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으로 떠나는 박물관 기행

[Books] 한국생활사박물관
책속으로 떠나는 박물관 기행

한국생활사박물관 편찬위원회 지음 / 사계절 발행·전12권, 각 권 1만8,000원

사계절 출판사가 내는 ‘한국생활사박물관’ 시리즈가 11권 ‘조선생활관3’과 12권 ‘남북한생활관’의 출간으로 완간 됐다.

‘ 우리 나라에는 참으로 많은 박물관이 다양한 표정으로 관람객을 맞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그 안에 전시된 유물들은 차가운 유리 뒤에서 박제된 주검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 유물들을 바라보며 우리는 생각했다. 석기 시대에 거친 돌과 뼛조각으로 만든 생존의 도구가, 농경시대에 풀무질로 벼려 낸 쇠 쟁기와 보습이, 산업 시대에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흐르던 공업 제품이, 그것을 사용하던 사람들 손에 쥐어져 박물관을 누비고 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그리하여 옛사람들의 총체적인 생활상을 한 편의 영화처럼 생생하게 들여다볼 수 있다면….’

출판사가 밝힌 이런 기획 의도처럼 ‘ 한국생활사박물관’ 시리즈는 책으로 만든 박물관, 책 속의 박물관을 지향한다. 첫 권 ‘ 선사 생활관’에 이어 ‘ 고조선 생활관’ ‘고구려 생활관’ 등을 거쳐 ‘남북한 생활관’에 이르기까지 12권의 책은 한 권 한 권이 바로 손 안에서 민족의 생활 문화를 감상하고 향유할 수 있게 하는 지상 박물관이다. 역사학 고고학 민속학 인류학 등 관련 학자, 편집자, 디자이너, 화가 등 전문가 400여 명이 6년 동안 제작에 참여했다. 8,600여 매의 원고, 670여 점의 그림, 1,740여 컷의 사진 자료가 한민족의 100만년 생활사를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각 권의 체제는 실제 박물관을 둘러보는 것처럼 꾸며졌다. 각 권의 도입부에 해당하는 ‘ 야외전시’에서는 해당 시대의 역사적 배경을 시원한 이미지와 함께 보여준다. ‘ 주 전시실’에서는 당시의 일반적인 생활상을 이야기, 사진, 그림 등으로 다양하게 되살리고 ‘ 특별 전시실’에서는 생활과 관련된 특별한 유물이나 사실을 색다른 각도에서 깊이있게 담아냈다. 유적 발굴 과정이나 문화 유산의 제작 과정, 과거의 생활상을 가상 체험 형식으로 보여주는 ‘ 가상체험실’, 흥미롭고 깊이 있는 역사적ㆍ학문적 주제들을 강의 형식으로 쉽게 풀어주는 ‘ 특강실’, 해당 시대의 문화 유산을 다른 나라의 것들과 비교해 세계 속의 우리 문화를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는 ‘국제실’도 마련됐다.

활자보다는 영상이, 책보다는 인터넷이 정보와 흥미의 기능을 독식해 가고 있는 듯한 요즘에 ‘ 한국생활사박물관’의 미덕은 책이라는 매체만이 가질 수 있는 매력과 장점을 십분 살렸다는 데 있다. 옛 사람들의 생활상을 엄밀한 고증을 거쳐 마치 우리 이웃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아기자기하고 생생하게 풀어낸 글, 정보를 이미지로 받아들이는 데 익숙한 젊은 세대의 감각에 들어 맞는 정확한 그림과 사진을 수록했음은 물론 참고 자료까지 포함된 ‘ 도서실’ 기능 등 이 시리즈의 구성과 포맷은 한국 출판의 성과를 집약한다. 사계절은 앞서 ‘ 역사 신문’으로 대형 출판기획의 모범을 보였던 출판사.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으로 새삼 우리 역사에 대한 관심이 촉발되고 있는 이즈음 온 가족이 체험할 수 있는 한국사의 박물관 같은 책이다.

하종오 기자


입력시간 : 2004-08-18 12:47


하종오 기자 joh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