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패배자, 그는 희망을 던졌다역경을 극복하고 진정한 승리자로 거듭나는 휴먼드라마

[시네마 타운] 슈퍼스타 감사용
아름다운 패배자, 그는 희망을 던졌다
역경을 극복하고 진정한 승리자로 거듭나는 휴먼드라마


영화 ‘슈퍼 스타 감사용’은 특이한 스포츠 드라마다. 야구를 소재로 한 영화는 일찍이 이현세의 만화를 원작으로 한 ‘공포의 외인구단’도 있었고 최근 들어서도 ‘YMCA 야구단’도 있었다. ‘공포...’가 비현실적인 야구단의 비현실적인 승리의 이야기로 아웃사이더들의 야구에서의 승리를 그린 강렬한 드라마였고 ‘YMCA..'가 한국 야구사의 시작을 열어 젖히는 역사적인 의미를 가진 드라마였다는 특수한 소재를 가진데 비해 ‘슈퍼스타 감사용’은 그저 그런 야구단의 보잘것없는 패전 처리 투수에 초점을 맞춘다. 앞의 두 영화들이 어쨌건 야구를 통해 자신의 역경을 극복하는 ‘승리자’의 승리에 이르는 과정을 그린 이야기라면 이 영화는 ‘패배자’의 패배에 이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벌써 2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프로야구 영화가 나올법한 시점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프로야구 영화의 첫 번째 주자가 프로야구사의 ‘워스트 플레이어(The Worst Player)'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는 건 확실히 과감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다. 전형적인 주인공을 탈피하고 승리의 뒤안길에 초점을 맞추는 세련된 기획물인 이 영화는 성장과 발전제일주의의 가치에서 벗어나 진정한 행복에의 발견을 추구하는 이 시대의 감성과 딱 맞아 떨어지면서 대중들의 관심을 자극한다.


- 진정한 승리란 무엇인가

이른바 ‘루저(Loser)'를 앞에 내세우고는 있지만 영화가 주장하는 바는 그가 진정 인생에서 패배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꿈을 위해 노력하는 자의 포기하지 않는 희망이라는 승리를 이끌어 낸 ‘승자’라는 의미다. 그러므로 이 영화는 또 한편의 ‘승리’에 대한 드라마다.

지난해 발간된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박민규 지음)이라는 소설이 대중들의 관심을 모은 뒤에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나온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소설과 비교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두 작품 모두 이제는 기성세대들이 돼버린 프로야구 원년의 팬들이 공감할 그 시절에 대한 즐거운 회고와 함께 스포츠라는 소재가 주는 박진감의 묘미를 준다. 케이블 TV를 통해 이전에 보았던 경기를 보고 또 보고해도 지겹지 않은 것처럼, 활자와 화면을 통해서 회고하는 옛날의 경기장면은 여전히 그 세대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

똑같은 소재를 다루고 있지만 두 작품이 ‘슈퍼스타즈’를 통해 던지고 싶어하는 메시지는 달라보인다. 소설 ‘....마지막 팬클럽’은 “치열한 자본주의 경쟁 사회에서 꼴찌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하는 뚜렷한 주제가 있다. 소설은 전반부에서 슈퍼스타즈를 쫓아다녔던 철없는 팬에 안겨줬던 끝없는 패배에 대한 실망감을, 성인이 되어서 사회인으로서 마치 슈퍼스타즈처럼 초라한 꼴찌로 전락해버린 자신의 모습과 연결하면서 오히려 불가능을 가능한 것이라고 믿었던 희망의 거짓됨을 깨닫는다. 아마추어의 재능으로 프로에 끼어들려고 한 슈퍼스타즈의 어리석음처럼, 자본주의의 성공의 대열에 끼어들려고 한 자신의 바보스러움을 깨닫고 그걸 위해 아등바등 노력하지 않는 것이 어쩌면 이 세상을 살아가는 진정한 현명함질지도 모른다는 자조를 하는 것이다. 자본주의 체제와 비뚤어진 세태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 의도가 소설 속에서는 뚜렷이 느껴진다. 이를테면 패배자가 완벽한 패배에 이르는 길 속에서 진정한 루저임을 인정한 채로 어쩔 수 없이 살아가야 하는 씁쓸함 같은 것이다.


- 그는 절망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은 그런 우중충한 기운을 의도한 작품이 아니다. 전형적인 휴먼드라마의 구조를 가진 이 영화는 슈퍼스타즈라는 매개체로 바라본 그 시대의 성찰이라거나 절망 속에서도 허우적거리면서 살아가야 하는 인생에 대한 슬픈 조명을 하고 있지 않다. 야구에 대한 애정을 가진 한 남자가 있었고, 그?자신의 애정을 버리지 못해 평범한 직장인에서 어느날 우연히 프로야구 선수라는 인생도약을 하게 되지만 그에게 게임에서의 승리는 쉽게 다가오지 않고, 결국 그는 자신의 일생일대의 승부를 걸어야 할 경기에서 끝내 패배하고 말지만 그는 절망하는 것처럼 보이지않는다.

영화는 박철순의 20연승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는 경기에서 감사용의 안타까운 패배로 끝을 맺지만, 이 영화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지 않는 허구의 이야기라면 주인공 감사용은 결국 박철순을 이기고야 말겠다는 희망으로 평생 공을 던질 것처럼 보인다. 그처럼 영화 속에서나마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완벽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것 역시 잘 기획된 상업영화의 전형적 모습이다. 80년대라는 정치적 비극의 시대라는 뒷 배경을 깔고 탄생했던 프로야구라는 소재를 현재에 조명하는 두 작품의 어떤 접근법이 더 옳다라고 말하는 것은 무리다. 그래도 결국은 역설적인 ‘승자’의 과정을 그리는 영화에서 주인공의 ‘인생승리’라는 결말에 대한 갈등의 과정이 좀 약해보이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영화 속에서 주인공 감사용은 아마추어로서 프로에 뛰어드는 과감한 결정을 내려야 했고, 그다지 자신의 능력을 인정해주지 않는 가족들을 설득해야 했고, 자신을 은근히 사랑하는 매표소 직원에게 자신의 사랑을 증명해야 했고,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는 선발등판의 기회를 묵묵히 기다려야 하는 아픔이 있었다는 것은 이 모든 것을 빼놓지 않고 세심히 배치해놓은 영화 속에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어느 하나의 갈등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끌고 나가면서 마지막 그의 패배에도 불구하고 그가 느끼는 ‘희망’의 원동력이 되었다고 공감하기엔 추진력이 좀 약해보이는 것이다. 좀 더 많은 의미와 드라마틱한 스토리, 진지한 주제의식을 가진 작품이 될 수도 있었던 이 영화는 그래서 아기자기하고 안전하지만 뭔가 가슴을 후련하게 해줄 감동의 드라마로는 도약하지 못하는 것 같다.

■ 시네마 단신
   

- <봄 여름~> 태평양영화제 최우수 작품상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이 제 2회 태평양 자오선 국제 영화제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수상했다고 RIA 노보스티 통신이 9일 보도했다. 러시아에서 열리는 이 영화제에서 수상함으로써 김기덕 감독은 상금 2만5천 달러를 수상하게 됐다.


- 부산국제영화제 멤버십 카드 발행

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원회는 회비 3만원으로 영화제 상영기간 중 여러 가지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멤버십 카드 PIFFLE카드를 발행한다. 회원들에게는 캐릭터 상품 할인혜택, 영화제 기념품 제공, 뉴스레터 메일링 서비스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www.piff.org.


입력시간 : 2004-09-15 13:43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