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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타운] 슈렉2
포복절도 패러디 진한 여운… 역시 슈렉!
전통·문법 파괴 미덕 여전, 한층 더 강해진 비틀기 배꼽 잡아






‘슈렉’이 2001년 처음 대중들 앞에 선보였을 때, 그 상상력에 가득찬 발랄함은 우리들을 거의 KO시켰다. 애니메이션의 왕국인 디즈니 만화영화들의 스토리와 캐릭터들이 그 화려한 테크닉과 완벽에 가까운 스토리텔링으로 거대한 성벽을 구축하고는 있었지만 , 어떤 디즈니 영화도 그처럼 재기 넘치고 스피디하게 전 연령층의 구미를 쏙쏙 건드리지는 못했다.

못생긴 자신을 혐오하면서 외로움과 열등감을 즐기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 슈렉, 방귀와 똥 이야기만 나와도 자지러지는 아이들을 신나게 했던 귀여운 화장실 유머, 착하고 예쁘기만 한 동화 속 캐릭터들이 수백 년 동안 쌓아놓은 이미지들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교활하면서도 사악하지 않은 뒤틀기, ‘매트릭스’와 ‘미녀삼총사’같은 실사 영화들을 얌전한 공주가 재현해내는 뻔뻔한 패러디.

당시 애니메이션으로서는 디즈니에 비하면 ‘독립영화’수준의 드림웍스가 던져놓은 이 영화는 디즈니 왕국과 할리우드의 성벽들을 쿡쿡 쑤셔대고 그 담장 위를 자유롭게 넘나들며 그 속의 전통들을 유쾌하게 희롱했다. 우아하면서도 속물스럽고, 교훈을 이야기하면서도 장르영화의 기대를 배반하고, 시니컬하면서도 감동 한 자락을 던지는 이 만화영화는 다양한 연령과 감수성을 지닌 사람들에게 나름대로 즐거움을 던져주는 , 말 그대로 ‘온 가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영화’였다.



3년 만에 다시 대중 앞에 선 ‘슈렉’은 물론 첫 만남에서만큼의 신선한 감동을 주지는 못한다. 그건 전통과 장르의 문법을 파괴하는 것을 주무기로 내세웠던 이 영화의 속편이 당연히 가지는 한계다. 1편에서 늪지대에서 외롭지만 자기 멋대로 살고 싶었던 슈렉이 파콰드 영주에게 내쫓긴 동화 속 주인공들을 자신의 영역에서 되쫓아내기 위해 공주를 구하러 가고, 그 과정에서 스스로를 미워하던 자신의 성격을 변화시켜 내면의 아름다움을 발견해낸다는, 명확한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의 점진적 변화 같은 뛰어난 시나리오에 비하면 2편에서 공주의 부모님을 만난 뒤 ‘사랑하는 아내를 위해 자신의 흉한 외모를 바꾸어야 하는가’라는 고민을 주요갈등으로 끌고 가는 스토리라인의 긴장은 훨씬 약해보인다.

하지만 이 영화의 뛰어난 디테일들은 그런 전체적인 약점을 훌쩍 뛰어넘고도 남는다. ‘겁나 먼’왕국으로 향하는 마차에서 동키가 입으로 딱딱 소리를 내서 슈렉을 귀찮게 하는 장면, 혹은 ‘장화 신은 고양이’가 마법의 약을 훔친 뒤 닫히는 문 사이로 빠져 나온 뒤 급한 와중에서도 한번 멋있게 포즈를 취하는 장면 , 혹은 요정 대모가 자신의 아들‘프린스 차밍’과 피오나 공주의 키스를 유도하기 위해 댄스곡‘Wating for a Hero’를 부르면서 온갖 몸부림 끝에 드러누워 드레스를 걷어올리며 허벅지를 슬쩍 노출하는 장면 같은 것들을 보면 단 1~2초 사이에 세심하게 뿌려놓은 유머의 요소들이 얼마나 이 영화를 매력적인 것으로 만드는지를 실감할 수 있다.

아카데미 시상식의 레드 카펫 입장 장면과 스타 패션 비평가인 조안 리버스를 그대로 옮긴 모습이라든지 미국의 TV리얼리티 경찰 프로그램의 패러디, 혹은 ‘할리우드’를 패러디한 ‘겁나 먼 (Far, far away)왕국’, ‘로미오 거리’, ‘파벅스 커피’, ‘베르사체리’처럼 요소 요소에 배치해 놓은 대중문화 브랜드의 패러디 역시 섬세하며 영화 ‘미션 임파서블’을 패러디한 슈렉의 탈출 장면은 영화 속에서 가장 큰 웃음을 이끌어낸다. 영화 속에 깔아 놓은 패러디들을 다 따라잡으려면 영화를 서너 번은 보아야 할 정도다.

1편보다 뮤지컬적인 분위기를 훨씬 보강해 이야기 중간 중간에 막간 쇼를 벌이는 듯한 음악 삽입장면으로 리드미컬한 분위기를 이끌고 가거나, 슈렉과 공주의 부모의 저녁식사 장면에서 매너 없는 슈렉과 그를 싫어하는 왕이 음식과 포크로 배경음악의 리듬에 맞추어 다툼을 벌이는 장면 역시 애니메이션에서는 보기 힘든 화면 구도와 리듬이 어우러지며 깊은 인상을 남긴다.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배우들의 목소리 연기다. 이미 유명 영화배우들이 애니메이션 주인공의 목소리를 더빙하는 것은 흔한 일로 자리잡았지만 ‘슈렉’에서처럼 배우들의 개성이 목소리를 통해서 돋보이는 것은 흔하지 않다. 동키 역의 에디 머피는 사실 자신이 직접 출연한 극영화에서는 그의 재기에 비해 호감만을 주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장점을 잘 살린 동키의 목소리 속에서 그는 매력 넘치는 수다쟁이로 완벽히 변신하고 있다.

속편에서 새롭게 등장한 ‘장화 신은 고양이’를 맡은 스페인 출신의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자신의 출연작인 ‘마스크 오브 조로’의 조로 캐릭터를 스스로 패러디한다. 귀여운 고양이의 외모와는 정반대의 느끼한 목소리를 스페인어를 섞어가면서 비장하게 읊조리는 모습은 목소리 연기가 줄 수 있는 최대치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패러디와 전통 파괴의 날카로운 무기를 내내 휘두르던 영화는 결국 ‘아름다움은 자신의 내면 속에 있는 것,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외모는 그다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이라는 훈훈한 메시지로 마감한다. 신랄한 풍자의 쾌감과, 다시 동화적인 가치의 중요성을 동시에 던지는 이 영화는 확실히 새로운 시대,새로운 형식의 우화다.

■ 시네마 단신
  


- '4인용 식탁' 홈피 금사자 상

영화 ‘4인용 식탁’의 인터넷 홈페이지가 23일 프랑스에서 폐막한 52회 칸 국제광고제에서 사이버 부문 금사자 상을 수상했다. 포스트 비주얼(공동 대표 설은아, 이정원)이 만든 이 홈페이지는 ‘소통, 기억, 믿음, 상실, 독백’등 다섯 가지 키워드로 나누어 스토리를 이끌어 가는 ‘Truth’와 기본 메뉴를 포함한 ‘Fact'등 크게 두 가지 메뉴로 구성됐다. 칸 국제 광고제에서는 2002년 ‘취화선’의 홈페이지가 은사자상을 수상한 바 있다.


- 애니메이션 '인생' 특별상


단편 애니메이션 ‘인생’(감독 김준기)이 16회 자그레브 국제 애니에이션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았다. 동유럽 크로아티아에서 격년제로 열리는 이 영화제는 안시(프랑스) 히로시마(일본) 오타와 (캐나다) 영화제와 함께 4대 국제 애니메이션 영화제로 꼽힌다. 올해 영화제에서는 이밖에 이성강 감독의 ‘오늘이’가 우수상을 받았다.



이윤정 영화 칼럼니스트 filmpool@naver.com


입력시간 : 2004-06-30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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