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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눈이 시리다, 고막이 베인다…DVD, 그 명징함의 세계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고전에서 이글스 라이브까지, 안방에 그대로 재현

어느덧 DVD라는 매체는 예전에 CD가 그러했듯, 많은 이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다. 세계적으로 DVD 시장의 규모가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 현실이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원시적인 주먹구구식 유통 구조와 가격 정책, 해적판의 난립,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 부족 등으로 인해 심각한 상황에 처해 있는 게 사실이긴 하다. 하지만 이 새로운 매체가 우리에게 선사해준 놀라운 감흥, 기존의 영상과 음향 매체에 익숙한 눈과 귀에 가져다 준 변화의 폭은 엄청났다.

그것은 단지 고화질과 음질로 ‘ 극장에서처럼’ 영화를 즐길 수 있게 되었다는 단순한 의미를 넘어선, 영상과 음향을 감상하는 기본적인 패턴 자체의 변화를 의미한다. 기존의 CD 구입에 있어 오디오파일(하이파이 애호가)이 아닌 대부분의 사람들은 CD의 ‘ 음질’보다는 자신의 음악적인 취향에 따른 구입을 했고, 비디오를 빌릴 때도 영화 자체에 비중을 두었다. 그러나 DVD의 경우는 그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 영화 내용이 좀 떨어지더라도 눈이 시릴 정도로 칼날 같은 섬세한 화질과 화려한 음질, 그리고 보다 풍성한 서플먼트(부가 영상)가 담긴 매력 등으로 구입 0순위가 된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 ‘ 하이 엔드’를 추구하는 현대인의 복음

DVD 플레이어의 보급과 더불어 누구나 즐길 수 있게 된 AV 생활로 눈과 귀는 한없이 높아져 간다.이런 상황에서 구입의 동기가 되는, 매체가 지닌 고유한 특성을 가장 잘 살려주는 제품에 손이 갈 수밖에. 그러나 가끔은 이러한 패턴에 대해 회의가 생기기도 한다. 메이저 회사들의 대규모 홍보와 제작비가 들어 간 블록버스터가 아닌 수 많은 뛰어난 작품들이 외면을 받게 되고 시장에서 입지 자체를 가지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 더욱 그러하다.

음악의 경우도 다를 바가 없다. 일부 곡을 제외한다면 음악적으로 전성 시절의 그것에 한참 뒤지는 평범한 연주와 노래가 담긴 이글스(Eagles)의 ‘ Hell Freezes Over’나 코어스(Corrs)의 ‘ Unplugged’ 같은 작품들은 DTS(Digital Theater System)나 5.1 서라운드와 같은 탁월한 사운드와 더불어 음악 DVD의 ‘고전’으로 자리했다는 사실은 많은 상징성을 내포한다. 꾸준히 잘 팔리는 음악 DVD들이 대부분 깔끔한 화질과 5.1 채널 이상의 사운드를 담은 작품들이라는 사실은 DVD 구매자들의 성향을 잘 드러내주는 부분이다. 그래서 리마스터링의 한계를 가지는 오래 된 영상물이나 열악한 비디오/오디오를 담은 여러 뛰어난 작품들은 음악 팬들의 관심조차 못 받아왔다. 그러나 이러한 성향을 뒤집어서 보면, 좋은 화질과 음질을 갖추기만 한다면 숨겨져 있던 탁월한 아티스트들의 작품들도 대중적인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 실황의 감동을 안방에 그대로

그런 의미에서 1967년의 잊을 수 없는 행사인 ‘몬터레이 팝 페스티벌’의 모든 것을 3장의 DVD에 수록한 박스 세트 [The Complete Monterey Pop Festival]은 DVD의 명가 크라이테리언(Criterion) 사에서 발매되어 만족할만한 내용과 질적인 우수성으로 고전 팝과 록 애호가들의 열광을 얻은 바 있다. 이 공연과 더불어 대중음악사에 한 획을 그은 1969년의 우드스톡 페스티벌 [Woodstock: 3 Days Of Peace & Music](Director's Cut)도 음악 DVD 애호가들이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다. ‘택시 드라이버(Taxi Driver)’, ‘분노의 주먹(Raging Bull)’ 등으로 유명한 마틴 스콜세지(Martin Scorsese)가 연출을 맡은 포크 록 그룹 밴드(Band)의 마지막 공연 실황과 다큐멘터리를 담은 [The Last Waltz]도 마찬가지다.

DVD로 듣고 보는 음악은 여러 면에서 오디오 CD의 감흥을 훨씬 넘어서는 매력을 지닌다. 사실 음악 DVD의 매력은 뮤직비디오보다는 공연 실황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에, DVD가 전해주는 생생한 현장감이야말로 음악 팬들을 열광하게 하는 요소인 것이다. 앞서 언급한 이글스의 작품은 이미 음악 DVD의 ‘입문용’으로 자리한지 오래며, 미국의 대중음악 사상 가장 중요한 아티스트의 한 명으로 꼽히는 뛰어난 가수 로이 오비슨(Roy Orbison)의 특별한 콘서트를 담은 ‘Black & White Night’이나 산타나(Santana)의 ‘ Supernatural’ 등과 같은 작품들 역시 멋진 내용과 DVD가 표현할 수 있는 특성을 적절하게 잘 담아냄으로써 음악 팬들은 물론 소리와 영상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들에게 고루 호평을 받을 수 있었다.


- 기술력의 축복…끝없는 행진

또한 2년 전 내한공연을 가진 바 있는 핑크 플로이드(Pink Floyd)의 로저 워터스(Roger Waters)가 행한 공연 ‘In The Flesh – Live’나 마이크 올드필드(Mike Oldfield)의 ‘Tubular Bells 2 & 3 Live’, 그리고 유투(U2)의 보스턴 실황을 담은 ‘Elevation Tour 2001 - Live From Boston’ 등은 그야말로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들 만한 탁월한 음질과 영상미, 그리고 충실한 내용을 담은 작품들이다. 단순한 라이브 공연이 아닌 영화적인 요소를 더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앨런 파커(Alan Parker) 감독의 ‘Pink Floyd The Wall’이나 켄 러셀(Ken Russell)의 ‘Tommy’, 그리고 빔 벤더스(Wim Wenders)의 ‘Buena Vista Social Club’ 등을 추천한다.

영상 매체가 지니는 가장 큰 단점은 관객의 상상력을 제한한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백설공주’나 ‘피터팬’을 생각할 때 이미 정형화되어 버린 월트 디즈니의 캐릭터를 떠올리듯, 영상을 통해 고착화된 어떤 뮤지션과 그(혹은 그들)의 음악은 개개인들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각각의 이미지를 하나로 통합시킨다. 하지만 좋아하는 뮤지션을 깔끔한 영상으로, 가슴을 울리는 사운드와 함께 지켜볼 수 있다는 사실이야말로 이 시대를 사는 우리들이 누릴 수 있는 하나의 축복이 아니던가. DVD로 음악을 즐기는 이들이 점차 많아지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말해준다.



김경진 팝 칼럼니스트 arzachel@seoulrecords.co.kr


입력시간 : 2004-06-30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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