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프랑수아 르벨ㆍ마티유 리카르 지음/ 이용철 옮김/ 이끌리오 펴냄

[Books] 승려와 철학자
장 프랑수아 르벨ㆍ마티유 리카르 지음/ 이용철 옮김/ 이끌리오 펴냄

지은이 장-프랑수아 르벨은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철학자요, 언론인이다. 또 다른 지은이 마티유 리카르는 티베트 불교 승려다. 26세 되던 해 모든 것을 버리고 히말라야로 가 티베트 불교에 귀의했다. 승려가 되기 전 리카르는 분자생물학계가 주목하는 뛰어난 과학도였다. 두 사람은 아버지와 아들이다.

아들이 집을 떠난 지 20년 만에 두 사람은 히말라야 산중에서 만났다. 그리고 열흘 동안 인류의 정신적 삶에 대해 이야기 한다. 아버지 르벨은 아들 마티유 리카르에게 “최고 수준의 과학문명을 공부한 학생이 왜 히말라야로 갔느냐”며 비판적으로 질문한다. 불가지론자인 아버지는 불교에서 말하는 궁극적 깨달음에 끝없이 회의를 품는다. 아들은 “생물학과 물리학이 생명의 기원과 우주의 형성에 관련해 놀랄 만한 지식을 낳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지식들로 행복과 고통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할 수 있습니까?”라고 되묻는다. 아들은 “가르침과 현실에서의 삶이 일치하고 진정한 내면의 평화를 가져오는 불교야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걸 새로운 삶의 방편”이라고 이야기 한다.

너무나 대조적인 가치관을 가지고 있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생각을 허물없이 주고 받는다. 깊은 산 속 외딴 산장에서 두 사람은 역사상 전 인류에게 부과됐던 여러 의문들에 대해 같이 고민한다. 세상의 단맛과 쓴맛을 두루 맛본 나이 든 아버지가 피력하는 유한성의 철학과 순수한 종교적 이상을 간직한 아들의 불교철학은 서로 수렴하기도 하고 분산하기도 한다. 불교 뿐 아니라 철학, 정치학, 윤리학, 심리학 등 인류 정신사에 대한 광범위한 토론 내용이 읽는 이에게 지적 자극을 가져다 준다.

입력시간 : 2004-06-11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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