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은한 향기, 구수한 밥맛 대나무통밥

[맛이 있는 집] 구례 지리산 대통밥
은은한 향기, 구수한 밥맛 대나무통밥

얼마 전에 구례와 지리산, 섬진강 일대를 여행할 일이 있었다. 구례는 언제나 좋은 느낌을 주는 곳이다. 든든한 지리산과 정겨운 섬진강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히 지리산은 넉넉하고 푸근하며 또한 정겹다. 설악산이 고운 여인을 보는 듯한 느낌이라면 지리산은 그리운 어머니를 연상시킨다. 너른 치마 자락에 아이들을 주렁주렁 매달아 키운 우리네 어머니처럼 지리산은 너른 산자락마다 온갖 짐승과 나무, 새, 꽃들을 키운다. 거기에 사람 사는 마을까지 흩뿌려 놓았다.

그 지리산 자락으로 여행을 떠난 것이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대찰 화엄사. 지리산 일대에서 가장 오래된 고찰이자, 규모 면에서도 최고다. 보유한 국보, 보물의 수도 상당하다. 이런 모든 것을 제외하고라도 화엄사 자체의 멋스러움이 사람들의 발길을 불러모은다.

화엄경에서 앞의 두 글자를 따서 절 이름을 지었다는 화엄사는 백제 성왕 22년(544년)에 연기조사가 지었다고 하니 그 역사만 해도 1500년에 이르는 셈이다. 일주문을 지나면 금강문이 나오고 계단을 오르면 천왕문에 다다른다. 사천왕상을 보고 다시 계단을 오르면 보제루가 나오는데 다른 사찰에서처럼 누각 아래를 통과하는 것이 아니라 독특하게도 누각 옆으로 돌아 절 마당으로 들어가는 식이다.

마당에는 두 개의 탑이 놓여 있는데 일직선이 아니라 약간 사선 방향이다. 동쪽 탑 옆에 놓인 계단을 오르면 대웅전, 서쪽 탑 옆 계단을 오르면 각황전이다. 대웅전과 각황전은 같은 높이에 지어진 것으로 화엄사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개의 법당이다. 대웅전 뒤에 놓인 거대한 구시(절에서 대중들의 밥을 담는 통)는 과거에 이 절이 얼마나 큰 규모였던 가를 짐작하게 해준다.

화엄사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전에 식사할 곳을 찾아 들어간 곳이 ‘지리산 대통밥’ 집이었다. 지리산 대통밥 집은 화엄사 앞에 즐비한 식당들 가운데서도 맛 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이름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대통밥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다. 대통밥에 온갖 산나물이 따라 나오는데, 이는 마치 산채 정식을 주문한 것 같다.

대통밥은 지을 때 지름이 밥공기 만한 굵은 대나무를 이용한다. 길쭉하게 잘라 그 안에 쌀, 조, 수수, 흑미, 찹쌀, 대추, 밤, 잣 등을 씻어 넣고 죽염으로 간을 약간 한 다음 한지로 덮어 가마솥이나 압력솥에 넣고 찌면 고슬고슬하고 쫀득한 대통밥이 완성된다.

대통밥에는 고유의 향기가 있는데 이는 대나무 수액이 흘러나와 밥에 스며든 것이다. 대나무는 체내에 축적된 독과 열을 제거하고 중풍 소갈에 좋으며 장기를 청결하게 만드는 효능이 있다. 대통밥은 밥맛도 훨씬 좋으면서 건강에도 이로운 음식이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이 식당은 죽염요리 연구가인 강양례 씨가 직접 죽염으로 간을 맞춘다고 한다. 주 요리뿐만 아니라 밑반찬을 만들 때도 소금이 필요한 경우 죽염만 사용한다고. 화학조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몸에 이로운 재료와 양념을 이용해서 그런지 음식 맛이 유난히 깔끔하다.

반찬으로 나오는 산나물들도 하나 같이 맛있다. 취나물 고사리나물 호박나물 등 대여섯 가지가 큰 접시에 담겨 나온다. 죽염으로 간을 해서 그런지 텁텁한 양념 맛이 없고 대신 음식 재료의 맛이 잘 살아있다.

* 메뉴 : 특식 15,000원, 대통밥 10,000원, 산채백반 8,000원, 대나무약닭 30,000원.
* 연락처 : 지리산 대통밥 ☎061-783-0997
* 찾아가기 : 남원을 거치거나 하동을 거쳐 구례 읍내로 간다. 읍내 조금 못 미쳐 냉천 삼거리에서 화엄사 표지를 따라 우회전, 18번 국도를 따라 5분 정도 가면 마광 삼거리에서 직진. 화엄사 주차장 조금 못 미쳐 도로 왼편에 지리산 대통밥 간판이 보인다.

입력시간 : 2004-07-20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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