곱고 향기로운 '해변의 장미'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해당화
곱고 향기로운 '해변의 장미'

여름이 간다. 비 그치고 난 뒤, 그 말미에 부는 바람이 한결 시원하다. 다시 볕이 든들, 이글이글 타오르던 뜨거움도 할 풀 죽을 것이고, 북적대던 여름바다의 사람들도 썰물처럼 차츰차츰 물러갈 것이다.

언제인가 아득히 멀게 느껴지는 여름을 준비하던 그때부터 하나 둘 꽃을 피우기 시작하여 이제 여름과 함께 꽃피우기를 멈춘 나무가 있는데 바로 해당화이다. 진분홍빛의 탐스러운 꽃송이들은 모래땅에 뿌리를 박고 아스라이 먼먼 바다를 바라보며 언제나 그렇게 피어나곤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당화의 계절이 모두 간 것은 아니다. 아직 푸른 잎들은 여전히 싱그럽고, 탐스럽게 달린 주홍빛 열매들은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하며 오래오래 달려 있을 터이니 말이다.

해당화는 장미과 장미속에 속하는 낙엽이 지는 작은키나무이다. 해당화라고 하면 워낙 꽃에 주목하여 식물을 생각하다 보니 풀이려니 생각하기 쉬운데 실은 나무이다. 우리가 정원에 심는 장미야 수많은 야생장미들을 서로 피를 섞고 선발하여 만든 원예품종들이고, 또 우리나라의 야생의 장미 가운데 들이나 산에 핀 장미라면 찔레를 들겠지만, 해변의 장미라면 누가 뭐래도 해당화를 꼽을 수 있다. 식물학적으로 장미와 한 집안이다. 그러니 그 꽃이 아름답고 향기로운 것을 따로 말할 필요가 있으랴 싶다.

어머니의 이름이 해당부인이어서 이 꽃의 아름다움을 노래하지 못했다는 두보를 제외하고는 정말 수많은 시인들이 해당화를 칭송한 것은 당연하다. 우리가 어렸을 때나 지금의 아이들이나 ‘해당화가 곱게 핀 바닷가에서’라며 노래를 부르는 일도 정말 당연하다. 해당화의 꽃말이 ‘미인의 잠결’인데, 지난 밤에 마신 술 탓에 잠에서 덜 깨었지만 여전히 발그레하게 아름다운 자신의 모습을 해당화에 비유한 양귀비와 당 현종의 이야기에 유래를 두었다고 한다.

해당화는 그 유명한 명사십리 해안가부터 동으로 남으로 그리고 서해안 백령도까지 바닷가에서 자란다. 사람들이 약이 된다 하여 캐어내지 않았다면, 해안을 개발이라는 이름하에 석축을 쌓고 포장하여 변형시키지 않았다면 여름이면 해안에서 지천으로 볼 수 있었을 우리 식물이련만 이제 그래도 무리지어 자라는 것을 만나려면 신두리 해안같이 아직 손이 타지 않은 곳에서나 실컷 볼 수 있게 된 참으로 곱디 고운 우리꽃이다.

쓰임새도 요즈음에는 정원에나 바닷가 공원에 많이 심는다, 바닷가엔 꽃도 열매도 아름답고, 짠 바닷바람에도 잘 견딜 터이니 이보다 더 좋은 조경소재는 없을 듯 하다. 향기가 좋아 향수같은 화장품의 재료로 뿌리와 염료나 꽃을 쓰였는데 특히 식용색소로 예전에는 떡이나 전을 만들 때 긴요하게 쓰였다고 한다.

해당화는 매우 중요한 약재이다 한방에서의 생약명은 매괴화라고 하며 고혈압, 위장병, 간의 치료, 월경불순, 치통 등 다양한 증상에 처방이 되고 있다. 특히 관절염에 좋다고 하는 소문이 널리 퍼져 훼손의 원인이 되고 있다.

눈앞의 욕심으로 해당화 곱게 피는 섬마을을 혹은 바닷가를 잃어가는 것은, 지척이 이 고운 해당화를 두고 알아보지 못하고 아름다움과 향기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을 볼 때만큼이나 안타깝다.

입력시간 : 2004-08-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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