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의 세계] 신새벽의 효자, TV홈쇼핑 채널


10년만의 최악의 무더위가 찾아올 것이라는 기상청 예보대로, 6월로 접어들자 마자 기온 상승이 심상치 않다. 며칠 전 일찍 찾아온 더위 때문에 잠 못 이룬 시청자가 심야 시간(저녁 12시부터 새벽 2시 사이)에 TV 홈쇼핑 채널에서 쇼핑을 많이 한 덕택에, 다른 기간보다 매출이 크게 늘었다는 신문 보도를 보았다. 필자가 최근 들어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는 현상이다.

실제로 새벽 1시를 전후해서는 지상파 방송을 봐도 특집 프로그램이나 영화 아니고는 그렇게 볼만한 프로그램이 없고, 다른 유선 방송 채널에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을 각 TV 홈쇼핑 편성 담당자가 놓칠 리 없다. 더위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해 신경이 곤두 서 있는 시청자를 위해, 홈쇼핑 채널에서는 매혹적인 속옷 방송을 편성하는 등 즐거운 눈요기(?) 거리를 방송하는 것이다.

이런 눈요기 거리에 빠져 제품을 구매한 시청자를 분석해 보면, 제품은 분명 여성용이지만 구매자는 의외로 남성이 많다는 점이 드러난다. 때문에 속옷 방송의 경우, 섹시한 디자인의 속옷을 남성이라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멋진 몸매의 여성 모델이 입고 환상적인 연출을 한다. 이런 방송을 보면서 남성 구매자는 여자 친구에게 또은 부인에게 줄 선물을 구매하는데, 방송을 보며 즐거운 상상을 하는 것도 큰 장점이다. 무엇보다 남성 입장에서 매장 갈 때의 부끄러움과 부담스러움을 없애고 편하게 구매할 수 있는 것이 절대 무시 못할 장점이다.

최근 속옷 방송에서 노출되는 제품의 디자인을 보면, 몇 달 전의 제품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을 받는다. 그것은 디자인이나, 문양 등이 상당히 과감해 졌다는 사실이다. 어떤 사람은 경제 상황이 불경기 일수록 여자들의 치마 길이가 짧아진다고 하는데, 속옷이 과감해 지는 것도 이런 이론의 증거가 아니겠냐는 우스개 소리도 나온다. 이 말이 옳은 말인지는 몰라도, 확실히 이전 보다는 속옷 과감해 진 데다 매출이 상당히 는 것이 사실이다.

솔직히 남성 입장에서 한 층 과감해진 스타일은 반갑지만, 불경기는 빨리 지나갔으면 한다. 또한, 정규 생방송 시간이 끝나고 보통 새벽 2시부터 6시까지는 전날 히트한 아이템 중에서 몇 가지를 골라 재방송을 하는데, 이 때 주로 편성되는 것은 여성 속옷이나 패션, 이ㆍ미용 상품 등 여성 제품이 많다. 그렇다면 이 시간에도 남성들이 주 고객일까? 대답은 ‘NO!’ 이 때의 고객은 유흥업소 접대부, 속칭 ‘나가요 걸’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이 주로 시청하는 시간대가 바로 새벽이고 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 여성용 제품 위주로 재방송을 편성하는데, 이런 사람과 친분이 있는 분이라면 확인해 보시라! 열의 아홉은 분명히 스스로를 TV홈쇼핑 중독자라고 표현할 만큼 열혈 시청자이자 구매자고, TV 홈쇼핑 채널의 제품을 줄줄 꿰고 있을 정도로 제품 지식이 많다. 지금은 언제부터 심야 재방송이 시작되었는지 기억을 하지 못할 정도로 보편화돼 5개 홈쇼핑 사가 모두 심야 재방송을 하지만, 처음 TV홈쇼핑 채널이 소개되었던 시절에는 분명 심야 재방송은 없었다고 한다.

2년 여 전에는 이 시간에도 생방송을, 그러니까 24시간을 완전히 생방송으로 진행한 시절도 있었다! 그 때 당시 새벽에 동대문과 남대문 일대를 둘러 본 어느 TV 홈쇼핑 채널 사장님께서 쇼핑을 하기 위해 구름같이 몰려든 그곳의 사람들을 보고, “ 깨어 있는 사람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분명 시장은 존재한다는 증거”라는 지적에서 시작되었다. 필자도 새벽 2시부터 5시까지 세 시간 동안 방송을 두 차례 해 봤는데, ‘ 사람 잡는다’는 표현이 적절하게 느껴질 정도로 너무 힘든 일이었다. (역시, 시행 한 달을 못 넘기고 이 24시간 생방송 체제는 없어졌다.)

여하튼, 모두가 잠든 후에라도 TV 홈쇼핑 채널은 돌아 간다. 밤이 짧고 무더운 여름철에는 특히 더 잘 돌아 간다. 아무도 봐 주지 않을 것 같은 심야에 홀로 깨어 있는 TV 홈쇼핑 채널. 이 시간에도 하루에 2~3억의 매출을 거뜬히 올려내는 신기한 일을 해 내고 있는 것이다.

CJ 홈쇼핑 쇼호스트 문석현


입력시간 : 2004-06-16 14:18


CJ 홈쇼핑 쇼호스트 문석현 moonanna@cj.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