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을 숲은 행복의 하모니로 가득해설이 있는 숲 산책, 우리풀 우리나무 속에서 삼림욕도

[주말이 즐겁다] 포천 국립수목원
초가을 숲은 행복의 하모니로 가득
해설이 있는 숲 산책, 우리풀 우리나무 속에서 삼림욕도


“자, 여러분, 이건 무슨 꽃이죠?”“들국화요!”“그래요. 하지만 정확히 말하면 벌개미취라는 식물이에요. 가을에 피는 대표적인 꽃이죠.”

가을의 초입에 찾아간 포천의 국립수목원. 숲 해설자의 설명에 아이들이 맑은 눈망울을 빛내며 귀를 기울인다. 이어 소나무 잎은 몇 개인지, 오리나무는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등등의 질문과 답이 이어진다. 이렇듯 식물의 이름에 얽힌 재미난 이야기와 각각의 식물이 갖는 특징을 배우는 사이에 아이들은 자연스레 숲의 소중함을 배우고 되는 것이다.

이번엔 아이들이 질문한다. “이 거미줄에 있는 게 뭐예요?”“아, 호랑거미군요. 거미줄에 엑스자 무늬가 있지요? 이건 숨은 띠라는 건데, 자외선을 반사함으로써 곤충이 꽃으로 착각하게 만들어 유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답니다.”

아이들도 어른들도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사를 던진다.


- 숲 관찰하며 삼림욕 즐길 수 있는 곳

한북정맥(漢北正脈)의 죽엽산(622m)에서 남쪽으로 뻗은 산줄기에 자리한 포천의 국립수목원은 국내는 물론 세계의 희귀식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수목원이다. 수목원이 들어앉은 광릉 숲은 1468년 세조의 능림으로 지정되었으니 적어도 530여 년 간 엄격히 보호되고 관리 되어온 국내 최고의 산림이기도 하다. 과거엔 광릉수목원으로 불려졌었다.

1987년 4월 문을 연 국립수목원은 국내유일의 학술보존림이며 유네스코 세계 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4.25㎢의 면적에 광릉 특산인 광릉요강꽃ㆍ광릉물푸레ㆍ광릉갈퀴 등 광릉 특산식물 14종을 포함한 자생식물, 희귀식물 2775종과 천연기념물인 크낙새ㆍ장수하늘소 등 동물 1663종이 서식한다. 또 대형 온실과 15개 식물원이 조성되어 있다.

국립수목원은 9월의 나무와 풀로 ‘층꽃나무’와 ‘꽃며느리밥풀’을 각각 선정했다. 층꽃나무는 햇볕이 잘 들고 건조한 산지에서 자라는 작은 키 나무로서 초가을에 줄기 윗부분의 잎이 돋아난 곳을 따라 보라색 꽃이 모여 달린다. ‘꽃이 층층이 피는 나무’라 하여 붙은 이름이다. 붉은 꽃부리 중앙에 2개의 밥알 모양의 흰색 무늬가 있는 꽃며느리밥풀은 가난한 집안의 슬픈 며느리 전설로 정감이 가는 꽃으로 요즘 같은 계절에 나무 그늘에서 흔히 자란다.

수목원에서 가장 즐거운 일은 이런 들꽃을 여유롭게 감상하면서 마음껏 삼림욕을 할 수 있는 점이다. 1989년 한국에서는 처음으로 개장한 삼림욕장은 환경오염이 심한 수도권 주민들의 휴양지 역할을 한다. 4km, 8km의 산책로는 대부분 아이들도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다. 나무 그늘에서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의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또 수목원에선 이젠 멸종했거나 위기에 처한 한국 토종 동물들도 만날 수 있다. 1991년 개원한 국립수목원 동물사육장엔 국내 산림동물의 유전자원을 보존하고 희귀동물이나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들을 증식ㆍ복원하며 야생 동물들의 생리와 생태를 규명하고 인공증식법 개발을 위해서 보호ㆍ관리하고 있다. 1994년 중국으로부터 기증 받은 백두산호랑이와 1997년 기증 받은 반달가슴곰을 비롯하여 늑대 멧돼지 꽃사슴 산양 등의 포유류와 독수리 수리부엉이 말똥가리 매 원앙 큰소쩍새 올빼미 황조롱이 등의 조류 등 모두 19종 212개체가 11동의 사육사와 방사장 안에서 자라고 있다.

한편 부속시설인 국립산림박물관엔 각종 식물과 동물의 표본을 비롯해 식림기술과 도구, 토양 암석 종이 옷감 악기 합판 가구 등 나무의 용도를 보여주는 제품 1,500여 종이 전시되어 있다. 주위의 임업시험림과 함께 학술연구의 장(場)으로 사용된다. 제1전시실에 산림자원과 기술, 제2전시실에 산림과 인간, 제3전시실에 세계의 임업, 제4전시실에 한국의 임업, 제5전시실에 한국의 자연에 관한 여러 가지 자료를 전시하고 있다. 그밖에 임업사료실 학술표본실 특별전시실 시청각실 등이 있다.


- 하루에 4차례 숲해설가의 설명 들을 수 있어

제대로 둘러보려면 하루로도 빠듯한 국립수목원 관람은 평일에만 가능한데, 최소 5일 전에 전화나 인터넷으로 예약해야 한다. 원래 9월부터 월 1회 일요일 개방을 검토했으나 환경오염 등의 문제로 보류되었다. 숲 해설자의 설명은 하루에 4차례(10:00 11:00 14:00 15:00) 들를 수 있고, 동물원 관람은 하루 2차례(10:30 14:30) 100명씩으로 제한되어 있다. 매표소 앞에서 신청하면 된다. 수목원 내에는 편의시설이 없으므로 음료와 도시락을 갖고 가는 게 좋다.

▲ 여행정보

* 숙식 : 국립수목원 주변의 소흘읍 고모리 문화거리엔 입구에서부터 고모리 저수지까지 30여 개의 카페들이 밀집해 있다. 갤러리를 겸한 카페, 시 낭송을 하는 찻집, 연극과 각종 이벤트가 준비된 레스토랑 등이 많다. 또 서운동산(031-533-9000)은 2대에 걸쳐 가꿔온 관광농원으로 우리나라 관광농원 제1호를 자랑한다.
* 교통 : 서울->43번 국도->43번 국도(포천 방향)->8km->축석령 삼거리(우회전)->98번 지방도->8km->포천 국립수목원. 서울->47번 국도->구리->퇴계원->진접->국립수목원.
* 입장료 : 성인 1,000원, 어린이 500원. 주차료 3,000원.
* 예약전화 : 031-540-2000 www.koreaplants.go.kr:9300/

민병준 여행작가


입력시간 : 2004-09-08 13:49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