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봉수 지음/책장 펴냄음식도 음양조화를 따져 먹어야

[Books] 밥상이 의사다
허봉수 지음/책장 펴냄
음식도 음양조화를 따져 먹어야


바야흐로 ‘웰빙’ 시대다. 모두가 “잘 먹고 잘 살자”고 난리다. 이미 오래 전부터 모든 사람들의 바람이었음에 분명한데 왜 새삼스레 ‘잘 먹고 잘 사는 것’이 화두로 떠오른 것일까? 어쩌면 지금의 웰빙 열풍은 오늘의 우리가 ‘잘 못 먹고, 잘 못 살고’ 있음을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것인지 모른다.

이 책은 먹을거리를 테마로 한 ‘웰빙 가이드북’이다. 지은이는 세상에는 두 가지 밥상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비타민 무기질 등으로 성분을 계산하거나 열량으로 따져 차려지는 ‘칼로리 밥상’이고, 또 다른 하나는 햇빛과 물과 반응하며 짝을 이루는 대자연의 ‘섭생 생태밥상’이 그것이다.

지은이에게 음양의 이치는 세상 모든 것에 적용되는 불변의 원리다. 인삼이 서늘한 곳에서 잘 자라는 것이나, 더덕이 햇빛을 따라 덩굴을 감으며 기어오르는 게 다 음양의 이치 때문이라는 것이다. 소가 고삐를 풀어 놓으면 콩밭으로 가는 이유도 음양의 원리로 이해하는 것이다.

음식만 해도 그렇다. 인삼은 어떤 이에게는 보약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그저 비싸기만 할 뿐 별로 도움이 안 된다. 어떤 이에게는 대추가, 또 어떤 이에게는 보리가 약이 된다. 누구나 좋다고 여기는 현미도 어떤 이에게는 해로운 먹을거리다.

지은이는 음양에 맞춰 차려진 생태밥상은 아픈 몸을 살리는 생태 치유의 밥상이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기질과 상대되는 먹이와 반응할 때, 즉 자신의 생태 체질이 양이면 음의 음식과 짝을 이룰 때, 몸은 생명의 에너지를 유쾌하게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음의 생명체는 양성의 먹이를, 양의 생명체는 음성의 먹이를 취할 때 비로소 균형잡힌 생리대사가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결국 지은이가 말하는 생태밥상은 입맛을 버리고 ‘몸맛’을 찾는 것에 다름 아니다. ‘몸맛’대로 식탁을 차릴 수 있다면 어떤 통증이나 현대병도 다스릴 수 있다는 게 지은이 주장의 핵심이다. 이는 또한 수만 수백만년의 세월 동안 자연이 지켜온 우주 생명의 비밀을 푸는 일이기도 하다. 때문에 지은이는 영양분을 따지는 분석의 데이터를 잠시 접고, 대자연의 소리를 들어보라고 한다. 음은 양을 향해, 양은 음을 따라가는 생명의 식탁을 차려보라고 권한다.

책 마지막에는 음양으로 본 577가지 식품 인덱스를 실었다. 이것만으로도 자기 몸에 맞는 음식으로 차려진 웰빙 밥상을 그럴 듯 하게 꾸밀 수 있다.

최성욱기자


입력시간 : 2004-06-16 16:02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