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탐구 통한 인간 본질의 이해

[Books] 감각의 박물학 外
감각의 탐구 통한 인간 본질의 이해

■ 감각의 박물학
다이앤 애커먼 지음ㆍ백영미 옮김
작가정신 발행ㆍ2만2,000원

“남자들에게 예쁜 여자의 사진 여러 장을 보여준 결과, 남자들은 동공이 풀려 있는 여자들의 사진을 크게 선호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그런 여인의 사진을 본 남자들의 눈동자는 약 30% 가량 확대되었다. 이것은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나 빅토리아 시대의 영국 여인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 시대의 여성들은 신사들과 외출하기 전에 벨 라돈나(가지과의 유독성 식물) 한 방울을 눈 속에 떨어뜨려 동공을 확대시켰다.”

‘감각의 박물학’의 저자인 다이앤 애커먼이 인간의 정신과 행동에서 ‘시각’이 차지하는 중요성을 설명하기 위해 든 예의 하나다. ‘미각’을 다룬 글에서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식사시간이 없다면 가슴 뛰는 구애는 어떻게 되었을까? 음식은 왜 섹시할까? 프랑스 여자는 왜 연인을 몽 프티 슈(나의 작은 양배추)라고 부르는 것일까? 미국 남자는 왜 섹시한 여자를 크럼펫(핫케이크의 일종)으로, 아니면 타트(과일 파이)라고 부르는 걸까? 성적 굶주림과 육체적 굶주림은 항상 함께 다녔다. 사나운 이 욕구는 예부터 기근과 전쟁 속에서도 우리를 지배했다.”

‘감각의 박물학’은 이처럼 책 제목 그대로 인간의 오감, 즉 후각 촉각 미각 청각 시각에다가 공감각까지, 여섯 가지 감각이 만들어지고 성장하고 변화하고 소멸하는 모든 과정을 박물지처럼 써내려간 책이다. 저자는 도발적이고 거침없는 문장으로 동서고금의 문학 미술 음악은 물론 철학 인류학 자연과학의 지식을 넘나들며 인간의 감각을 해부하고 또 다독거린다.

“감각이란 세계와 나 사이에 놓인 창이다. 나는 창을 통해 세계를 본다. 세계와 만남으로써, 세계와 나와의 관계를 인식함으로써, 나라는 존재에 가닿는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의 감각에 대한 탐구는 다름아닌 나, 즉 인간에 대한 이해와 같은 말이다. 동서양 문화와 역사적 일화에 대한 박물지적인 지식의 동원, 능수능란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는 솜씨까지 얹혀져 전체 472페이지나 되는 두터운 책이 한 편의 긴 에세이처럼 읽힌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키스는 로댕의 조각 ‘키스’(사진)일 것이라며 인간의 키스의 진화 과정을 살피며 촉각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클레오파트라가 안토니우스를 만났던 침실 바닥에 장미 꽃잎이 50㎝나 깔려 있었다는 일화로 ‘장미에 미쳤던’ 고대 로마의 모습을 전해주며 후각을 자극한다. 18세기 영국의 사디즘적인 요리법 등 미각을 만족시키려는 인간의 욕구는 쾌락주의 철학자 에피큐로스의 말에 집약된다. “누구를 위하여 꽃들은 피어나고, 신들은 누구를 위하여 만물을 번창하게 하는가? 신이 내린 다채로운 기쁨에 몰두하는 것이야말로 신을 기쁘게 하는 길이다.”

저자 애커먼은 미국 코넬대 교수, 시인이며 ‘뉴요커’ 지 컬럼니스트이기도 하다. 독특한 자연주의적 감성과 철학적 사색이 담긴 글로 존버로즈 자연문학상, 미국시인협회의 피터 라반 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세상은 얼마나 황홀하고 감각적인가” 하는 문장으로 책을 연 그는 서문에서 이렇게 집필 의도를 말하고 있다.

“우리는 삶의 결을 다시 느껴야 한다. 20세기를 산다는 것은 대개 직접적인 삶의 감각을 피해 황량하고, 단순하고, 엄숙하고, 금욕적이며, 사무적인 일상으로 찌그러지기 위한 노력이었다. 그러한 일상에 부적절한 또는 심미적인 정열 같은 것은 없다. 우리는 자신이 동굴 생활을 하던 시기에서 수백만 년을 우회하여 정장에 넥타이를 맨 혹은 스타킹에 속치마를 갖춰 입은 고도로 진화한 생물이라고 생각하고는 하지만, 우리의 육체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인간은 여전히 넘치는 아름다움과 공포 속에서, 바로 자신의 맥박 위에서 세상을 지각한다.”

저자가 풀어놓은 감각의 난장 같은 이야기판을 따라가다 보면 독일 작가 파크리크 쥐스킨트가 냄새를 소재로 쓴 소설 ‘향수’나, 일본 작가 무라카미 류가 미각을 성적 상상력과 절묘하게 결합시킨 ‘달콤한 악마가 내 안으로 들어왔다’ 같은 책들이 다시 읽고 싶어진다.


[책꽂이]

■ 서울에서 서울을 찾는다/ 홍성태 지음

참여연대 정책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사회학자 홍성태의 서울 만보기(漫步記). 서울 토박이라는 그가 도심과 골목길 곳곳을 걸어다니며 발견한 서울의 모습, 상처와 환부, 그 치유책을 제시했다.

저자는 지난 100년간 서울이 겪은 변화는 한마디로 '서울을 없애는 변화'였다고 말한다. 6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역사ㆍ생태도시가 일본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짐승을 잡아 해체하듯이 치밀하게 파괴'됐고, 박정희 정권의 근대화는 청계천 복개 등 '일제 때보다 훨씬 더 대규모로 조직적인 파괴'를 자행했다고 본다. 서울시청 앞 잔디광장 조성이나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버스 체제 개편 등도 '개발업자의 예산낭비형 전시행정'으로 도마에 오른다.

서울을 '난민의 도시'에서 '시민의 도시'로 바꾸기 위해서는 제도 변화와 함께 행정당국과 전문가를 감시ㆍ비판하는 시민 참여가 절실하다고 역설한다. 궁리 발행ㆍ1만5,000원.


■ 초의선사의 동다송/ 김대성 엮음

초의(草衣ㆍ1786~1866) 선사의 '동다송(東茶頌)'은 우리 전래 차(茶) 문화를 집대성한 고전이다. 차의 기원과 차나무의 생김새, 차의 효능과 제다법, 중국의 고사와 전설, 우리 차의 우월성 등을 31수의 칠언절구 시로 풀어내고 각 구에 자세한 설명을 달았다. 그러나 현존 '동다송'의 세 가지 판본은 모두 초의 선사가 직접 쓴 정본이 아닌 필사본으로 오탈자 등이 문제로 지적돼왔다.

이 책은 한국일보 문화부장 등을 지낸 언론인 김대성 (사)한국차인연합회 고문이 2002년 송광사에서 새롭게 발견된 다송자(茶松子ㆍ1861~1930) 스님의 '동다송' 필사본 전문을 소개ㆍ해설한 것이다.

다송자는 차시 80여 수를 포함해 1,100여 수의 자작시를 '백열록(栢悅錄)' 등으로 남긴 송광사 스님. 엮은이는 "다송자가 필사한 '동다송'은 초의 선사가 생각한 차의 세계와 철학을 고스란히 잇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다. 동아일보사 발행ㆍ2만7,000원.


■ 몸짱 공부짱/ 황치혁 지음

서울 강남에서 '황앤리 한의원'을 운영하면서 수험생의 건강과 학습 등 생활 전반을 컨설팅하는 입시매니저로도 알려진 한의사 황치혁의 수험생 건강관리 지침서.

황앤리 한의원은 올해 5월 서울시내 고교 2, 3학년생 1,086명(남학생 585명, 여학생 501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조사결과 수험생들은 여학생 3.28개, 남학생 2.19개로 평균 2.7개의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질환이 첫번째였고 두통, 만성피로, 요통, 잦은 감기가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하는 대표적 질환으로 꼽혔다. 소화불량, 생리통, 과민성대장증후군, 어깨결림, 변비가 6~10위. 황 원장은 책에서 이들 질환의 극복 방법,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는 건강관리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준다. 또 '얼짱'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외모 콤플렉스, 휴대폰 문자 메시지와 컴퓨터 사용, 흡연과 음주, 시험병과 스트레스 등 수험생들의 고민거리에 대한 대처법도 일러준다. 황&리 발행ㆍ1만1,000원.


[신간안내]

▲ 바람난 중국

"중국에는 지금 자본ㆍ소비ㆍ의식혁명의 3가지 바람이 불고 있다." 중국의 변화를 중국인의 생활과 소비 행태를 중심으로 생생하게 살펴 한국 기업에 비즈니스 아이디어를 주는 책. 배연해 한중경제정보교류센터 대표 지음. 창해 발행ㆍ1만3,500원.





▲ 세계를 매혹시킨 반항아 말론 브랜도

최근 사망한 말론 브랜도의 전기. 1999년 '타임' 지가 20세기 최고의 배우로 선정한 그의 출생부터 배우로서의 재능과 명성, 인간적 내면과 갈등을 '대부' 등 주요 작품과 연기에 초점을 맞춰 그렸다. 패트리샤 보스워스 지음. 푸른숲 발행ㆍ1만4,000원.




▲ 스티븐 호킹ㆍ과학의 일생

스티븐 호킹의 열정적인 삶을 담은 책. 루게릭 병에 걸려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건 손가락 두 개뿐인 그가 현대 물리학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바꿨는지, 불굴의 인생과 첨단 물리학 이론을 함께 소개한다. 뗌謙??鉗?卉?그리빈 지음. 해냄 발행ㆍ1만3,000원.




▲ 8박9일

부제 '단돈 50만원으로 해외에서 귀족처럼 살다 오기'. 시인이자 여행작가인 김완준이 꼼꼼하게 안내하는, 값싸고 알차게 즐길 수 있는 태국 베트남 캄보디아 인도 등 동남아 여행 20선 가이드. 디드로 발행ㆍ1만2,800원.





▲ 만들어진 전통

석학 에릭 홉스봄 등이 18세기 이래 서구 사회의 전통 만들기를 고찰한다. 영국 왕실 의례나 각국의 국기ㆍ국가 등 오랜 전통으로 여겨지는 것들이 사실은 허상이며 근대 국가의식과 민족주의의 산물임을 밝힌다. 박지향 등 옮김. 휴머니스트 발행ㆍ2만5,000원.

하종오 기자


입력시간 : 2004-07-19 10:34


하종오 기자 joh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