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백하나 단품메뉴와 정종의 앙상블

[맛이 있는 집] 일본식 주점 - 튀김 전문점 <가쓰라>
담백하나 단품메뉴와 정종의 앙상블

몇 년 전부터 ‘이자카야’라는 간판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우리나라와는 달리 먹고 싶은 메뉴만 주문해 먹는 일본식 주점을 칭하는 말이다. 한 가지 주 메뉴를 시키면 갖가지 반찬이 줄줄이 따라 나오는 우리나라 식문화와는 다른 점이 많아 중장년층에게는 다소 몰인정(?)하다는 이유로 외면을 당해온 스타일. 그렇지만 이와 반대로 20~30대들은 깔끔한 분위기와 골라 먹을 수 있는 매력에 이자카야에 후한 점수를 주곤 한다.

대부분의 이자카야들이 저녁에만 문을 여는 데 반해 명동에 자리한 가쓰라는 낮에는 다양한 일본식 튀김 전문점으로, 저녁에는 신선한 회와 소요리, 사케를 판매하는 이자카야로 변신한다. 점심때 선보이는 메뉴는 히레까스와 돈까스, 고로케 정도지만 항상 줄을 서야 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테이블이 개수가 적어서가 아니다. 다소 후미진 건물 안쪽에 자리하고 있어 아는 사람이 아니고서는 찾기 힘든 데도 불구하고 식당 안은 항상 분주하다. 지인을 통해 알았거나 한번 왔던 사람들이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점심 시간에 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를 한다고 해서 맛과 양을 무시하면 안 된다. 일단 음식을 팔 때는 원가계산은 무시한다는 것이 이 집 주인의 생각이다. 먹는 장사야말로 이것 저것 따지면서 질 낮은 재료를 쓰다 보면 절대 오래 갈 수 없다고 말한다. 소스 재료나 우동면 등은 일본산을 쓰고 재료를 고를 때에는 질을 가장 먼저 따진다고. 좋은 재료로 정성스럽게 만들다보면 점심 손님이 자연스럽게 저녁 손님으로 이어지는 단순한 원리를 깨달았다고 한다.

가쓰라가 문을 연 것은 지난 2000년. 일본 최대 정종회사인 월계관이 지분에 참여하면서 지금의 자리에 문을 열게 되었다.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일본식 선술집이나 돈까스 전문점에 대한 인식이 낮았던 터라 한동안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렇지만 월계관의 정종을 맛볼 수 있는 한국 내 유일한 곳이라는 소문과 함께 정통 일본 소요리를 찾는 사람들이 늘게 되었다. 처음엔 일본인들이 주고객이었지만 지금은 그 반대다.

일반적으로 튀김류는 느끼하다고 생각하지만 일본식 히레까스나 고로케는 본재료에 충실해서인지 그 맛이 담백하고 끝 맛이 깔끔하다. 함께 나오는 샐러드와 장국 또한 감초같은 존재다.

가쓰라에서는 소주를 팔지 않는다. 예전엔 메뉴에 소주가 없는 것을 알고 많은 사람들이 발길을 돌렸지만 요즘은 아예 처음부터 사케를 마시기 위한 사람들만 이 곳을 찾는다. 사케 외에도 일본인들이 소주처럼 즐겨 마시는 ‘비잔’과 ‘삿포로 맥주’ 등을 고루 맛볼 수 있다. 테이블 아래에 발을 내려놓을 수 있어 편안하게 마루에 앉아 술잔을 기울일 수도 있다.

소요리 전문점이기 때문에 저렴한 것 또한 한 가지 장점이다. 대부분의 단품 요리가 5,000원~8,000원 선이다. 속을 든든하게 하는 두부튀김과 감자고로케로 시작, 입맛을 돋우는 고등어초절임, 모듬회 등을 맛보았다면 마무리는 시원한 우동이나 오차츠케(녹차 국물에 밥아 가루김 등을 올려 먹는 일본식 국밥)로 하는 것이 좋다.

■ 메뉴 : 고로케정식 7,000원, 히레까스 7,000원, 로스까스 6,000원, 자루소바 6,000원, 가쓰라정식 7,000원 / 두부튀김 5,000원, 문어초회 5,000원, 참치산마무침 7,000원, 갑오징어회 8,000원, 모듬회 25,000원~35,000원 사케 8,000원~9,500원, 비잔소주 24,000원.
■ 영업 시간 : 오전 11시 30분~3시, 4시~10시 30분 / 설날과 추석에만 휴무
■ 찾아가는 길 : 명동 롯데영프라자와 한진그룹 사옥 맞은편 명덕 빌딩 1층 안쪽. 02-779-3690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6-22 15:40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