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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붉나무
"귀신을 쫓아내는 나무래요"



요즈음 숲에서 가장 잘 눈에 뜨이는 꽃, 특히 나무에 피는 꽃이 있다. 다른 꽃들처럼 분홍, 노랑 혹은 눈부시게 하얀 꽃잎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고 선연한 꽃잎이 달려 팔랑거리는 것도 아니다. 이 꽃들보면 어김없이 눈길이 갈 만큼 곳곳에서 아주 잘 피어 있는 꽃이 바로 붉나무의 꽃이다. 흰색의 꽃잎에 노랑색과 초록을 아주 조금씩 은은하게 섞은 색깔을 가지고 있는 데다, 꽃 송이 하나 하나는 아주 작지만 그 작은 꽃들이 모여 고깔처럼 커다란 꽃차례를 만들어 줄기 끝마다 가득 피어 있다. 차창에 스쳐 지나가다가도 이 꽃이 피어 있는 모습을 알아 볼 정도이다.

하지만 액이 매서운 옻나무와는 다르다. 옻나무는 중앙아시아의 티벳과 히말라야가 원산으로, 우리나라에는 옻액을 뽑아내기 위해 부러 심은 나무다.보통 야산에서 옻나무를 만날 확률은 그리 많지 않다는 말. 또 옻나무와 붉나무는 잎을 보고 구별할 수 있다. 옻나무는 잎이 아까시나무처럼 큰 자루에 다시 작은 잎들이 달리는 복엽인데, 붉나무는 이 작은 소엽들이 달리는 자루사이에 날개같은 것이 달려 있어 조금만 주의하면 쉽게 구별할 수 있다. 비슷한 개옻나무도 있지만, 이 나무는 잎 뒷에 털이 있고 잎 가장자리에 두세개의 톱니가 달려 있어 구별이 쉽다.

붉나무는 단풍이 아주 곱다. 얼마나 단풍빛이 불이 타듯 붉으면 붉나무일까. 그래서 북으로 서북지방이나 남쪽에서는 전남지방에 불나무, 강원도에서는 뿔나무, 경상도에서는 굴나무라고 부르기도 한다. 서양에서는 이 붉나무의 붉은 단풍을 구경하려고 공원에 심기도 한다.

붉나무의 유명한 이름 가운데 ‘ 염부목’ 또는 ‘ 염부자’라는 이름이 있다. 붉나무의 작은 구슬같은 열매의 표면에는 흰가루가 씌워져 있는데, 이 가루의 맛이 시고 짜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세상에 짠맛이 나는 나무가 있다니 신기하다. 오랜 옛날 바다가 너무 멀어 소금을 구하기 어려운 산간벽지에서 열매를 찧고 물에 주물러 짠맛을 우려내서는 그 물로 두부를 만드는 간수로 썼을 정도였다. 이 짠 맛은 붉나무의 중요한 특성이다.

붉나무를 두고 ‘ 오배자나무’, ‘백충창’, ‘문합’이라고도 한다. 붉나무에는 어린순이 되어 자랄 눈에 벌레가 기생하면서 벌레집을 만드는데 이를 두고 오배자라고 한다. 한방에서는 이 오배자를 귀한 약재로 사용하고 있는데 특히 지사제로 효험이 있다. 이 밖에도 손이 튼 데에는 수액을 바르고, 연주창 입병 기침 이질 치질 편도선염 등에도 쓰기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외국으로 제법 팔려간다고 한다. 벌레가 생겨서 좋다는 것만도 이상한데 수출까지 한다니, 이는 아무래도 붉나무밖에는 없는 듯 하다. 붉나무는 또 어린 순을 따서 삶아 말려 두었다가 나물로 무쳐먹기도 하고, 염료도 이용되기도 한다.

이러한 여러 용도에도 불구하고 붉나무는 경사스런 일에는 사용하지 않는 나무로 여겨졌을 뿐 아니라, 귀신을 쫓는 나무로도 인식되어 왔다. ‘ 산림경제’에는 빈터에 심어 놓으면 지팡이를 만들 수도 있고 외양간 근처에 심어 놓으면 우역(牛疫)을 물리친다고 기록됐다. 우리나라에는 이 붉나무가 많이 자라고 있지만, 이러저러한 연유로 그리 이용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이제 곧 가을이 다가온다. 지금 절정을 이루고 있는 붉나무의 꽃송이들. 꽃이 달렸던 자리마다 작은 구슬같은 열매들이 익어 늘어지고, 잎새들은 고운 단풍빛으로 물들어 갈 것이다. 붉나무 하나만 보아도 이렇게 오롯이 계절의 흐름을 느낄 수 있는데….

입력시간 : 2004-08-25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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