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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문주란
초여름이면 흐드러지는 저 흰 꽃들



여름인가 보다. 바닷가에 핀 흰 꽃들의 무리가 장관을 이룬 토끼섬 문주란 모습을 보니 푸른 제주의 앞바다가 몹시 그리운 것을 보니.

천연기념물 문주란은 생각보다 아주 가깝게 우리 곁에 있는 식물이다. 하지만 정확히 제대로 알고 있는 이가 드문 식물이기도 하다. 우선 문주란이라는 이름(물론 저음의 가수 문주란과는 다르다)을 보면 이름 끝에 난(蘭)이 붙어 난초의 일종이려니 싶지만 난초는 아니고 정확히 말하면 수선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또 하나, 문주란은 그저 꽃을 보기 위해 화분에 심어 가꾸는 화훼 식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 또한 잘못된 생각이다. 문주란은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제주도 남쪽 바닷가 하도리란 곳엘 가면, 그 바닷가 앞에 서서 저만치 앞에 보이는 토끼섬이란 섬에 수 없이 많은 포기들이 군락을 이루며 자라는 야생 식물이다. 이 섬의 이름이 토끼섬이 된 이유도 길쭉한 섬, 가득히 문주란 꽃이 피면 마치 흰색의 토끼의 모습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 난섬’이라고도 했는데 이 역시 문주란이 난초의 일종이라고 오해한 나머지 붙여진 이름이다. 토끼섬의 문주란 군락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함은 물론이고, 이 식물이 자라는 전세계의 분포지 중에서 가장 북쪽에 분포하는 북한계지(北限界地)의 식물로 지정되어 보호되고 있기도 하다.

사실, 문주란은 집안 자체가 우리나라와 같은 온대지방에서 자라는 식물이 아니다. 본래 이 식물의 원종은 고향이 아프리카인데 해류를 따라 멀리 이곳 아시아까지 흘러와 고향에서와는 약간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 구슬처럼 둥근 열매속에 역시 둥근 종자가 들어 있는데 그 껍질이 해면질을 포함하고 있어 물에 잘 뜰 수 있는 특징을 가진다.

문주란은 꽃대를 올리면 허벅지 높이쯤 크고, 잎은 줄기 아래서 포개어져 사방으로 펼쳐져 시원한 느낌을 주는데 상록성이어서 그 멋스러움을 항상 즐길 수 있어 좋다. 꽃은 희고 가는 꽃잎을 하지만, 큼직한 꽃들이 우산살처럼 모여 달려 아주 보기에 좋다.

그러나 한때는 토끼섬에서 문주란이 거의 사라져 간 때도 있었다. 너무 귀하고 아름다운 나머지 문주란을 탐낸 사람들이 몰래 배를 타고 들어와 마구 캐 갔기 때문이다. 문주란을 섬에 가두기만 하여 지키고자 할 때는 점차 사라지더니, 이제 열심히 키우고 대량으로 증식하여 길가의 화단에도 베란다의 화분에도 언제나 만날 수 있는 친한 식물이 되어 버렸다. 그래서인지 문화재보호법을 어겨가며 섬에 가서 이를 훼손하는 이도 없어졌다. 정말 바람직한 식물 보전이란 막으려고만 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연구 개발하여 보급하고 자생지는 고스란히 놓아두는 것이라는 것을 잘 말해 주는 대목이다. 또 약재로도 쓰이는데 잎에 진통·해독 기능이 있고, 두통ㆍ 관절통 등에 사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여름이 무르익을 무렵이면 순백의 문주란 꽃들은 초록빛 잎새 위에, 푸르른 바다를 배경 삼아 끝없이 펼쳐진다. 가녀린 꽃잎들이 모여 피어나 모양새는 풍성함 그 자체다. 꽃이 필 무렵, 은은한 꽃향기는 썰물때면 이어지는 뭍으로까지 흘러온다. 여름의 바다엔 원색과 흥분만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이렇게 섬세한 감각으로 고즈넉히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식물과 조우할 기회도 있다는 것을 기억했으면 싶다.



이유미 국립수목연구원 ymlee99@foa.go.kr


입력시간 : 2004-06-30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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