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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즐겁다] 한려수도 남해
쪽빛 남해에서 희망을 새겨보라



창선교가 있는 남해도와 창선도 사이의 해협에선 우리나라 전통의 원시 어업 방식인 죽방렴을 만날 수 있다.



아름다운 한려수도의 맏형인 남해도(南海島)는 어쩌면 이제 더 이상 섬이 아닐지도 모른다. 1973년엔 남해대교가 세워지면서 일찍이 절반이 육지화되었고, 2003년엔 창선연륙교가 연결되면서 남았던 부분마저 육지와 연결되었기 때문이다. 창선도와 삼천포항 사이에 늑도, 초양도, 모개도 3개의 새끼 섬을 연결한 엉개교, 단항대교, 늑도교, 초양교, 그리고 삼천포대교 이렇게 5개의 다리는 총 길이가 3.4km에 이르는데 각각 공법이 달라 '다리의 박물관'으로도 손색이 없다.


- '나무 그물'인 죽방렴도 볼만 해

쪽빛 바다에 떠있는 남해의 섬들을 징검다리 삼아 해안도로를 달리면 남해도와 창선도 사이의 지족해협을 연결하는 창선대교. 물살 빠른 바다 한가운데 촘촘히 박혀있는 나무가 보인다. 서해의 '독살'과 함께 가장 원시적인 어업 방법으로 꼽히는 죽방렴(竹防簾)이다. 참나무 수백 그루를 개펄에 V자로 벌려 박고 안쪽에 촘촘하게 대나무 발을 쳐서 원통형 ‘불통’을 만들어두면, 거센 조류 따라 헤엄치던 물고기들이 불통 안에 갇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썰물 때 들어가 뜰채로 퍼 올리기만 하면 된다. 이렇게 잡은 죽방렴 멸치와 갈치는 상처가 하나도 없고, 맛이 뛰어나기 때문에 바다에서 그물로 건져 올린 것들보다 몇 곱절이나 비싼 값에 나간다. 그렇기 때문에 죽방렴 가격도 수 억원을 호가한다.

죽방렴 갈치회로 입맛을 돋운 후 3번 국도를 타고 달리면 곧 물건리 방풍림이다. 350여 년 전 심은 팽나무, 상수리나무, 수리나무, 이팝나무, 후박나무, 때죽나무 등이 울창한 숲을 이룬 곳이다. 활시위처럼 굽은 해변에 빼곡이 들어서 있는 이 숲은 거센 해풍으로부터 마을을 보호해주면서 고기떼를 유인하는 중요한 역할도 한다. 녹색을 좋아하는 성질이 있는 물고기들이 해안의 나무 그늘로 몰려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물건리 방풍림의 옛 이름은 '바닷바람을 막아주고 고기떼를 부르는 숲'이라는 뜻의 방조어부림(防潮魚付林)이다.

금산은 '남해의 소금강'이라 불릴 정도로 경관이 빼어나다. 특히 상사암에서 바라본 조망이 일품이다.



방조어부림을 벗어나 다시 해안도로를 끼고 남쪽으로 달리면서 아름다운 미조항을 지난 뒤 상주해수욕장을 만나면 ‘남해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금산(701m)이 손짓한다. 금산은 원래 신라 때 원효가 지은 보광사라는 절이 있어 보광산이라 불리다가, 조선 태조와 관련된 전설에 의해 현재의 이름으로 바뀌었다. 즉 태조 이성계가 조선을 개국하기 전에 전국의 명산을 찾아다니면서 기도를 했는데, 이 산에서도 임금이 되게 해달라는 소원을 빌었다. 그러면서 자신이 임금이 되기만 하면 산 전체를 비단으로 둘러주기로 약속했던 것이다. 그러나 막상 임금이 되고 나자 이 넓은 산 전체를 비단으로 두를 방법을 찾지 못하다가 결국 산 이름을 '비단 금(錦)'자를 써서 금산으로 바꾸어 부르는 꾀를 생각해 냈다는 것이다.


- '남해의 소금강'으로 불리는 금산

산행은 금산 북쪽의 복곡매표소에서 보리암을 거쳐 정상에 오르는 길과 상주해수욕장에서 가까운 남쪽의 금산매표소에서 오르는 두 가지 코스가 있다. 그 중 승용차가 중턱까지 올라갈 수 있는 복곡매표소 코스가 인기가 있다.

금산 정상 아래에 제비집처럼 자리잡은 보리암은 양양 낙산사의 홍련암, 강화도 보문사와 함께 한국의 3대 관음도량으로 이름 높다. 뿐만 아니라 38경으로 대표되는 금산의 기암 절벽과 역사 유적들은 제비 같은 감탄사를 던지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쌍홍문 협곡 지대를 빠져나가면 금산에서 조망이 가장 빼어난 상사암이다. 돌아보면 가파른 절벽 위엔 보리암이 아슬아슬 앉아있고, 그 너머로는 크고 작은 섬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다. 짧은 시간에 38경을 다 돌아보긴 어렵지만, 천천히 2∼3시간 정도 걸으면 이렇듯 절경지는 둘러볼 수 있다.

우리나라 3대 관음도량의 하나로 꼽히는 금산 보리암.

금산에서 내려와 앵강만을 왼쪽 겨드랑이에 끼고 달리면 계단식 논으로 유명한 가천마을이 나온다. ‘다랭이’라는 별칭도 갖고 있는 마을답게 삿갓으로 덮어도 감출 수 있다는 ‘삿갓배미’부터 '큰배미'까지 생김새와 크기가 각각인 500여 개의 논밭이 독특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잘생긴 암수바위와 밥무덤 등의 민속도 살펴볼 수 있어 좋다.

남해도 여행의 마무리는 노량해협. 이순신장군의 유해가 가장 먼저 땅을 밟았던 관음포엔 장군의 위패를 모신 이락사가 세워졌다. 장군의 죽음을 애도한다는 이곳의 저녁노을이 매우 붉다.

* 별미 : 창선교 부둣가엔 죽방렴횟집(055-867-7715) 등 죽방렴에서 잡은 싱싱한 멸치회와 갈치회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몇 군데 있다. 봄엔 멸치가 맛있고, 요즘엔 갈치가 나온다. 갈치는 성질이 급해 잡히자마자 죽기 때문에 썰물 때의 작업 시간에 맞춰 도착해야 회를 맛볼 수 있다. 한 접시(2∼3인분) 3∼4만원.
* 숙식 : 금산 남쪽의 상주해수욕장과 금산매표소 주변에 숙박시설이 많다. 동쪽의 남해편백 자연휴양림(055-867-7881)을 이용하는 것도 괜찮다. 또 금산 보리암 근처엔 하룻밤 묵을 수 있는 금선산장(055-862-6060)이 있다. 일출 광경을 감상하려는 사람들이 자주 찾는다. 식사도 가능하다.
* 교통 : 경부고속도로→대전·통영간고속도로→남해고속도로→사천IC→3번 국도→사천시→창선·삼천포대교→창선교→남해도→남해대교.




글 사진/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


입력시간 : 2004-09-0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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