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질 바로 알기가 건강의 반오류 범하기 쉬운 체질 분류법, 식습관 개선으로 질병 예방·치료

[클리닉 탐방] (30) 수성당한의원 <체성치료>
체질 바로 알기가 건강의 반
오류 범하기 쉬운 체질 분류법, 식습관 개선으로 질병 예방·치료


‘컨디션이 좋지 않은데 무엇을 먹으면 좋을까. 소주보다 맥주가 훨씬 덜 취하는 것 같은데 나는 무슨 체질일까.’

우리 나라 사람들은 체질에 관심이 많다. 이러한 성향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강하다. 바쁘게 사회생활을 하다가 자신의 건강을 돌아볼 여유가 생기거나, 뜻하지 않은 질병에 걸려 고생을 하다 보면 그 동안 간과했던 체질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그러나 체질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얼굴이나 체형만 보고 그 자리에서 무슨무슨 체질이라고 말하는 것은 오류를 범하기 십상이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 수성당한의원(www.verygoodhan.co.kr) 이세훈 원장은 “오랫동안 사상체질을 연구한 전문가들조차 어떤 환자는 소음인 같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소양인 같기 때문에 하나의 전형적인 체질로 국한시키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간혹 한의사에 따라 체질을 다르게 판단하는 것도 그만큼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 당뇨·고혈압 등 만성질환 체성치료

그런 점에서 그는 “체질은 본질적으로 변하지 않기 때문에 ‘체성(體性)’이라고 하는 것이 보다 정확한 표현”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당뇨ㆍ고혈압 등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기 시작하는 각종 만성질환을 체성을 바탕으로 치료하는 전문가이다.

특히 약보다는 평소 음식을 조절하고 잘못된 습관을 개선하는 것이 질병예방과 치료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대표적인 한의사이다. 때문에 한번 수성당한의원에서 진료를 받은 환자들은 상당수가 이 원장의 곁을 떠나지 않는다.

이 원장은 후천적이면서도 물리적 변화에 의해 바뀔 수 있는 체질이라는 말은 잘못됐다는 입장이다. 산성 체질이 개선되어 알칼리화 되었다가 몸에 노폐물이 과다하게 쌓여 산성화되는 체질개념은 진정한 사상의학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소양인의 경우 기상변화에 잘 적응하고 원래 식성대로 음식관리를 잘하면 선천적으로 부실한 하초 기능에는 문제가 없다. 그러나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거나 폭식 등을 하면 태어날 때부터 강했던 소화기에 병이 날 수 있다. 본인이 어떻게 조절을 하느냐에 따라 선천적으로 소화기가 약한 소음인보다 관련 질환에 노출될 가능성이 더 높다는 말이다.

이 원장에 따르면 소양인은 어떤 경우라도 소화기에 문제가 생기지 않고, 소음인은 무조건 소화기병이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쉽게 체하고 소화불량이 자주 오면 소음인이고, 성격이 급하면 소양인이니까 생식능력이 약하다는 식으로 환자를 판단하면 제대로 질병을 고칠 수 없다.

성격이 다혈질이고 급한 사람을 소양인으로 단정한다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부분 소양인이고, 대륙적 기질과 포용력 있어 보이는 중국인은 모두 태음인으로 분류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같은 체질도 건강상태에 큰 차이가 있다. 소화기계가 강하게 타고난 소양인도 성장과정에서 잘못된 양생으로 소화기가 약해질 수 있다. 인간은 생물이기에 기후에도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즉 온도 습도 바람 등에 잘 적응해야 한다. 여기에 순응하지 못하면 질병을 얻고, 견디면 저항력이 생길 수 있다.

평소 섭취하는 음식은 일시적이 아니라 장기 복용해도 생명유지에 문제가 없거나 더욱 향상시킬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시적인 배고픔만 충족 시키기 보다는 생명체의 본성적인 결함을 보강해 줄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원장은 “맞지않는 음식은 일시적인 배고픔은 잊게 해주지만 본성적으로 생명체의 생리현상에 맞지 않다면 바로 부작용을 경험하거나 나중이라도 올 수 밖에 없다”면서 “약은 약의 성질이 있고 음식은 음식의 성珦?있으며 사람은 사람대로 성질이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약도 음식이고 음식도 약이다

이세원 원장이 환자를 상담하고 있다. / 임재범 기자

약은 음식의 일부분에 속할 뿐이라는 것이 이원장의 입장이다. 좋은 예로 사람에 따라 배만 먹으면 설사를 하고, 참외를 먹으면 속이 아프고, 복숭아를 먹으면 가렵고, 커피를 마시면 잠을 잘 들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또 토마토를 먹으면 변비가 개선되고(두드러기로 고생하는 사람도 있다), 상추를 먹으면 졸음이 오면서 변이 풀어지고, 찹쌀을 먹으면 바로 체하고(찹쌀떡을 먹어 소화불량을 고친 환자도 있다), 돼지고기만 먹으면 체하고, 닭고기를 먹으면 몸 곳곳에 종기가 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증상이 있다면 단지 특이 체질이나 특정물질 때문이라고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평소 먹고 마시는 음식이 몸 속에 들어가면 반드시 무엇인가 작용을 한다. 단백질이라는 것도 돼지고기와 닭고기에서 나온 성분은 근본적으로 차이가 있다. 때문에 체성과 식성에 따라 가려 먹는 것이 바람직하다. 같은 단백질이니까 상관이 없다는 생각은 기(氣) 철학에 기초한 한의학의 입장에서는 위험하다는 것이다.

입에 맞는 음식이 좋지 않냐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그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매일 술을 탐닉하고, 수시로 마약을 즐기는 습관이 건강에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간의 심성은 잘못된 섭생과 감정의 부적절한 조화가 이어지면 나쁜 쪽으로 기울어지기 쉽다. 때문에 적절한 제어와 통제가 필요하다.

어떤 생명체라도 지리 기상 영양 등 환경에 맞는 고유의 생존법이 있다. 생존에 유리한 영양섭취와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체내독소 및 노폐물의 적합한 배출방식이 존재한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음식을 섭취하는 스타일과 배변 방식은 차이가 있다. 매일 변을 봐야 컨디션이 좋은 사람이 있는 반면, 2~3일에 한번 봐도 이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이 원장은 “땀으로 독소나 노폐물을 빼는 발한법의 경우 양한방 관계없이 중요하고 오래된 질병 치유법으로 자리 잡았지만 한계가 있다”면서 “특히 소음인의 경우 탈기(脫氣)ㆍ탈수는 물론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몸에 습한 기운이 잘 발생하는 태음인이 발한법을 제대로 적용하면 만성질병을 예방ㆍ치료를 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 원장은 “기후변화에 잘 적응하면서 자신에게 맞는 음식을 선택해 섭취하는 등 나름대로 수양법을 찾는 것이 건강을 유지하는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02)523-7888

박상영 서울경제신문 건강의료전문기자


입력시간 : 2004-09-08 12:56


박상영 서울경제신문 건강의료전문기자 san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