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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미 타운] 장윤현 감독 <썸>
디지털 세상의 뒷골목서 데자뷔의 비밀 속으로 빨려든다
젊은 감성으로 그려낸 한 예지자의 고난과 초능력






장윤현 감독의 신작 ‘썸’과 같은 영화의 이야기 패턴을 우리는 익숙하게 보아왔다. 어떤 사건이 일어나고 그를 쫓는 추적자가 주인공이고 뭔가 알 수 없는 초능력을 가진 사람의 예지가 이 사건 해결의 비밀을 쥐고 있고, 주인공은 예지자 덕분에 자신이 결코 알 수 없었던 현실 뒤의 숨겨진 비밀을 학습하게 되고, 둘은 결국 팀을 이뤄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

‘썸’에서는 주인공 형사 고수가 사라진 100억대의 마약을 쫓는다. 여기에 알 수 없는 ‘데자뷔’(기시감)로 이날 하루의 사건을 모두 예감하는 교통정보 리포터 송지효가 예지자로 등장한다. 그녀 역시 마약탈취에 관련된 동호회 친구로부터 사건의 정보가 담긴 MP3를 받게 되면서 이를 노리는 사람들로부터 쫓기게 된다.

- 사건을 예감하며 위험에 빠지다

여자는 형사의 앞날을 자꾸만 보게 되고 그의 비밀을 알지만 정작 자신이 왜 어려움에 처했는지를 알 수가 없고 그 때문에 여자가 위험에 빠지고, 그를 구해내며 그녀와 친해지는 주인공 고수 역시 함정에 빠지며 경찰의 추적을 받게 되고, 둘은 점점 가까워진다. 여자가 미리 본 하루의 결말엔 남자의 죽음이 예고돼 있다. 24시간의 서스펜스가 설정되며 긴장감이 고조된다. 관객은 익숙한 장르의 긴장감속으로 편하게 몰입돼 간다.

지난해 개봉했던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연상하게 하는 듯한 이 이야기는 그러나 그처럼 본격적인 SF를 결코 의도하지 않는다. 픽션의 요소는 단지 ‘데자뷔’라는 여자의 별다른 능력일 뿐 전체의 이야기는 현실과 전혀 거리감이 없다. 오히려 영화는 느와르풍의 스릴러에 초점을 맞춘다.

디지털 세계의 뒷골목이 그려내는 21세기의 느와르의 풍경은 이 영화 속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인터넷으로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대신하며 온몸에 피어싱을 하고 약물에 흐느적거리며 레이싱카로 도로를 질주하며 광장에서 플래시 몹을 벌이는 어두운 사이버펑크들의 모습은 박진감 넘치는 자동차 추적, 전복 장면 등과 어우러져 확실히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잘 집어내는 감독의 젊은 감성으로 독특하게 그려진다.

익숙한 장르의 틀에 새로운 세대의 감성을 화려한 화면과 편집으로 포장한 영화는 ‘데자뷔’라는 특이한 소재로 관심을 끌고 몇 차례의 반전까지,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의 구색을 모두 갖추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익숙한 패턴으로 문제를 제기하며 시작했던 영화의 이야기가 익숙한 패턴의 해결을 안겨주지 않는데 있다.

영화의 핵심적인 비밀의 열쇠로 등장하는 ‘기시감’의 주인공 송지효는 영화 초반 계속 자신도 이유를 모를 이 데자뷔 현상에 대한 확신을 가지지 못한다. 초반부에서 관객은 이 영화에서 유일한 초능력을 가진 그녀가 어서 빨리 자신의 능력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문제를 해결해 주기 바란다.

- 그녀의 초능력은 무엇일까?

그녀가 영화의 어느 부분에서 자신의 데자뷔에 확신을 가지고 관객의 작은 긴장이 해결이 되면서부터 관객은 또 다른 기대를 가진다. 도대체 그녀만이 가진 그 능력의 비밀은 무엇일까에 대한 해답이다. 그녀는 무엇 때문에 세상의 수많은 사람들이 가지지 못한 그 능력을 가지도록 선택 받았을까. 그녀는 그 능력으로 어려움에 처한 고수를 어떻게 위기에서 구해낼 수 있을까.

그러나 영화는 아쉽게도 영화의 유일한 초현실적인 능력에 대한 논리적인 설명을 속시원하게 관객에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것이 패턴화된 이런 장르영화의 예정된 공식인데도 말이다. 그저 그녀의 능력으로 알아낸 비밀이라고는 주인공이 죽을 운명에 처해있다는 암시와 상황뿐이다. 뭔가 선택 받은 예지자였다고 생각했던 여자의 역할이 사건의 해결이 아니라 사건의 상황만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치는 것이다.

관객의 가장 큰 장르에의 穗諛?배신을 당하면서 관객들은 거듭되는 반전의 제시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논리적인 얼개 전체에 신뢰감을 잃게 된다. 그리고 영화가 내세운 가장 매력적인 소재였던 기시감조차 “어디선가 본 것 같다”그녀의 대사가 반복될 수록 매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느끼게 된다. 결국 주인공 고수는 사건을 해결하고 위기에서 빠져 나오지만 논리적인 해결책을 얻지 못한 관객의 가슴은 풀다 만 매듭을 바라보는 것처럼 후련하지가 못하다.



이윤정 영화평론가 filmpool@naver.com


입력시간 : 2004-10-27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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