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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로드 스튜어트, 독창적 사운드로 고전 팝 재해석
세번재 시리즈 앨범 < Stardust…Tne Great ~ >



오래 된 것이 항상 동시대의 감성에 뒤떨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희미하게 바랜 색채를 띠고 있지만 그 안에서 은은히 풍겨 나오는 그윽한 향기로 사람의 감성을 살포시 감싸오며 기분 좋은 느낌을 선사한다면, 그것은 단순히 ‘ 옛 것’이 아닌 ‘ 고전(古典)’으로 자리할 만한 가치를 지닌다.

고전이 말 그대로 고전일 수 있는 까닭은 기본적으로 ‘ 인간’이라는 것에 바탕을 두고 있으며 인간 정신의 정수(精髓)를 담고 있는 탓이다. 그래서 예술이 탄생한 이래 오랜 세월 동안 헤아릴 수 없는 고전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에 뿌리를 내리고 새로운 싹을 틔워 또 다른 거대한 나무로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담당해 왔다.

아무리 사회가 발전을 하고, 시대 정신이 변화하고, 유행이 바뀌고, 가치가 달라져도, 결국 인간은 인간일 뿐이다. 때문에 어느 예술 분야에서든 인간 감정의 지고(至高)한 형태로 표출시킨 고전은 늘 어느 형태로든 반복되고 재생산 된다. 이러한 경향은 음악에서도 마찬가지다.

- 옛 음악에 대한 향수 자극

소위 ‘ 팝 음악’으로 불리는 문화의 형태가 대중들의 삶 속에 파고든 지도 어언 한 세기가 되었다. 그 동안 다양한 음악 형태들이 등장을 했고 숱한 실험을 통해 커다란 진보와 발전을 이루었으며, 무수한 사람들이 여러 음악과 음악인들에 열광을 했다.

음악이 이성(理性)보다는 감성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는 매체인 탓에, 그리고 대량 복제가 가능해지게 된 이후 자본주의라는 구조 안에서 철저히 산업화되고 규격화된 제작과 유통 시스템을 통해 효용을 가질 수 있게 된 탓에, 음악의 진보는 (거대 자본에 기초한 레코드사의 이윤 창출을 위해, 그리고 그와 빈틈없이 맞물린 스타 시스템의 구조상) 그 자극의 강도를 더하는 쪽으로 이루어지게 된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20세기의 끝자락에서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복고(復古) 또는 그와 유사한 경향의 유행은 필연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아주 자연스러운 흐름으로 여겨진다. 비록 그러한 흐름이 주류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지만, ‘ 옛 음악’의 길고 질긴 생명력은 고전의 탁월함을 다시금 일깨워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견지에서 대중 음악계를 바라볼 때 2000년대에 들어 가장 눈에 띄는 작업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이 바로 로드 스튜어트(Rod Stewart)가 행한 일련의 작품들이다. 2002년 작 ‘It Had To Be You…The Great American Songbook’과 2003년에 발표된 ‘As Time Goes By…The Great American Songbook Volume II’를 통해 자신이 즐겨 듣고 부르던 고전 팝과 재즈 스탠더드 곡들에 새 옷을 입혀 멋지게 표현했던 그가 이 가을, 세 번째 시리즈인 ‘Stardust…The Great American Songbook Volume III’를 내놓았다.

이러한 연작이 가능할 수 있는 이유는 물론 이 시리즈가 대중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상업적인 성공을 거두었기 때문이다. 앞의 두 앨범은 이미 1,000만 장 이상의 앨범 판매고를 올렸고 빌보드 앨범 차트에는 각각 4위와 2위에 오르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바 있으며, ‘ These Foolish Things’(어덜트 컨템포러리 차트 13위)와 ‘ They Can't Take That Away From Me’(27위), 그리고 셰어(Cher)와 듀엣으로 부른 ‘ Bewitched, Bothered & Bewildered’(17위)와 ‘ Time After Time’(21위) 등의 싱글 히트곡들을 배출했다.

이 작품들이 많은 미국인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까닭은 명백하다. 우선 앨범 타이틀에서 알 수 있듯 미국인이라면 누구에게나 친숙한 ‘위대한’ 노래들(스탠더드 재즈로도 잘 알려진)이라는 사실, 그리고 옛 향기를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자신의 색채를 뚜렷이 담아낸 로드 스튜어트의 자연스러운 해석력과 풍부한 표현력이 세대를 초월한 대중성을 가질 수 있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요소들은 ‘Great American Songbook’의 세 번째 시리즈에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 미국 투어로 변치않는 역량 입증

사자의 갈기를 연상케 하는 특유의 변치 않는 헤어 스타일과 함께 로드 스튜어트의 정체성을 이루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역시 허스키한 목소리이다. 여러 탁월한 밴드를 탠「?음악적 역량이 최고조에 달했던 전성 시절의 그의 음악을 기억하는 이라면 그 평범하지 않은 목소리에 담긴 매력이 무엇인지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로드 스튜어트는 1960년대 초반 영국의 젊은이들 사이에 ‘ 모드(mod)’의 열풍이 불어 닥쳤을 때 그 강한 세례를 받은 뮤지션 중 하나다. 원래 모드는 이탈리아 스타일의 멋진 옷차림을 하고 스쿠터를 몰고 다니며 미국 ‘모타운(Motown)’ 계열의 R&B 음악을 즐겨 듣던 영국의 10대들을 일컬었던 말인데, 이 유행은 당시 활발하게 활동을 하던 여러 밴드들의 음악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더 후(The Who)와 스몰 페이시스(Small Faces)로 대표되었던 모드의 유행은 길지 않았지만 그 역동적인 에너지의 자양분을 흡수하여 자신의 음악을 살찌운 로드 스튜어트와 같은 이들 또한 있었다. 제프 벡 그룹(Jeff Beck Group)과 페이시스(Faces) 등을 거치며 최고의 록 가수로 자리한 그는 로큰롤은 물론 블루스와 포크, 컨트리 등을 적절하게 배합하여 자신만의 독창적인 사운드를 만들어내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80년대 이후 이전의 탁월한 재능이 거세된 평범한 팝 사운드로 일관했을 때에도 그의 목소리는 빛을 잃지 않았었다.

이제 환갑을 눈 앞에 바라보는 나이가 된 지금 로드 스튜어트의 그 목소리에는 감성을 푸근하게 어루만져주는 은은한 향기가 더해졌다. 2장의 ‘ Great American Songbook’ 시리즈를 통해 음악 인생의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그는 올해 들어 미국 내 82개 도시를 순회하며 펼친 대규모 공연인 ‘ From Maggie May to the Great American Songbook’ 투어로 변치 않는 역량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 빼어난 역량은 로드 스튜어트의 세 번째 고전 탐구라 할 수 있는 ‘Stardust…The Great American Songbook Volume III’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사실 이 시리즈를 시작하며 그는 ‘로큰롤 싱어’라는 자신의 정체성 때문에 많이 망설여야 했다. 하지만 로드가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은 다음과 같다. “이 음악들이 아니었다면 로큰롤도 없었을 것이다. 이 음악의 시대로부터 스윙이 나왔으니까. 어쨌거나 스윙은 로큰롤이 되었다. 물론 블루스도 빼놓을 수 없다. 이 모든 것들이 음악적 계보의 일부이다. 내가 그 일부분을 이루며 여전히 유효하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 포근하고 세련된 연주에 매료

로드의 허스키한 목소리와 데이브 코즈(Dave Koz)의 색소폰 연주가 이루는 멋진 조화가 돋보이는 명곡 ‘ For Sentimental Reasons’, 물 흐르듯 수려한 현악 오케스트레이션과 에릭 클랩튼(Eric Clapton)의 투명한 기타 연주가 아름답게 어우러지는, 리처드 로저스(Richard Rodgers)와 로렌츠 하트(Lorenz Hart) 콤비의 작품 ‘ Blue Moon’은 앨범에서 첫손에 꼽을 만한 작품들이다.

루이 암스트롱(Louis Armstrong)의 목소리로 친숙한 ‘ What A Wonderful World’는 로드 스튜어트가 앨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을 가지는 곡으로, 스티비 원더(Stevie Wonder)가 참여하여 하모니카 연주를 들려주었다. 또 로저스 - 하트 콤비의 곡 ‘ Manhattan’에서 로드는 베트 미들러(Bette Midler)와 호흡을 맞추었으며, 거슈윈 형제의 ‘ 'S Wonderful’에서는 데이브 그루신(Dave Grusin)이 피아노 연주를 맡았다.

제목처럼 로맨틱한 감성을 선사해주는 로저스 - 하트의 ‘ Isn't It Romantic?’ 또한 고급스럽고 세련된 분위기를 담고 있다. 컨트리 스타 돌리 파튼(Dolly Parton)은 예의 시원한 목소리로 로드와 함께 ‘ Baby, It's Cold Outside’를 멋지게 불러 주었다.

한없이 포근하고 세련된 연주와 가슴속 밑바닥까지 부드럽게 간질이는 듯한 매혹적인 허스키 보이스, 그리고 곡들 자체의 탁월함으로 인해 이 작품들은 여러 번 반복해서 들어도 지루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아무런 부담 없이 편안하게 읊조리는 듯한 로드 스튜어트의 목소리는 짙어가는 가을밤의 로맨틱한 분위기에 더할 나위 없이 잘 어울린다.



김경진 팝칼럼니스트 arzachel@seoulrecords.co.kr


입력시간 : 2004-10-2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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