛내기 위한 장치다. 그 글씨는 한반도를 쑥대밭으로 만들었던 1959년 사라호 태풍 때 유실되었다고 한다.

해금강 유람은 오랜 세월 파도와 바람이 깎아낸 십자동굴에서 절정을 맞는다. 높이 솟은 바위 절벽의 틈새가 묘하게 십(十)자를 이루고 있는데, 그 틈새로 배가 비집고 들어가면 더위는 까마득히 잊고 절로 감탄사가 터진다. 거센 파도가 바위벽에 부딪치며 솟아오르고, 하얀 포말은 선상까지 튀어 오른다. 파도 따라 배가 기우뚱거리면 사람도 덩달아 흔들린다. 그러다 배가 동굴을 벗어날 무렵이면 그 짧은 시간이 너무 아쉬워 자꾸만 뒤를 돌아보게 된다.

십자동굴을 뒤로하면 외도(外島). 거제도에 딸린 60여 개의 새끼섬 가운데 하나인 외도는 조물주의 솜씨에 인간의 정성이 더해져 완성된 섬이다. 30여 년 전 이 섬에 들어온 부부가 함께 공들여 가꾼 결실이다. 처음엔 이곳에서 감귤농장도 해보았고 돼지를 키워봤지만 모두 실패했다. 그러다 결국 해금강을 찾는 사람들이 잠시 쉬어 가는 정원으로 가꾸기 시작했는데, 최근엔 해금강의 명성까지 넘볼 정도로 훌쩍 커버렸다.

외도 부둣가에서 들어가는 길부터 심상치 않다. 아름드리 자생 동백나무와 하늘을 뒤덮은 후박나무는 외도의 원래 주인. 그 뒤로는 남국의 내음 물씬 풍기는 야자수, 그리고 섬을 온통 울긋불긋 수놓은 많은 피어리스, 제라늄, 디지탈리스 같은 남국의 꽃들이 이국적인 정취를 한껏 발산한다. 서양식 정원에 12개의 비너스조각을 영국 궁전의 정원처럼 꾸며놓은 비너스가든은 유럽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 유리창을 통해 바다풍경이 보이는 ‘명상의 언덕’, 에게해에 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하는 ‘외도성’ 같은 풍광에 이끌려 다니다보면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 동족상잔의 비극 전해주는 포로수용소

해금강의 비경과 외도 같은 아름다운 섬을 거느리고 있는 거제도는 우리 민족의 커다란 상처도 보듬고 있는 섬이다. 해금강과 외도를 다녀와 내륙 고현으로 발길을 돌리면 포로수용소가 나온다. 한국전쟁 당시 거제도에는 고현ㆍ상동ㆍ용산ㆍ양정 지구 등에 포로수용소를 설치하여 인민군포로 15만 명, 중공군 포로 2만 명 등 모두 17만 명쯤?수용하였는데, 이곳서 반공포로와 친공포로 사이에 유혈참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1952년 5월7일엔 수용소 사령관이 포로들에게 납치되었다가 4일만에 석방되는 사건까지 발생하였다. 지금도 고현엔 경비중대 막사터 등 옛 수용소 건물의 잔재가 일부 남아 당시의 우울했던 현실을 증언하고 있다.

얼마전 수용소 3만여 평의 부지에 시민공원, 포로생활관, 체험관, 디오라마관 등 한국전쟁과 포로생활에 관한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다. 몇 해 전 개봉됐던 배창호 감독의 블록버스터 영화 ‘흑수선’의 주요 장면을 이곳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이렇듯, 거제는 단지 아름답기만 한 게 아니라 동족상잔의 슬픔까지도 간직하고 있는 섬이었던 것이다.

여행정보
  


■ 교통
경부고속도로→통영대전고속도로→진주분기점→남해고속도로→사천IC→33번 국도→사천→고성→14번 국도→통영→거제. 승용차로 서울서 5~6시간쯤 걸린다. 서울남부터미널(서초동)→고현, 장승포=하루 17회(07:35-23:00) 운행. 5시간30분 소요, 일반 1만9000원, 우등 13,600원.

유람선 거제도→해금강→외도=모두 6개의 유람선 회사가 해금강과 외도(1코스)를 들른다. 외도에선 1시간30분 정도 머문다. 요금은 조금씩 다르다. 성인 13,000~13,600원, 소인은 6,500원. 외도 입장료 5,000원 추가. 장승포유람선 055-681-6565, 학동유람선 055-636-7755, 해금강유람선 055-633-1352.

■ 숙식
해금강 가는 길에 있는 거제자연휴양림(055-632-2221)은 숲이 짙은 숙박지. 해금강 입구의 갈곶리에 고향민박(055-633-7170), 거제민박(055-633-1442), 하니하우스(055-633-0050) 등이 있다. 몽돌로 유명한 학동마을과 여차마을에도 횟집을 겸한 민박집이 있다.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


입력시간 : 2004-06-09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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