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후의 웰빙보감] 음허증과 양기


요즘 김영삼 대통령의 얼굴이 매체에 자주 등장한다. 항상 느낀 것이지만 김영삼 대통령의 얼굴은 붉은 기운이 많이 돈다. 얼굴 특히 관골(광대뼈) 부위에 붉은 기운이 뜨는 것은 음허(체액이 부족한) 증상을 나타내는 것으로 본다. 전에 청와대에 있을 때도 조깅을 매일 했다고 한 것을 보면 체력에 비해 땀을 많이 흘리는 운동을 한 것 같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진액은 적은데 반해 땀을 과다하게 많이 흘리는 타입이면 훨씬 빨리 피로를 느끼게 되는데 한의학에서는 이를‘음허증’이라 한다.

‘음허증’이 나타나면 자기 전쯤(오후6시에서 12시 사이) 식은 땀이 나기 쉽고, 음허가 계속 심하게 되면 머리가 자주 멍하고 집중력과 지구력이 떨어진다. 아이들의 경우에는 ‘양유여, 음부족(陽有餘, 陰不足)’이라 하여 자주 음허의 증상을 보인다. 흔히 변이 약간 굳고 입술이 잘 붉으며 물을 잘 마신다. 쉽게 지쳐서 지구력이 부족하며 저녁에 잘 때 땀을 많이 흘린다. 그러나 이런 증상은 아이들이 클 때 일시적으로 나타나고 적절하게 한약을 먹이거나 푹 쉬게 하면서 잘 먹이면(주로 방학 때를 지나고 나면) 쉽게 회복된다.

반면 어른의 경우 음허가 되면 얼굴의 광대뼈 부위가 쉽게 붉어지고 지구력이 약해지며 짜증을 잘 내는데 성욕은 오히려 항진된다. 그러나 항진된 성욕에 반해 성적 지구력이 약해지거나(조루) 아니면 관계를 가진 후 전에 비해 피곤해 하고 다음날 컨디션도 별로 좋지않다. 남성뿐 아니라 여성도 허리에 묵직한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한번은 친구가 기운이 허한 것 같아 몸을 보하는 한약을 지어달라고 해 진찰을 하고 약을 보냈다. 얼마 후 갑자기 전화로 큰일 났다는 것이다. 들어 보니 본인은 거의 매일 관계를 하는 편인데 약을 먹고 난 후 갑자기 관계가 안 된다는 것이다. 그 친구의 경우가 바로 음허의 증을 갖는 경우인데 성욕은 항진돼 매일 관계를 갖는 반면 관계를 가진 후 다음날 피로를 많이 느끼는 증상 그대로여서 진액을 채우고 항진된 성욕을 가라앉히는 처방을 했다. 성적인 욕구와 반응이 변하니까 매우 걱정했던 모양이다. 시간이 흐른 후 친구는 피로도 없어졌고 성욕도 다시 회복되었으며 힘도 더 좋아진 것 같다고 고맙다고 했다.

한의학적으로 인체를 치료한다는 것은 항상 일정한 균형된 상태로 몸을 유지하도록 하는 것인데 지나치게 항진되어 있으면 가라앉히고 가라앉아 있으면 적절하게 항진 시켜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맞추게 하는 것이다.

옛날 어른들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양생’이란 것을 강조하였다. 양생이란 生을 養한다(생명을 잘 받들고 배양한다)는 뜻으로서 양생의 큰 원칙은 중용의 도를 지키는 것에 있다. 하루 중에는 낮에 일하고 밤에 자는 것이며, 계절로는 봄 여름은 활동하고 움직여야 하며, 가을 겨울은 안정하고 쉬어야 건강을 유지 할 수 있는 것이다.

나이에 따라서는 어린이는 적당히 움직이고 뛰어 노는 것이 정상이고, 중장년을 넘어서면 적당히 앉거나 누워서 몸을 적절히 쉬고 안정을 취하는 것이 양생의 도이다.

그런데 김영삼 전 대통령은 나이에 비해 지나치게 운동량이 많은 조깅을 매일 하셨으니 힘이 들고 결과적으로는 체액 균형이 깨지면서 (음허증) 광대뼈부위에 붉은 기운이 많이 돌게 된 것이다. 지나치게 힘든 운동은 노동이다. 이런 노동 같은 운동이 많으면 몸은 항상 탈을 내기 마련인데 사람에 따라서는 병이 될 수도 있고 아니면 슬럼프같이 느껴져 안 좋은 컨디션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이를 운동 중독증이라 한다)

항상 무엇이든 계절과 낮과 밤과 나이와 환경에 맞게 지나치지 않은 자기 관리가 건강을 유지하는 기본이란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의학적인 치료는‘양생’의 도에 어긋난 것을 잡아주고 조화롭고 균형 있는 몸 상태를 만들어 주는 것인데 이 것이 다름 아닌 ‘불로초’와 같이 늙지 않는 노화방지 치료인 것이다.

입력시간 : 2004-07-28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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