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갈하고 소박한 고향의 맛

[맛이 있는 집] 시골우렁쌈밥
정갈하고 소박한 고향의 맛

“이 맛이 아닌데… 왜 이렇게 질기지?” 우렁으로 된장찌개를 끓이시던 어머니가 혀를 끌끌 찬다. 어머니 어렸을 적 논에서 한 움큼씩 잡히던 우렁이 생각에 혹시나 하고 샀는데 역시나 아니란다. 중국산이다 뭐다 모양만 비슷하지 예전 맛이 아닌 걸 잘 알면서도 그 섭섭함은 쉽게 사그러들지 않는 모양이다.

고둥이나 골뱅이같은 소라과 음식은 그 특유의 고소함과 감칠맛으로 약간의 중독성(?)이 있다. 그렇지만 그것보다도 그들의 효능을 알고 나면 일부러라도 챙겨 먹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철분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여성들에게 특히 유익하거니와 위궤양이나 변비, 알콜 해독에도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칼슘은 뱀장어보다 10배가량 많이 함유되어 있어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건강식으로 삼을 만하다.

발산동에 자리한 시골우렁쌈밥은 세월따라 우렁이 맛도 변한다는 말을 무색하게 만드는 곳이다. 정갈하고도 소박한 고향의 맛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우렁’을 테마로 내건 만큼 전문농장에서 키운 최상급 우렁을 쓰고 있다. 생산자 실명제를 사용하고 있어 손님들은 마음 놓고 국산 우렁을 즐길 수 있는 것. 사람들은 일단 알이 굵으면 좋은 걸로 생각하지만 맛있는 우렁의 기준은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그 크기가 너무 잘지도 너무 크지도 않아야 하고 쫄깃하면서도 부드럽게 씹히는가, 우렁 특유의 향이 나는가가 매우 중요하다. 전통 기법으로 양식이 된 우렁이라 단가가 비싸지만 입에 넣는 순간 모든 것이 판가름나기 때문에 아무 것이나 쓸 수 없다고 한다. 안주인의 음식철학이 여간 깐깐한 게 아니라 우렁을 비롯한 모든 음식 재료는 국산이되 매일 직접 눈으로 보고 구입해야 마음이 놓인다고.

그래서 요즘처럼 야채 가격이 치솟을 때가 가장 어렵지만 소홀할 수 없는 부분이다. 쌈장에 쓰이는 된장역시 직접 국산 콩으로 만든다.

쌈 야채에 우렁이 듬뿍 들어간 쌈장과 삼겹살, 갖가지 반찬 등을 한 데 싸 먹는 재미가 남다르다. 한상 차려진 반찬을 보니 무엇부터 먹을지 눈 돌아가기 바쁘다. 상추, 치커리, 신선초를 비롯한 7~8가지 푸짐한 야채는 물론 직접 담근 간장게장, 생선조림 등 10가지에 가까운 맛깔스러운 계절 반찬이 함께 나온다. 굳이 생삼겹살이 나오지 않더라도 전혀 아쉬울 것 없는 상차림이다. 우렁쌈장을 밥에 슥슥 비벼 쌈을 싸먹는 사람, 쌈장 속에 숨어 있는 우렁을 한 마리씩 골라 먹는 사람 등 먹는 방법도 가지각색이다.

우렁이무침과 병어회무침은 출출할 때 찾아 한잔 기울이기에 적당한 메뉴다. 쉽게 취하지도 않고 다음날에도 숙취로 고생하는 일이 없는 건강 술안주다.

* 메뉴 : 우렁이쌈밥 7,000원, 우렁이된장찌개 5,000원, 우렁이회덮밥 6,000원, 우렁이무침 15,000원, 병어회무침 25,000원(中)~35,000원(大), 오리로스구이 7,000원, 갈비살, 차돌박이 각각 12,000원.
* 영업시간 : 오전 11시 30분~오후 10시. 첫째, 셋째 일요일은 휴무.
* 찾아가는 길 : 5호선 발산역 5번 또는 6번 출구에서 5분 이내 거리. 02-3665-3435

서태경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09-08 13:57


서태경 자유기고가 shiner96@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