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후의 웰빙보감] 불면증


통계를 보면 성인의 20~40% 는 잠을 자는데 가끔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훨씬 더 잦다. 이런 사람들은 잠들지 못하고(취면장애(就眠障碍)), 푹 자지 못하며(숙면장애(熟眠障碍)), 일찍 깨서 다시 잠드는데(조조각성(早朝覺醒))데 어려움을 겪는다. 이런 것을 경험하고 있다면 불면증을 갖고 있다고 봐야 한다.

진료를 하다 보면 몸의 이상은 대개 견디기 힘든 과다한 스트레스, 불규칙한 식생활 패턴, 수면 패턴의 변화를 바탕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특히 다른 것들은 나름대로 조절이 쉬운데 반해 수면은 조절이 안되고 힘들어 하는 분이 많다. 또 꿈을 많이 꾸면서 깊은 잠을 자지 못한다고 호소하시는 분도 많다.

불면증은 일상생활의 스트레스나 노화의 과정으로 나타나거나 혹은 신체적 정신적 질환에 의해 나타나는 반응이므로 위험하지는 않으나 몸을 피곤하게 하고, 우울과 긴장, 불안함을 갖게 하며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그래서 안전을 요하는 일을 하는 분에게 불면증은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

불면증의 예후는 수면장애의 기간이 진단과 치료에 제일 중요하다. 보통 3주 이하의 불면증은 대개는 생활의 스트레스에 의해 발생한다. 다양한 일과 스케쥴 그리고 시차, 커피, 니코틴과 같은 흥분제 사용도 일시적인 불면증을 야기한다.

일시적인 불면증은 지나치게 시끄럽거나 온도가 지나치게 더워 잠을 못 자는(환경성 불면) 경우는 원인이 되는 소음이나 온도만 바꾸어 주어도 극복할 수 있다. 통증이나 가려움으로 인한 불면증(신체성 불면)도 원인이 되는 인자를 제거하면 불면증은 고칠 수 있다.

그러나 3주 이상 지속되는 불면증일 때는 다른 질환과 연관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만성 불면증 환자의 30~60%는 우울증, 불안증, 공황장애 등 다른 정신장애를 갖고 있다. 정신병의 약 30%는 불면이 주 증세이며, 이때는 전문적인 진료를 받는 것이 필요하다.

동의보감에 보면 ‘우리 몸 안의 기운(衛氣)은 낮에는 양(陽)에 순환하여 눈을 떠져 깨어 있고 밤에는 음에 순환하여 눈이 감기고 잠을 자는 것이다’라 기록돼 있다. 이 말은 몸 안에 음양의 조화가 깨어지면 제대로 안정이 안 되어서 잠이 잘 안 오게 된다 의미이다.

한의학적으로는 불면증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큰 병을 앓고 난 후 약해져 있는 경우와 나이가 늘어서 노쇠한 경우는 기운을 보강해 주어야 하며, 과다한 스트레스와 긴장으로 인하여 안정이 되지 않아서 잠이 안 오는 경우는 긴장을 잘 풀어지게 하는 가미온담탕 등을 처방한다.

동의보감의 처방을 보면 ‘흐르는 물을 잘 걸러서 다섯 말 정도에 차좁쌀 한 말과 반하 1홉을 넣고 약한 불에 끓여서 미음 한 잔 정도를 하루 3회 나누어 마시도록 하면 땀이 약간 나면서 잠을 자게 된다’고 하였다. 이렇게 복잡하게 하지는 않더라도 잠이 잘 안 오면 자연스럽게 땀이 약간 나도록 미지근한 물로 머리와 어깨쪽 근육이 풀어지도록 샤워를 하거나, 아니면 죽 같은 것을 가볍게 먹으면 약간 땀이 나면서 잠이 잘 들게 된다. 간혹 이런 방법 외에도 보조적으로 ‘라벤더’라는 아로마 향을 사용하는데 잘 때 베게 머리 쪽에 1-2방울을 떨어뜨리면 심신이 잘 이완되어 잠을 잘 자게 된다. 간단히 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잠이 오지 않으면 식초를 조금 마시거나 양파로 즙을 내어 머리맡에 두어도 잠을 청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잘 치료가 되지 않는 불면증 중에는 ‘몸에서 열은 잘 못 느끼지만 머리가 띵하고 눈이 침침한 듯하면서, 입이 마르고 목구멍은 건조하지만 갈증은 못 느끼고, 가슴이 답답하여 잠을 잘 자지 못하는 것’이 있는데 이를 ‘허번(虛煩)’증 이라 한다. 이 경우는 체액균형이 잘 맞도록 보리차나 이온음료를 마시도록 하면 좋다.

불면증의 정확한 원인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그 증상을 완화 시킬 수 있는데, 흔히 수면 습관을 좋게 하고 수면을 더 잘 취할 수 있도록 하는 행동교정요법을 적용하면 된다.

▲ 잠을 잘 자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다음과 같다.

·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갖도록 하고 가능하면 낮잠을 자지 않는다.
· 침실은 약간 어둡고 소음이 잘 들리지 않게 문을 닫는다
· 잠자리에 들기 전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운동 혹은 샤워를 함으로써 긴장을 풀어준다.
· 커피, 콜라, 차, 초코렛 등 카페인이 들어있는 음식을 저녁에 먹지 않는다.
· 잠자기 전에 술과 담배나 자극성 약물을 먹지 않는다.
· 잠자리에 들기 전 따뜻한 우유나 죽과 같은 간단한 간식을 먹는다.



입력시간 : 2004-10-05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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