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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즐겁다] 삼척 응봉산 용소골
인간의 발길 거부했던 미지의 협곡 대탐험
우리나라 최후의 비경지대, 바위병풍 압권




용소골은 전체가 커다란 통바위로 이루어진 계곡이다. 비가 내려 수량이 불어나면 피할 곳이 거의 없으므로 답사에 나서기 전에 일기예보를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낙동정맥상의 삼척 응봉산(999m)은 표고도 높지 않은 편이고 산세도 비교적 순해 보이지만, 겉에서 보기와 달리 용소골, 구수골, 재량박골 등 절경의 계곡을 여럿 품고 있다. 그 중 삼척의 가곡천으로 흘러드는 용소골은 무인지경의 비밀스런 곳에 꼭꼭 숨겨져 있는 우리나라 최후의 비경지대 중 하나로 꼽히는 계곡이다.

14km에 걸쳐 비경이 펼쳐지는 용소골. 장장 14km에 이르는 용소골은 바위 병풍을 굽이 돌 때마다 새로운 장관이 쉼 없이 펼쳐진다. 주민들은 이무기가 된 용이 승천하면서 용틀임할 때 이 용소골이 생겼다고 말한다. 폭포와 소(沼)가 세 개나 버티고 있는데 깊이를 예측할 수 없는 검푸른 소에서는 사나운 용이 금방이라도 머리를 솟구치며 올라와 자기 영역에 들어선 인간에게 호통을 칠 것만 같다. 거기에 흙 한 점 없는 ‘통바위 협곡’을 울리며 쏟아지는 폭포수의 무시무시한 굉음도 미지의 세계에 들어선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켜준다.


- 전문 산악인들만 찾던 고난의 코스

하지만 용소골은 길이 험해 예전엔 몇몇 전문 산악인들만 소리소문 없이 답사하던 곳이었다. 그러다 최근에 들어서 그 절경이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해 일반인들의 발길도 적지 않은 편이지만 아직도 완전히 돌파하기엔 그리 수월치 않다. 폭포 바위벽을 타고 지나야 하는 등 길도 온전치 않은 데다 몇 년 전 태풍으로 수해를 입는 바람에 철계단도 많이 훼손되었기 때문에 경험이 많지 않은 등산인에게는 다소 힘든 것은 사실이다. 또 상류에서 갑자기 폭우가 내려 물이 불어나면 피할 곳이 없으므로 이 협곡을 답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길을 잘 아는 등산인과 동행해야 한다.

강원도 화전민들이 살던 가옥 구조를 살펴볼 수 있는 신리 너와집.



덕풍마을에서 용소골을 경유해 정상까지 다녀오거나 동쪽의 구수곡으로 넘어가는 코스는 최소 1박 2일은 잡아야 한다. 안전에 유의해 이곳을 답사한다면 한국 최후의 비경을 감상했다고 여기면 된다. 그렇다고 해서 지레 겁을 먹고 용소골을 포기할 필요는 없다. 덕풍계곡에서 제1용소까지는 산행 경험이 많지 않은 사람도 비교적 수월하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까지만 다녀와도 용소골의 비경을 어느 정도 엿본 게 된다. 다만 제1용소 5분쯤 못 미친 하류 구간은 몇 년 전 수해로 철다리가 끊겨 조금 위험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만약 이 구간을 돌파하지 못했다 해도 서운해하지는 말자. 이곳까지만 해도 다른 데서는 보기 쉽지 않은 경관이 펼쳐져 있고, 용소골 하류 분지에 터를 잡은 덕풍마을의 산골 풍광도 괜찮기 때문이다.


- 화전민의 숨결이 남아있는 너와집

용소골 입구에서 416번 지방도를 타고 태백 방향으로 10km쯤 달리면 강원도 산골 가옥의 특성을 살필 수 있는 신리 너와집(중요민속자료 제33호)이 반긴다. 화전민들이 많이 살던 강원도 산간벽촌은 투막집을 비롯해 너와집과 굴피집 등이 발달했는데, 백두대간과 낙동정맥의 깊은 산간에서 불을 놓아 옥수수와 감자 심던 화전민들은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거의 이런 너와집에서 살았다.

사람들은 너와집이나 굴피집의 여기저기 물이 샐 것 같은 지붕과 바람 드나드는 허술한 판자벽을 보곤 의아해한다. 그러나 맑은 날 조금씩 틈이 벌어져 있던 지붕은 습기를 머금게 되면 부풀어서 물샐 틈 없는 완벽한 지붕이 되고, 겨울엔 눈이 덮이면서 그 무게에 눌려 틈이 없어진다. 허술한 판자벽도 겨울철엔 땔감으로 쓰는 장작을 뱅 돌아가며 쌓아놓으니 걱정할 게 없다. 맑은 여름밤에는 지붕 틈새로 반짝이는 별들도 볼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자연친화적인 가옥은 없을 듯하다.

삼척 응봉산 용소골의 제1용소.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가 시원하다.

이곳에서 승용차로 20여분 거리에 있는 심포리의 미인(美人)폭포도 한번쯤 들러 볼 만하다. 급경사를 5분쯤 내려서면 폭포수 쏟아지는 소리가 점차 가까워지는데, 문득 눈앞에 붉은 바위벽이 나타난다. 30m 정도의 희디흰 물줄기가 붉은 협곡 사이로 쏟아지는 모습은 화장 곱게 한 미인을 연상케 한다.

폭포에 얽힌 전설 역시 아름다운 여인과 관계가 있다. 옛날 폭포 부근 높은 터에서 한 여인이 살았는데, 백년 만에 한번 태어난다는 절세 미인이었다. 그런데 남편이 병으로 죽자 그 여인은 삼년상을 치른 후 그리움에 사무친 나머지 결국 이 폭포에서 뛰어내리고 말았다고 한다. 이외에도 폭포 옆에 살던 예쁜 처녀가 약혼만 하면 신랑감이 까닭 없이 죽어나가자 이를 비관해 결국 폭포에서 자살을 했다는 전설도 전한다.

미인폭포는 태생부터도 여느 폭포들과 다르다. 폭포수가 만든 ‘통리협곡’은 1만평쯤 되는 대지에 길이 10km, 높이 270m에 이르는 깊은 골이 패여 있는데, 전문가들은 통리협곡의 생성과정도 그랜드 캐니언과 비슷하다고 진단한다.



* 숙식 : 용소골 초입엔 모르쇠농원(033-572-4424) 등 민박집이 여럿 있다. 2인1실 3만원. 식당은 찌개백반과 삼겹살구이 등의 상차림을 하는 통나무집(033-573-0777)을 비롯해 몇 집이 있다. 좀더 자세한 정보는 삼척시 홈페이지(www.samcheok.go.kr)를 참조하거나 관광개발과(033-570-3542)에 문의.

* 교통 : 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 동해IC→7번 국도→삼척→근덕→원덕 삼거리(우회전)416번 지방도→23km→풍곡리 삼거리(좌회전)→매표소→덕풍계곡(6km)→덕풍마을→용소골. 풍곡리 매표소에서 416번 지방도를 타고 태백 방향으로 달리다보면 신리 너와집과 미인폭포를 만난다.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


입력시간 : 2004-08-11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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