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후의 웰빙보감] 대장금 신화와 상약


한의학 하면 허준과 ‘동의보감’을, 그리고 최근의 드라마 ‘대장금’을 떠올리게 된다. 왜 드라마 얘기를 먼저 꺼내는가 하면 그 드라마에서 대장금이라는 인물이 처음에는 수라간의 궁녀로서 임금의 음식을 만드는 일을 하였고 나중에는 의녀로서 일을 하였기 때문이다.

과연 대장금은 타고 나면서부터 하늘이 내린 의녀였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장금에 대한 평가는 그가 살아온 배경을 알면 더 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장금이는 훌륭한 의사로서 잘 클 수 있는 기초과정(즉 수라간의 궁녀)을 겪었다고 볼 수 있다.

예로부터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는 말이 있듯이 우리가 생활에서 먹는 것은 병을 만들기도 하고 질병을 치료할 수도 있는 중요한 자원이 된다고 생각했다.

옛날 ‘신농씨’라는 분이 있어 최초로 한약에 대한 분류와 체계를 잡았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분은 ‘신농본초경’ 이라는 책을 지었다고 한다. 거기에는 대략 365종의 약물을 크게 상약(上藥)과 중약(中藥), 하약(下藥)으로 나누어 분류하였다 한다.

그 중 상약에는 몸을 보하는 작용이 있고 독성도 없어서 오래 복용하여도 되는 120종의 약물을 배속하였는데 우리가 흔히 먹는 곡식류와 과일류가 속한다. 중약에는 병을 치료하고 허를 보하지만 독성이 약하게 있기 때문에 사용할 때 주의해야 하는 120종의 약물을, 하약에는 병을 치료하지만 약성이 강한 치료약 위주의 약으로 요즘은 잘 안 쓰이거나 아주 특별한 증상에 조금 사용하는 것으로 125종의 약물을 배속하였다.

상약에는 우리가 흔히 먹는 음식인 쌀, 수수, 보리, 깨 등 곡물류가 많이 포함되어 있는데, 정말로 훌륭한 의사라면 이런 상약을 잘 다룰 수 있어야 한다고 전해 내려온다.

이런 관점에서 대장금이 나중에 훌륭한 의녀가 된 배경에는 ‘약 중의 상약’인 음식을 다루는 수라간의 궁녀에서 출발한 기초에 다시 의술을 익힐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던가 생각해본다.

옛날에는 요즘과 같이 훌륭한 진단의 도구도 없었기 때문에 먹고 내보내는 가장 기본적인 능력(식욕, 소화능력 그리고 대소변 상태)과 호흡하고 생식하는 능력이 건강을 진단하는 중요한 척도였다. 이런 것을 검증하고 치료하는 방법이 음식과 약과 뜸과 침 그리고 도인 안교라는 건강관리법 (요즈음 기공과 흡사하다)이 전부였다.

그런데 그 중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역시 먹는 것이며 이것을 잘 다스린다면 항상 건강할 수 있으며 장수할 수 있다고 보았다.

그러면 항상 먹을 수 있고 계속하여 먹으면 장수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연년익수(延年益壽)’의 음식은 무엇이며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은 것인가?

그것은 다름아닌 우리가 늘 접할 수 있는 곡식, 우리가 늘 먹는 반찬이 대부분이며 이런 약 중의 상약인 음식을 걸르지 않고 잘 먹는 것은 마치 몸에 좋은 보약을 매일 먹는 것과 같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어떤 약이든지 복용법이 중요하다. 그 이유는 복용법에 따라 약의 효과가 차이가 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약 중의 상약인 음식도 마찬가지다. 원칙적으로 싱싱하고 깨끗한 재료를 항상 일정한 시간에 먹도록 하는 것이 좋으며 저녁 먹는 시간이 늦으면 늦을수록, 저녁의 양이 많으면 많을수록 약으로서의 효과가 줄어든다. 가능하면 아침을 거르지 않고 꼭꼭 먹도록 하고 저녁은 특히 좀 이른 시간에 부담이 가지 않을 정도로 약간 적은 듯하게 먹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다시 아침을 잘 먹을 수 있으며 아침을 먹으면 오전에 산뜻한 몸 상태로 하루를 출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남성들은 유달리 몸에 좋다는 것을 밝히는 경향이 많다고 한다. 그 이유는 과다한 노동시간, 스트레스, 음주와 흡연등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많기 때문에 항상 피곤하고 지쳐있기 때문이리라 생각된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몸에 좋다는 것을 찾거나 운동으로만 몸을 개선하려 한다.

대개 나이 40이 넘으면 몸의 이상을 많이 느끼게 된다. 그런데 진료를 하다 보면 상당수의 이상은 우리 생명력을 유지하는 기본인 바른 식생활을 유지하지 않음으로써 오는 것임을 발견할 수 있다.

몸이 예전과 같지 않을 때는 먼저 기본으로 돌아가서 적절한 운동과 수면, 그리고 바른 먹거리와 식사 패턴을 유지하고 있는지를 우선 점검해볼 일이다.

입력시간 : 2004-09-14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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