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자네 헤르텔ㆍ막달레나 쾨스터 지음/ 김명찬ㆍ천미수 옮김/ 들녘 펴냄

[Books] 나는 누구도 숭배하지 않는다
주자네 헤르텔ㆍ막달레나 쾨스터 지음/ 김명찬ㆍ천미수 옮김/ 들녘 펴냄

위대한 예술가들의 삶은 예외 없이 독특하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의 궤적과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보통의 사람들이 이들의 삶에 흥미를 느끼는 데에는 그런 연유에서다. 여기에 그 위대한 예술가가 여성이라면, 그들의 삶은 또 다른 특별함이 있다.

이 책은 8인의 여성 예술가들의 평전이다. 이들은 19세기 또는 20세기에 자신의 분야에서 탁월한 실력을 발휘한 예술가들이다. 8명 모두가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자기 나름의 예술 세계를 구축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미루어 짐작할 수 있듯 그들은 순탄치 않은 삶을 기꺼이 선택했다. 그랬기에 그들의 삶의 여정을 되밟아 가노라면 그들이 만난 수많은 좌절과 위기를 만날 수 있다. 그들은 나약한 한 여성일 수 밖에 없었지만 불굴의 의지를 보였고, 마침내 자신의 예술을 완성했다.

그들을 가장 돋보이게 만든 것은 남성 중심 사회에 맞서는 용기다. 그들은 동 시대의 평범한 여성들이 남성들에게 종속됐던 것과는 달리 남성들과 대등한 관계를 맺거나 심지어는 남성들을 자신의 숭배자로 만들었다. 그들이 남성 중심 사회의 편견과 차별을 철폐하는데 얼마나 큰 업적을 남겼는지는 지금의 역사가 증명한다. 그들은 오늘날 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길을 걸어 갈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었던 선각자로서의 역할에 가장 충실했던 것이다.

위대한 예술 만큼이나 그들의 삶은 예술적이고, 열정적이었다. 그들은 상상과 정열이 있는 곳을 향해 뮌헨으로, 파리로, 뉴욕으로, 멕시코로, 텍사스로 떠났다. 하지만 자신의 꿈을 향한 열망은 때로는 가족들의 반대에 부딪쳤고(레오노라 캐링턴), 국가와 권력에 의해 억압됐다.(안나 아흐마토바, 멜리나 메르쿠리) 여성의 재능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견고한 남성 중심주의와 싸워야했고(잉게보르크 바흐만, 릴리 불랑제), 출신 성분으로 인한 대중의 차가운 매도를 견뎌야 했다.(에디트 피아프)

끊임없이 엄습하는 불안과 위기는 약물 중독으로 몰고 가기도 했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는 병마와도 싸워야 했다. 이것은 그들의 육체에는 치명적이었지만, 그 어느 한 순간에도 그들이 추구하려는 정신 세계를 손상시킬 수 없었다. 그들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도 지치지 않는 열정으로 예술혼을 불태우며 자신의 세계를 구축했다.

지금이야 우리에게 여성 예술가는 너무나 익숙한 존재다. 실제 예술의 모든 분야에서 여성들은 남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에 소개된 여성 예술가들이 주로 활동한 그 시대만 해도 여성이 예술가로서 자리매김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책은 결국 여성이 자신의 세계를 성취해 나가는 이야기를 들려준 뒤 오늘을 사는 여성들에게 무엇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 지를 되묻게 만든다.

최성욱 기자


입력시간 : 2004-06-11 11:15


최성욱 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