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열과 허열

[이태후의 웰빙보감] 색깔있는 사람 ②
실열과 허열

얼굴이 붉고 열나는 다혈질의 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모씨가 머리가 아프고 귀가 울린다고 한의원에 왔다. 본인은 밥도 잘 먹고 운동도 많이 하니까 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얼굴에 열이 잘나면서 머리가 아프고 귀가 울린다고 한다.

보통 진료실에서 의사는 다른 진단을 하기 전에 안색을 먼저 살핀다. 얼굴이 붉다는 것은 열이 있다는 표시에 다름 아니다. 때문에 오장육부 중 어느 장부의 이상으로 인한 열인지 감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의학에서는 열을 실열과 허열로 나누어 본다. 실열이라 함은 염증이나 감기 등으로 인하여 갑자기 고열이 오르고 하는 등의 상태이며 허열이라는 것은 몸의 균형이 깨어져서 나타나는 열로 본인이 느끼는 정도의 미세한 열을 의미한다.

이 환자의 경우는 위장이 안좋으면서 열이 나는 상태로 볼 수 있다. 물론 감기로 열이 나기도 하고 과로로 인하여 간에 부담이 되어서 열이 나기도 하며 혈압이 오르면서 열이 나기도 하지만 얼굴에 오르는 열은 의외로 소화기와 관련이 많다.

소화기와 관련이 있는 것을 제일 잘 확인하여 볼 수 있는 것은 혀의 상태이다.

우스운 이야기로 우(牛)시장에서 좋은 소를 감별하는 방법 중에는 소의 체형과 털의 색을 보기도 하지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혀의 색깔이라고 한다. 혀의 색은 소화기를 포함한 내장기의 일반적인 건강 상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경우 일반적으로 보기에 혓바닥의 색이 지나치게 붉으면 ‘속에(위에) 열(염증)이 있는 상태’일 가능성이 높으며, 혀의 색이 붉지만 지나치게 핏기가 없어 보이면 기운이 허약한 경우가 많고 몸이 차다. 또한 혓바닥에 설태가 많이 끼면 술을 많이 한다던가 아니면 수분대사가 좋지 않은 타입이다. (한의학에서는 이를 담음이라 한다. 담음이란 비정상적인 체액 대사산물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담음에 대해서 쉽게 이해하는 방법은 설렁탕의 국물이 따뜻할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차가워지면 그릇에 엉겨 붙듯이 우리 몸의 기운이 정상적으로 순환이 될 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가 어떠한 원인에 의해서 순환이 잘 되지 않으면 담음이 되어 비정상적인 병리반응을 보이게 되는 것이다.)

진료를 하다 보면 상당수의 대머리 환자들 중에 다른 이상은 없고 다만 머리가 빠지는 것이 고민이라고 토로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환자들을 자세히 검사해 보면 의외로 술을 즐긴다던가 아니면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든가 하는 경우가 많다. 평소에 잘 모르고 있을 뿐 소화기에 장애가 있는 것이다. 물론 이 경우에도 설진을 통하여 위의 상태를 쉽게 체크 할 수 있다.

한의학에서 위에 열이 있다고 하는 ‘위열’ 증상은 한의학적으로 얼굴에 열이 심하게 난다. 위가 이상이 있으면 ‘족양명위경락’이라는 기운의 흐름에 따라 이상이 나타나는데 제일 잘 나타나는 부위가 얼굴이다. 이런 위의 열이 심하게 나타나면 말이 많아지거나 드물게 헛소리까지 하는 ‘광증’을 나타내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열증은 물론 치료를 하여야 하지만 상당 부분은 본인의 노력이 합쳐져야만이 치료가 더욱 잘될 수 있으며 일정 부분은 자가적인 관리만으로도 예방 할 수 있기도 하다. 소화기 질환을 가진 사람의 자가 관리요령은 다음과 같다.

첫째로 규칙적인 식생활습관을 가져야 한다. 하루 세끼를 일정 시간에 식사하여야 한다. 가능하면 곡류를 섭취하는 게 낫다. 우유나 생식으로 간단히 때우는 것은 좋지 않다.

둘째는 일정 정도 충분한 수면을 취해야 한다. 그리고 가능하면 10시 이전에 자는 것이 좋고, 혹 늦게 잔다고 하더라도 가능한 자정을 넘기지 않도록 하며 새벽 2시를 넘겨서 자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셋째는 음주를 당분간 삼가고 매운 음식(김치도 씻어 먹거나 백김치로 먹어야 한다)을 피하여야 한다. 또한 기호식품 중 커피(특히 블랙은 안됨)와 녹차도 조심하여야 한다. 당연히 위가 아주 많이 안좋은 분은 단 한잔도 마셔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음식 중에 위에 열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것은 야채 특히 오이나 수박류라 할 수 있겠다.

입력시간 : 2004-06-16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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