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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국남의 방송가] 올림픽 중계 전쟁, 물불 못가린 낙제점 방송
앵커들의 부적절한 멘트, 수준에 못 미친 해설 등 곳곳 허점 투성



MBC



휴가 여행, 피서 등으로 여름철은 방송에서 시청률이 가장 저조하게 나오는 계절이다. 그리고 경기 침체로 방송 광고수입이 급감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한 여름에 열린 이번 아테네 올림픽은 방송사에게는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호재이자 광고 확대의 절호의 기회였다. 따라서 올림픽은 방송사들에게는 치열한 경쟁의 장이다.

우리뿐만 아니다. 아테네 올림픽 주간 방송사인 미국의 NBC에서부터, 일본 NHK 등 외국 방송사들도 마찬가지다. 점차 식어 가는 시청자들의 올림픽 열기를 다시 지펴 올림픽 방송 시청률로 이어가려는 방송사들의 노력이 치열했다. 또한 국내외 방송사들이 올림픽 시청률 경쟁을 벌였던 것은 경기가 끝난 뒤 올림픽 특수를 정규 프로그램에 이어 갈려는 전략도 깔려 있었다.

미국CBS의 ‘CSI'가 확고한 시청률 1위를 고수한 것을 비롯해 미국 시청률 상위 10개 프로그램 가운데 CBS의 프로그램이 8개를 차지해 독주를 하고 있는 가운데 NBC는 기를 못 펴 이번 올림픽을 시청률 반전의 기회로 삼았다. 일본의 NHK는 위성방송 등을 통해 28개 전경기를 370시간 방송하며 올림픽 직전 터진 간판 프로그램의 프로듀서 제작비 횡령사건 등으로 추락한 NHK의 이미지를 개선하고 타 방송사와의 시청률 경쟁에 우위를 확보하겠다며 올림픽 중계방송에 온 힘을 기울였다. 반면 도쿄방송(TBS) 등은 모처럼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드라마 ‘세계의 중심에 사랑을 외치다’ 등의 인기 프로그램 시청자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다양한 올림픽 방송 편성으로 맞섰다.

우의 방송사는 같은 경기 화면으로 시청률 경쟁을 벌여야 하기에 방송사간 경쟁은 외국 방송사보다 더욱 치열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사 간판 아나운서와 앵커 그리고 스타 선수 출신 해설자 등을 총동원하고 볼거리 제공을 위한 다양한 아이템 개발과 자료화면 준비 등에 힘을 쏟았다. 하지만 개막식을 필두로 경기 내내 진행된 KBS, MBC, SBS 등 방송 3사의 아테네 올림픽 방송은 문제점이 많이 드러난 낙제점 수준이었다.


- 어처구니 없는 말에 시청자 당혹감

KBS



우선 진행자와 해설자가 가장 큰 문제였다. SBS의 정성근 앵커는 최선을 다한 양궁의 윤미진 선수에게 ‘실력만 믿다가 예선 탈락한 선수’라는 어처구니없는 멘트를 하는가 하면 MBC 김주하 앵커는 인터넷 문화와 상황이 전혀 다른 북한의 계순희 선수와의 인터뷰에서 “남한엔 계순희 선수를 위한 인터넷 카페가 많다. 인터넷에 들어가 카페를 보셨느냐"는 질문을 해 계순희 선수를 당황하게 만드는 것을 비롯 방송 3사의 많은 진행자들이 말실수라고 하기에는 상식에 어긋나는 방송 부적절 멘트로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했다.

경기 중계를 하는 아나운서들의 주관적이고 단정적인 표현도 수없이 나왔다. 경기가 끝나기 전 금메달을 아예 한국 선수가 딴것처럼 단언하거나 경기를 이긴 것처럼 말하다가 의외의 결과가 많이 나오자 언제 그랬냐는 식의 중계 태도는 거의 대부분 한국 선수 출전 경기 방송에서 드러났다.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사격의 강초현, 양궁의 서향순 김경욱, 배드민턴의 박주봉 등 방송 3사가 대거 투입한 스타 선수 출신들의 해설도 낙제점 수준을 면하지 못했다. 경기의 흐름을 돕는 해박한 지식과 전문적인 정보를 제공하기보다는 일반인들도 흔하게 말할 수 있는 내용으로 일관해 경기 이해에 전혀 도움을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격의 강초현의 경우 경기의 도움을 주는 해설은 없고 “저러면 안되지요”라는 말만 남발하고 양궁의 서향순과 김경욱 역시 해설 중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멘트가 “긴장을 늦추면 안 된다”는 말이었다.

또 캐스터와 해설자가 시청자보다 흥분해 중계와 해설이 실종되게 만든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중계는 하지 않고 소리만을 질러대 정작 중요한 경기 내용의 시청을 방해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오죽했으면 경기 중계는 없고 흥분만이 난무한다는 비판이 쇄도했을까.

여전히 고질적 금메달병 방송이 이번 아테네 올림픽에도 재발했다. 아니 더욱 심화됐다. 우리 방송에서 ‘참여에 의의’ 라는 올림픽의 본질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 의미를 상실한 박제된 문구가 돼 버렸다. 최선을 다한 선수들의 땀은 메달 특히 금메달이라는 결실로 맺어지지 않으면 그 의미를 보상받지 못한다. 유도 양궁 탁구 등에서 금메달이 나온 것은 기쁜 일이지만 방송사들은 이를 두고 1차전부터 결승전까지의 장면을 재탕, 삼탕, 사탕 방영하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불만과 항의를 쏟아 냈다.


- 고질적 금메달병에 멍든 스포츠 정신

SBS

한 방송사 게시판에 오른 글 하나. “대한민국에서 인간대접 받으려면 1등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금메달 땄다고 각 방송사마다 그걸 수십 번도 더 재방송하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예선 탈락이나 동메달은 녹화해주거나 아님 짤막하게 보내주면서 끝내고, 이런 방송사들 때문에 진정한 올림픽을 즐길 수 없다." 일반 시청자들도 방송사의 금메달병 심화를 심각하게 느꼈다.

경기 외에 올림픽과 관련된 일반 프로그램 역시 방송 3사가 약속이라도 한 듯 비슷한 내용과 형식으로 일관한 것도 올림픽 방송의 재미를 반감하는 것이었다. 붉은 악마의 아테네 응원, 그리스의 음식 등 방송 3사가 내보낸 올림픽 관련 뉴스에서부터 아테네 현지에서 진행하는 교양 프로그램의 아이템까지 모두 대동소이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지 못했다. 이번 아테네 올림픽이 정치성은 탈피하고 상업성의 역기능이 많은 상황이었음에도 이 같은 주제나 의미 있는 올림픽 관련 프로그램 하나 없었다는 것은 우리 방송사의 기획성과 독창성의 부재, 안일한 제작 관행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었다.

방송사가 이번 아테네 올림픽 방송에서 사전에 경기 시간 등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드라마 등 정규방송 불방 예고나 일반 프로그램의 일방적 불방 등을 일삼은 것도 시청자들의 불만을 불러왔다. SBS는 강동원이 출연하는 새로운 주말 드라마 ‘매직’을 8월 22일 첫 방송한다고 해놓고 불방을 해 수많은 시청자들의 원성을 산 것은 대표적인 경우.

방송사들이 올림픽에 대한 시청자의 열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말만 하지 말고 방송사 스스로 올림픽 방송에 대한 전면적 점검과 반성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


입력시간 : 2004-09-01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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