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성한 생명력과 기품의 나물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참 취
왕성한 생명력과 기품의 나물

가을이 시작되니 국화과 식물들이 하나 둘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이미 벌개미취꽃이 한창이고, 곧 구절초, 쑥부쟁이 산국과 감국들이 이어질 것이다. 가을의 초입에서 국화과 식물 가운데 결코 빼놓을 수 없는 꽃이 있는데 바로 참취이다. 참취라고 하면 누구나 맛있는 취나물을 생각할 것이므로 ‘나물에도 꽃이 있었나?’하는 알고 보면 우스꽝스런 의문이 들 법도 하다. 하지만 생각해 보라. 꽃이 없는 식물이 있었던지. 먹는 일에만 너무 치우친 나머지 먹는 잎은 한두 장만 나도 알아보고 뜯어내지만, 더운 여름을 이겨내고 피어나는 이 순결하고 기품있는 꽃은 알아보지도, 눈여겨보지도 않는 우리내 마음씀씀이가 참 아쉽다.

참취는 우리나라 산야에 피어나는 여러해살이풀이다. 이웃하는 일본 중국에도 분포한다. 사람들은 열심히 봄마다 이 식물의 잎을 뜯어내가지만 그래도 왕성한 생명력으로 살아남은 줄기들은 자라 올라, 여름의 끝 혹은 가을의 초입이면 순결한 백색의 꽃송이를 피워낸다. 크지도 작지도 않은 꽃송이(실제로는 여러 꽃들이 머리 모양으로 둥글게 달리는 꽃차례이다)들이 갈라진 줄기마다 달려, 아름다움을 뽐낸다. 나물로 크게 쓸모가 있으면서도 이렇게 고운 모습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참 인상적이어서 그렇지 못한 우리 사람들의 모습이 오히려 부끄러워지곤 한다.

참취는 정상적인 조건에서라면 1m가 넘게 자란다. 그래서 가는 줄기들이 서로 기대어 자라 큰 포기를 이룬 듯이 무리지어 보인다. 우리가 나물로 뜯어먹는 잎은 뿌리 주변에서 나는 근생엽이다. 심장형으로 생겼으며 잎자루가 잘 발달해 있다. 이 잎들은 꽃이 필 때쯤 없어진다. 줄기에 달리는 잎은 다른 종류와 마찬가지로 근생엽보다는 더 작으며 밑부분의 잎은 잎자루가 길며 날개가 있다. 이러한 잎들은 위로 갈수록 점차 자루가 짧아지고 모양도 밑 부분이 심장형이다가 점차 달걀형으로 바뀌게 된다. 크기도 점차 작아지는데 아래쪽에서는 손바닥만하던 잎이 꽃차례에 달릴 정도로 올라오면 3~5츠 정도밖에는 안 된다.

꽃은 8~10월에 핀다. 두상화 하나의 지름은 1~2cm 정도이며 설상화가 깨끗한 흰색이고 안쪽 통상화의 수술이 노랗게 달려 아주 수수하면서도 아름답다.

참취는 먹는 취나물 중에 가장 으뜸이다. 그래서 미역취, 수리취, 서덜취, 분취, 곰취 하는 각종 ‘취’ 중에서도 진짜 취, 참취가 된 것이 아니겠는가! 한자로는 동풍채(東風菜)라고 쓰며 지방에 따라 나물채, 암취, 백운초, 백산초 등의 여러 이름으로 불리운다. 영어로는 러프 에스터(Rough aster)라고 한다.

참취는 당연히 가장 훌륭한 나물로의 용도가 최고이다. 대표적인 묵나물 즉 삶아서 말려 두었다가 두고두고 먹는 나물이다. 정월 대보름에 부름과 함께 먹는 취나물은 다 기억할 것이다. 봄에 생잎을 먹기도 한다.

참취는 물론 약으로 쓴다. 식물을 말려 두었다가 다려 먹는데 주로 머리 아플 때 쓰고 그 이외에도 해소, 이뇨, 방광염 등에 다른 약재와 처방하기도 한다. 뱀에 물린 상처나 타박상에는 생뿌리를 찧어 기름에 개서 붙이면 통증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한다.

벌어지는 참취 꽃송이에서 가을을 본다. 참취의 꽃말이 이별이라고 하던데, 가는 계절을 아쉬워하기 때문일까?

입력시간 : 2004-09-15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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