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일 없는 세상 웃음보를 건드려 봐"시트콤 편수 늘이며 적극적 제작의지전문인력 양성, 소재 다양화 등은 숙제

시트콤 다시 부활할 것인가
"웃을 일 없는 세상 웃음보를 건드려 봐"
시트콤 편수 늘이며 적극적 제작의지
전문인력 양성, 소재 다양화 등은 숙제


시트콤(Situation Comedy)이 다시 부활할 것인가? 한동안 시청자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다가 형식과 내용의 진부함으로 외면을 받기 시작했던 시트콤이 다시 기지개를 펴고 있다. 각 방송사들은 최근 적극적인 제작 의지로 돌아서면서 시트콤 편수를 늘리고 있다.

현재 MBC, KBS, SBS에서 내보내고 있는 시트콤은 모두 5개. MBC가 기존에 방송하고 있던 ‘뉴 논스톱’ 외에 지난달 말부터 일요일마다 내보내고 있는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 와 ‘두근두근 체인지’ 등 세편으로 가장 많다. 출연진이 모두 시트콤 출연 경험이 있거나 코믹 연기를 해본 연기자나 개그맨들. 조형기, 권기선, 김진수, 남성진, 조미령 등이 나오는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는 가족 시트콤의 재건을 꿈꾸고 있으며, 고교생 주인공을 전면에 내세운 ‘두근두근 체인지’는 조정린 박슬기 홍지영 등이 주연을 맡아 청소년들의 웃음보 자극에 나섰다.

한때 시트콤 왕국으로 불리며 시트콤의 명가로 자리잡았던 SBS는 일일 시트콤 ‘압구정 종갓집’ 하나를 방송하고 그 동안 주간 시트콤으로 방송하던 ‘형사’는 시청률 저조로 이번 프로그램 개편 때 막을 내렸다. KBS 역시 중장년층부터 어린이들에게까지 반응이 좋았던 ‘달려라 울엄마’ 후속으로 5월부터 일일 시트콤 ‘달래네집’을 내보내고 있는데 김국진, 여운계, 김용건 등 이전의 시트콤에서 인기를 끌었던 배우들이 전진 배치됐다.


- 스타산실, 이미지 변신의 기회

그 동안 시트콤은 대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청춘 시트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현재 MBC ‘뉴 논스톱’이 대표적인 청춘 시트콤이고 ‘아가씨와 아줌마 사이’와 ‘압구정 종갓집’ ‘달래네집’은 가족 시트콤이며 ‘두근두근 체인지’는 방송 사상 처음 시도되는 고교생을 전면에 내세운 청소년 시트콤이다. 한때 ‘세친구’ ‘연인들’로 시트콤의 새장을 열었던 송창의 PD의 ‘형사’에서 기존 성인 시트콤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시청자의 외면을 받아 최근 종영됐다.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시트콤은 전형적인 미국 방송적 특성이 잘 드러나는 대표적인 장르이다. 미국 TV가 영화를 제치고 미국의 대표적인 오락매체로 부상한 1950년부터 시트콤이 등장해 장르의 역사는 50여년에 달한다. 시트콤은 제작비가 저렴하며 스튜디오 제작이라는 제작의 이점과 스토리, 배경, 등장인물의 일관성 유지로 시청자들을 일정 기간 계속해서 붙들어 맬 수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생각하기 싫어하는 시청자의 게으름으로 인해 등장 인물들이 한결같이 단순한 성격의 소유자로 묘사돼 전파낭비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선 드라마보다 시트콤이 훨씬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시청률 순위표 상위에는 늘 많은 시트콤이 포진해 있다. 그 동안 ‘제리 사인펠트’ ‘빌 코스비 가족’ ‘프렌즈’ 등 많은 시트콤이 인기를 끌었으며 이 같은 시트콤의 인기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연예인은 사인펠트나 빌 코스비로 이들은 톰 크루즈같은 스타 배우, 스티븐 스필버그같은 명감독의 수입의 몇 배에 달하는 엄청난 액수의 돈을 한해에 벌어들이고 있을 정도다. 미국 방송에서는 시트콤의 80%가 성적인 에피소드를 전면으로 내세우는 성인 시트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우리 나라에 시트콤이 방송된 것은 1992년 SBS에서 내 보낸 ‘오박사네 사람들’.이후 ‘LA 아리랑’ ‘순풍 산부인과’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남자셋 여자셋’ ‘세친구’ ‘달려라 울엄마’ 등 적잖은 시트콤이 시청자의 많은 사랑을 받아 한때 방송사마다 2~3개의 시트콤을 내보내는 그야말로 시트콤 홍수시대를 이뤘다.

시트콤은 신인들이 스타로 부상하는 산실로, 중견들에게는 이미지의 변신과 확장의 무대로 활용됐다. 실제 많은 연기자들이 시트콤을 통해 자신들의 상품성을 높였다. 송승헌, 송혜교, 장나라, 박경림, 양동근, 조인성, 조한선, 한예슬 등 신인들이 스타로 부상했으며 오지명, 박영규, 노주현, 김영애, 윤다훈, 신구, 여운계, 김세윤, 이영범, 정웅인, 진희경, 이의정, 박상면 등이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또한 ‘세친구’ ‘연인들’의 송창의 PD와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의 김병욱 PD등은 시트콤 전문PD로서 능력을 인정받아 스타PD로 부상했다.


- 순발력있는 연기로 극 완성도 높여야

하지만 방송사들이 적은 제작비와 스튜디오 제작이라는 유리한 제작환경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시청률을 담보한다는 것에 안주해 형식과 소재 개발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전문 인력 양성 등을 거의 하지 않아 소재에서부터 형식, 캐릭터, 그리고 에피소드에 이르기까지 거의 이전 작품을 답습하는 차원에서 시트콤을 방송해 시청자의 외면을 자초했다.

최근 다시 MBC를 기점으로 시트콤의 부활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시청자의 돌아선 시선을 잡기 위해서는 시트콤 제작진과 방송사들이 선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우선 전문 인력 양성이다. 시트콤을 위한 전문 연출진과 작가의 양성이 시급하다. 미국의 ‘프렌즈’의 경우 8개의 제작팀이 돌아가며 8주에 한 편을 만들 정도로 제작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반면 우리는 일일 시트콤조차 한두 명의 연출자와 3~4명의 작가가 1년 여의 장기간 제작을 맡아 시트콤을 만들고 있다. 이로 인해 새롭게 시작되는 시트콤이라 할지라도 반복되는 소재와 캐릭터 등으로 진부함이 넘쳐난다.

또한 시트콤 하면 연기 부족의 신인, 인기 가수 등 연기자 등용문이자 코미디언이나 개그맨들이 개인기를 바탕으로 꾸려나가는 장르라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정통 드라마의 연기보다 몇 배의 노력이 요구되고 그야말로 순발력과 의외성을 겸비한 연기자가 필요한 장르라는 생각으로 노련한 연기자를 배치하는 것도 시트콤 부활의 과제이다. 가수 출신 연기자나 신인들 중 상당수가 시트콤을 오버하는 연기로만 일관하면 끝이라는 생각으로 연기에 임해 시트콤의 완성도를 저하시키는 주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시트콤 편수만의 증가로 시트콤의 부활은 되지 않는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입력시간 : 2004-06-16 11:50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