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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비평] 새롭게 부활하는 가요명반들
가요, 아날로그로의 추억여행
디지털에 식상한 7080세대 중심으로 마니아층 형성
신중현 이후 80년대 록 명반들 LP미니어처로 재발매


LP 미니어처(LP Miniature 또는 Paper Sleeve)는 말 그대로 예전에 발매되었던 LP 커버의 디자인과 모양을 그대로 축소해 재현시킨 앨범을 말한다. 최근 몇 년 사이 특히 일본에서 지속적으로 발매되고 있는 LP 미니어처 앨범은 80년대 옛 음악 팬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일본에서는 종이 커버라는 의미의 ‘가미쟈켓또(紙ジャケット)’로 불린다.)

이제 CD를 포함해 한계에 가 있는 듯한 디지털 매체에 질리고 싫증을 느낀 30대 이상의 LP 세대는 온전한 커버 아트를 담은 따스한 질감의 종이 커버를 통해 추억 속에 간직했던 아련한 그리움을 새롭게 느끼게 되었고, 일본에서는 LP 미니어처 앨범 재발매 붐의 열기가 식을 줄을 모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LP 미니어처 앨범은 붐까지는 아니지만 소수의 음악 팬들 사이에서 잔잔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영화나 다른 매체의 경우에도 해당되지만 우리나라 음악계 현실도 기록의 보관과 보존에 관하여서는 그 개념 자체가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수십 년이 지난 과거의 앨범들이 완벽한 음질로 리 마스터 되고 보너스 트랙들이 추가된 채 새로운 옷을 입고 재발매 돼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미국과 유럽 일본 등의 현실이 부러운 것 또한 사실이다. 수십 년은 커녕 불과 2, 3년만 지나도 찾아볼 수 없는 앨범들이 수두룩한 우리 음악시장에서 ‘말로만 듣던’ 한 세대 전의 뛰어난 작품들을 접한다는 건 그야말로 꿈과 같은 일이었다.

마스터 테이프가 제대로 남아 있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 판권 소유자가 불분명하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시장성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 등이 주 요인이 되어 우리의 아날로그 앨범들은 디지털 시대의 이기(利器)를 누릴 수 없었다.


- 되살아난 그때 그 기억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에 이러한 상황들에 변화가 오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음악시장에서 고색창연한 색채와 타이포 그라피가 담긴 촌스러운 커버의 앨범들이 눈에 띄게 된 것이다.

그것은 2년 전, 소위 ‘신중현 사단’의 작품들이 등장 하면서부터다. 신중현 자신이 직접 옛 작품들을 CD화하는 작업에 나섰고, 결국 마스터의 유실로 LP를 복각한 열악한 음질을 담은 불완전한 모습으로나마 여러 앨범들이 빛을 보게 되었다. 여기엔 신중현이 몸담았던 여러 그룹들의 앨범은 물론 그가 제작과 연주를 맡은 김정미, 이정화, 김추자 등의 앨범들이 포함된다.

대부분 중고 LP 시장에서 몇 만원에서부터 많게는 수십 만원에 이르는 고가에 거래되던 희귀한 작품들이었기에 음악 애호가들에게 더욱 큰 기쁨을 전해줄 수 있었다. 또 이 일련의 앨범들은 우리에게 친숙한 플라스틱 CD 케이스가 아닌 LP 재킷을 축소한 종이 커버(LP 미니어처)로 제작돼 LP 세대들의 열광을 얻기도 했다. 그리고 이후 생각지도 못했던 반가운 앨범들이 이런 식으로 재발매 됐고 이제 ‘재발매 음반’시장이 나름대로 정착될 수 있을 정도의 카탈로그를 이루게 되었다.

10장이 넘는 신중현 사단의 앨범들이 재 발매된 지 2년, 이제 우리는 ‘환상의 명반’으로 알려졌던 사이키델릭 그룹 마그마의 유일작을 깨끗한 음질의 CD로 만날 수 있게 됐으며 여성 포크 듀오 현경과 영애의 앨범 역시 멋진 LP 미니어처 앨범으로 발매가 되었다. 그 외에 대학가에서 큰 인기를 얻었던 로커스트를 비롯 80년대 언더그라운드 신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그룹 ‘따로 또 같이’의 앨범과 전설적인 포크 콘서트 앨범 「맷돌」, 그리고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던 대학생 그룹 ‘다섯 손가락’의 1, 2집 등 여러 뛰어난 작품들이 좋은 음질과 만족할만한 커버의 LP 미니어처로 발매되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최근에는 80년대의 록 음악 신을 대표하는 의미 있는 작품들이 재발매 돼 주목되고 있다. 사실 80년대는 우리 대중 음악사에 있어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트로트와 포크가요 일색이던 기존 가요의 틀에서 벗어나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소개되었고, 언더그라운드와 오버그라운드의 활발한 교류는 수많은 언더 출신 스타들의 탄생을 가능하게 했다. 대학가요제와 강변가요제 등 수준 높은 음악제를 통해 대학생 뮤지션들의 활동이 두드러졌으며 풍성한 음악적 환경 속에서 젊은이들은 자신들만의 색채와 향기를 가진 뛰어난 음악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중 특히 많은 음악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음악은 다름 아닌 헤비메탈이다.


- 70~80년대 문화에 다시 열광

영국과 미국의 주류 음악 신에서 폭풍처럼 밀려온 ‘뉴 웨이브 오브 브리티쉬 헤비메탈(New Wave of British Heavy Metal)’이나 LA 메탈 등의 여파는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에게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80년대 중반 이후 부활과 시나위, 백두산의 등장과 대중적 성공은 실력 있는 헤비메탈 밴드들의 춘추전국시대를 이루는 전초가 되었고, 국내의 음악 신은 그만큼이나 풍성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음악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던 밴드들, 그리고 명반 또는 걸작이라 평가되며 가슴 뿌듯함을 안겨주었던 여러 앨범들은 CD 시대의 개막과 헤비 메탈이라는 장르의 급격한 쇠퇴와 더불어 서서히 잊혀져 갔다. 음악시장은 크게 변해갔고 트렌드와 관계없는 옛 음악들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없어지고 말았다.

하지만 한때 음악에 열광했던 젊은이들이 나이가 들고 자신들이 누렸던 문화에 대한 향수가 커지게 된 21세기, 소위 386세대 또는 7080세대의 옛 것(추억)에 대한 갈증은 커져만 갔다. 80년대에 학창시절을 보낸 록 키드들에게 성전(聖典)과도 다름없는 시나위의 여러 작품들은 이미 일반 CD 형태로 재발매 되어 있으며, 부활의 1, 2집과 디오니소스, 아마게돈, 스트레인저, 아시아나, 그리고 옴니버스 앨범 「Rock In Korea」등 80년대의 헤비메탈 신을 대표할 수 있는 여러 앨범들 역시 CD화 돼 골수 음악 팬들의 열광을 받았다. 그리고 최근에 작은 하늘과 외인부대의 데뷔작이 LP 미니어처로 발매됨으로써 백두산을 제외한 ‘80년대 한국 록’의 주요 앨범들이 차곡차곡 발매를 이룬 셈이 되었다.

옛 앨범들의 재발매는 상업성의 여부를 떠나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다. 문제는 대부분의 재발매 앨범들이 대중적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으며, 메이저 음반사가 아니라 영세한 제작사를 통해 발매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앨범이 팔리지 않을 경우 자금 압박이 심한 제작사에서 다시 이러한 기획을 하기란 불가능한 일이고 좋은 질 또한 기대하기 힘들다. 그래서 요즘 불쑥불쑥 생각지도 못한 앨범들이 발매될 때마다 커다란 기쁨을 느낌과 동시에 이것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이 든다. 음악 듣는 이들의 관심이 적극적으로 필요한 때다.

입력시간 : 2004-08-18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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