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만능 엔터네이너의 모델일본 가요계의 정상급 아이돌 그룹 '스마프'멤버, 아시아권역서 폭발적 사랑

[배국남의 방송가] 왕자웨이 감독 < 2046>주연 기무라 타쿠야
진정한 만능 엔터네이너의 모델
일본 가요계의 정상급 아이돌 그룹 '스마프'멤버, 아시아권역서 폭발적 사랑


일거수 일투족이 젊은이들의 유행이 되는 일본 최고의 스타가 국내 대중과 공식적으로 첫 대면을 한다. 10월 7일부터 10월 15일까지 열리는 제9회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인 왕자웨이 감독의 ‘2046’에서 주연을 맡은 기무라 다큐야(木村拓哉)다.

그동안 아무로 나미에 등 일본의 적지 않은 스타들이 한국을 방문하고 스크린이나 브라운관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국내 대중과 만났지만 대중적 인기 면에서 기무라 다쿠야 만큼은 못했다. 기무라 다쿠야는 일본 정상급 아이돌 그룹 스마프(SMAP)의 멤버로 아시아권 전역에서 폭발적 사랑을 받고 있다.

스마프는 1988년 결성된이후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일본 가요계의 정상의 인기를 누려온 남성 5인조 그룹. 늘 가는 곳마다 10대 청소년 팬들을 몰고 다닐 정도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기무라 다쿠야는 가수로 출발했지만 탤런트 MC 영화배우로 활동하는 그야말로 만능 엔터테이너다.

‘2046’의 기무라 다쿠야를 보면서 가수로 출발해 연기자 MC로 영역을 넓힌 우리 스타들은 신화의 에릭, god의 윤계상, 핑클의 성유리와 이효리, 옥주현 그리고 SES의 유진, 쥬얼리의 박정아 등을 들 수 있다. 기무라 다쿠야를 배출한 프로덕션 중심의 일본의 스타 시스템과 이효리로 대변되는 연예 기획사 중심의 한국 스타 시스템의 차이에 생각이 미친다.

왕자웨이 감독이 칭찬을 할 정도로 기무라 다쿠야는 탤런트나 배우로서의 연기력인 면에서 그리고 가수로서의 가창력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는다. 물론 그의 출중한 외모가 인기의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물론 우리에게도 임창정 처럼 가수와 배우로서 평가를 받는 연예인이 있다. 하지만 극소수에 불과하다는데 우리와 일본의 차이다. 가수인 이효리는 본업인 가수로서의 필수 요소인 가창력에 문제를 드러내고 있으며 최근 연기 영역으로 활동범위를 넓힌 에릭, 윤계상, 박정아 등은 대사 발음에서부터 내ㆍ외적 감정 표정과 액션 그리고 대사에 의한 표출, 캐릭터의 소화력 등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드러내고 있다.


-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스타시스템

이러한 차이는 어디서 오는 걸까? 개인적인 자질보다는 스타 시스템 즉 구조적인 문제에 기인한다. 기무라 다쿠야가 속해 있는 일본의 자니스 프러덕션의 경우 연예인 훈련 방식이 철저하고 매우 체계적이며 과학적이다. 일단 오디션에서 선발된 신인들에게 가창력에서부터 연기력, 만담, 개그 등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 걸쳐 장기간 교육을 시킨 다음 자니스 주니어라는 탤런트 예비군으로 편입시킨다.

이들은 선배 가수나 탤런트 뒤에서 춤을 추는 백 댄서를 비롯해 드라마와 버라이어티 쇼 등의 엑스트라로 출연하면서 기량을 기르고 연예인 예비군단을 형성한다. 이후 이들은 드라마, 영화에 정식으로 데뷔하거나 음반을 발표했을 경우 이미 각종 미디어를 통해 대중에게 노출돼 인기를 얻는데 장점으로 활용하고 있다.

자니스 프로덕션, 요시모토 흥업, 보아가 교육을 받았던 호리 프로 등 일본의 대부분 유명 프로덕션은 자체에 전문가로 구성된 강사진을 보유한 교육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만약 자체 교육시설이 없는 경우 오키나와 액터스 스쿨과 같은 자매 결연한 유명 교육시설에 신인들을 보내 체계적인 교육을 시키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의 연예 기획사는 가수나 연기자로 나섰다가 인기가 있으면 그 인기만을 발판으로 별 준비 없이 다른 분야로 진출하기 때문에 문제를 노출시키며 대중문화의 질을 하향 평준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가수들이 연기자로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경우 한 두사람의 연기 강사에게 짧은 기간 대사나 표정연기 등 기본적인 것만을 배우고 드라마나 영화에 투입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왕자웨이(오른쪽)감독이 부산영화제 개막작 < 2046>의 기자시사회를 마친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김현태 기자

기무라 다쿠야의 스마프는 데뷔이래 3~4년간 무명그룹이었다. 자니스 프로덕션에서는 이들에게 개그와 코미디, 연기를 가르친 다음 쇼 프로그램에 출연시켜 인기를 얻게 했고 드라마를 통해 인기를 폭발시켰다. 이에 따라 본업인 가수로도 성공을 했는데 데뷔 3년 내 발표한 앨범은 10만장 내외의 판매량에 그쳤지만 이후 발표 앨범마다 50만장 이상이 팔려 나갔다.

멤버 중 기무라 다쿠야는 출연한 드라마마다 사회 현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비롯해 그가 주연한 2003년 TBS 드라마 ‘굿럭(Good Luck)'은 평균 시청률 3위에 기록되는 등 탤런트로서도 최정상의 스타로 부상했다.

일본에선 배용준, 이병헌, 원빈, 보아 등 우리의 스타들이 엄청난 인기를 모으고 있고 ‘겨울연가’ ‘아름다운 날들’ 등 우리 대중문화 콘텐츠가 수 많은 일본인의 시선을 끄는 등 한류의 파고가 높다. 이러한 한류는 일본 대중들에게 우리 대중문화의 존재와 그 우수성을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는 점은 큰 의미가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우리 대중문화 콘텐츠의 우월론도 제기된다.


- 탄탄한 대중 문화 인프라 구축

하지만 이것은 단편적 인식이자 시각이다. 드라마 몇 편, 단기간 인기를 모으는 몇 명의 스타 열기로 우리 대중문화가 일본 보다 우수하다고 평가하는 것은 섣부르기 짝이 없다. ‘제비 한 마리가 왔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란 말을 생각하면 된다.

전문인력으로 무장한 연예 프로덕션 등 대중문화의 탄탄한 인프라가 구축된 일본의 저력이 우리에게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지상파 TV의 드라마 방송 등 일본문화의 전면 개방이 이뤄진다면 상황은 지금과 달라질 것이다.

분명 일본 스타 시스템에 비해 기동성이 뛰어나고 위기대처 능력 면에서 우리 기획사 중심의 강점은 있다. 또 스타들의 개인적인 자질과 역량 면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하지만 연예인 지망생을 발굴하고 이들을 교육시키며, 다양한 방면에 진출시켜 스타의 경쟁력과 생명력을 키우는 측면에선 시스템적으로나 인력적인 측면에선 뒤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일본 대중문화 성장을 커버스토리로 다루면서 수년동안 수많은 인재가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진출하고 민간과 정부의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이뤄 매년 10~20%이상의 일본 대중문화 산업 신장세를 가능케하고 대중문화 상품의 해외 수출도 세계 1위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같은 일본 대중문화 성장의 저변에는 튼실한 프로덕션 등 인프라가 구축됐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기무라 다쿠야와의 스크린을 통한 만남은 다시 한번 우리의 스타 시스템을 비롯한 대중문화 인프라의 현황을 돌아보게 한다. 이제 일본 내 한류의 열기에 도취하기보다는 그 한류를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튼튼한 대중문화 인프라 구축에 눈을 돌리고 실천에 나서야 한다.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입력시간 : 2004-10-13 15:16


배국남 대중문화평론가 knbae2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