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식 지음/휴머니스트 펴냄

[Books] 한국인에게 밥은 무엇인가
최준식 지음/휴머니스트 펴냄

잠깐만 시간을 내 우리의 의식주를 한번 되돌아보자. 입고 먹고 사는 것 중에 가장 변하지 않은 게 무엇인가. 먹는 것이다.

반세기 전만 해도 우리들은 한옥에서 한복을 입고 한식을 먹으며 살아왔다. 그러나 지금은? 한옥은 보존 지구를 정할 만큼 귀한 주거 공간이 됐고, 한복은 명절 때만 한번씩 입는 옷이 돼 버렸다. 그러나 음식만큼은 여전하다. 서구식 식단이 식탁을 점령하고, 인스턴트 식품이 입맛을 바꾸고 있지만, 밥과 국, 그리고 김치는 꿋꿋하게 우리 곁에 있다. 도대체 한식이란 무엇이며 그 속에 어떤 힘이 숨어 있단 말인가.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에 다름 아니다.

책은 음식 만드는 법을 알려주기 위한 게 아니다. 음식을 먹는 인간과 사회에 초점을 맞췄다. 음식 하나하나는 대단히 복잡한 문화적인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다. 문화가 인간의 세련된 감각이 자꾸 더해지는 과정이라고 한다면, 우리 음식은 다른 어떤 나라의 음식에 못지않은 문화적 과정을 거친 산물이다. 이 책은 우리 음식을 역사와 문화 속에서 보고 그 현상의 원리를 이해하자는 취지로 쓰였다.

책은 3부로 나뉘어져 있다.

1부는 한식의 역사다. 세 시기로 구분해 시기별 음식문화의 맥락과 실체를 찾는다. ‘고대, 한식의 기원’에서는 밥을 중심으로 장문화가 정착되는 과정을 안내한다. ‘고려시대, 한식 전통의 형성’에서는 몽골의 영향으로 육식 전통이 부활하고 소주가 수입되면서 음식문화가 일대 전기를 맞는 맥락을 살핀다. ‘조선시대, 한식의 완성’에서는 고추의 전개를 분수령으로 전후기로 나눈 뒤 오늘날의 한식문화의 전형이 완성되는 과정을 짚고 있다.

2부는 한식의 세계를 몇가지 원리로 통해 들여다 본다. 다양하고 맛있는 밥과 함께 오곡밥의 지혜, 구황과 풍류를 겸비한 채소밥을 통해 ‘우리가 먹는 것이 바로 우리’라는 명제를 확인한다. 우리 고유의 김치를 꼼꼼하게 살피고 ‘장 맛 보고 딸 준다’는 속담에서 짐작할 수 있듯, 김치 만큼이나 중요한 장문화도 되짚는다.

3부는 한식의 미래다. 지은이는 한식은 고급한 문화유산이요, 우리의 생명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근본이라고 강조한다. 때문에 우리의 건강한 미래를 위해서는 한식의 전통을 오늘에 되살리는 것이 절실하다고 믿는다.

문화학자인 지은이는 음식학자 정혜경과 함께 연구하고 토론했으며, 현장 답사를 수없이 다녔다. 묻고 대답하는 독특한 대화체 방식이 독자들로 하여금 살아있는 음식문화를 생생하게 접하도록 이끈다.

최성욱기자


입력시간 : 2004-06-24 11:31


최성욱기자 feelchoi@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