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후의 웰빙보감] 동전의 양면같은 질환


요즈음 정가에서는 ‘흑백논리’라거나 ‘올인(All in)’ 정국이라거나 하는 말들이 많이 오간다. 한의사들은 인체를 이해할 때 어떠한 ‘상대성’으로 이해한다. 그 ‘상대성’의 잣대가 바로 음양이론 이다. 예를 들면 우리가 지나치게 열이 있으면 차게 해주는 것이나 추우면 따뜻한 것을 좋아한다는 것도 어떠한 상대적인 균형을 맞추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의학적인 질병분석 방법인 ‘음양론’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이분법적인 흑과 백의 논리가 아닌 ‘상대성’으로 질환을 이해하려 한다. 즉 ‘음’ 안에도 다시 음의 성질과 양의 성질이 있고 적절히 넘치지 않는 조화와 균형을 필요로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흔히 ‘사상체질’이라 하여 많이 알려져 있는 체질론도 사람을 ‘음’적인 타입과 ‘양’적인 타입으로 나누고 각각의 타입 안에 다시 음적인 경향과 양적인 경향을 다시 구분하여 4가지 타입을 정하고 이를 소양인, 소음인, 태양인, 태음인으로 구분한 것이다.

우리가 ‘아프다’는 것도 무언가가 부족해서 오는 경우도 있겠지만, 차고 넘쳐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도 많다. 항상 아프면 아픈 부위만 생각하고, 다른 원인을 생각하지 못하며, 혹 어떤 원인을 생각하였다 해도 단순히 그 원인 하나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질병을 치료하는 의사는 항상 문제의 양면을 생각하게 된다. 효과가 있으면 부작용을 생각하고, 겉이 아프면 속의 원인은 없는지를 생각해 본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다급할 때에는 문제가 생기는 ‘음’적인 측면과 ‘양’적인 측면 모두 생각할 수 있는 유연함이 항상 부족하다. 이런 경향으로 보아서 요즈음 정가의 진단과 처방은 ‘상대성’이 부족하고 지나치게 경직되어 정치에서도 ‘질병’의 본질에 접근하지 못하고 해법을 내놓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한다.

요즈음 화두는 ‘웰빙’이라 하지만 ‘미래의 화두’는 무엇일까? 어떤 사람들은 DE-TOX(해독)이라 한다. 우리의 질환도 과거에는 ‘못 먹고 못 입고’ 하는 ‘부족’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면, 미래는 항상 지나치게 많이 섭취하는 ‘과잉’으로 인하여 독소가 잘 배출되지 못하여서 병이 오고 있다고 보는 것이다. 무엇인가 과잉이 되어 있으면 쏟아 내버리고 부족하면 채워야 하는 것이 한의학적인 치료이고 진단이라면 나는 여기에도 마찬가지 논리로 ‘중용의 도’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모든 질환이 독소에서 비롯된다거나 모든 질환은 허증에서 비롯된다거나 하는 논리는 상대성 측면에서 상당히 문제가 있다고 본다.

미래의 의학적인 화두가 ‘해독’치료에 있다지만 항상 ‘과잉’이 원인이 되어서 오는 질환이 있는 반면 반드시‘부족’이 원인이 되는 질환도 있을 수 있으며 ‘부족’도 ‘과잉’도 아닌 어떤 부분은 ‘부족’으로 어떤 부분은 ‘과잉’으로 질병이 올 수도 있는 중간지대도 있다는 것을 잊으면 정말로 질병을 치료할 수 없다는 것이다.

‘노화’의 원인도 분명히 ‘부족’과 ‘과잉’이 있는 동전의 양면과 같이 원인이 하나는 아니며 허약한 것은 ‘보’하고 넘치는 것은 덜어내주는(해독요법으로 ‘사’하는) 방법이 같이 적용될 때 효과적으로 건강하고 활력이 있는 인생을 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한의학에서 질병을 진단할 때 ‘팔강변증’(여덟 가지의 질병을 분류하는 규율)이라 하여 질병을 다면적으로 분석하는 ‘辨證(변증)’적인 진단 방법을 사용한다. ‘팔강(여덟가지 규율)’이란 음적인 것과 양적인 것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동시에, 찬 것과 더운 것으로 나누기도 하며, 병을 체표 부위의 질환과 심층부 오장육부의 이상으로 나누고, 병의 원인이 허약한 원인과 지나치게 열이 있고 항진되어 나타나는 것으로 나누는 규율이다.

이렇게 하나의 질환을 여덟 가지 규율에 따라 다면적으로 분석하고 분류하여 질병의 원인에 접근하고 치료한다. 여기에는 ‘상대성’이 충분히 반영되게 되며 마치 ‘씨줄과 날줄’이 같이 어우러져야 훌륭한 옷감이 되듯이 질병의 원인을 분석하여 문제를 제거하는 치료에 접근하는 것이다.

우리 생활가운데 부딪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을 ‘상대성’을 지닌 잣대로 분석하고 비판하며 해결점을 찾아나간다면 지금 우리나라가 힘들게 앓고 있는‘총체적인 정치경제적 시행착오’는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입력시간 : 2004-08-18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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