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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쑥부쟁이
고운 때깔, 은은한 향의 가을공주


이번 가을 식물 조사 일정에서 마무리해야 할 조사가 하나 있었기에, 진작 떠나야 했던 가을 산행을 이런 저런 일에 밀어 두었다가 한 달이나 늦게 떠났다. 산 빛은 화려하고 아름답기 이를 데 없었다. 설악산이나 오대산 같은 명산은 단풍객들의 발길에 무척 번잡했다지만 조금 떨어진, 깊고 이름이 알려진 산들은 그지없이 고즈넉했다.

식물을 조사하기에는 많이 늦은 계절이어서 온전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 풀도 흔치 않고 깊이 서늘한 가을바람 한번 불면 나뭇잎마저 우수수 떨어져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가을 정취만은 그만이었다.

모든 풀들이 꽃을 피우고 지고, 열매를 맺고 그마저 멀리 날려 보내어 마른 줄기를 드러내 놓은 이 즈음에 아직 고운 때깔 그대로 우리를 반겨주는 꽃이 있었는데 바로 쑥부쟁이다.

이 땅에는 고만고만한, 그러나 조금씩 저마다 개성을 달리한 쑥부쟁이 집안 식구들이 여럿 있다. 그러나 우리가 이 가을 산에서 흔히 만나는 것은 쑥부쟁이이기 보다는 개쑥부쟁이이기 쉽다. 가장자리 꽃잎처럼 생긴 보라색 설상화와 안쪽에 노란색 암술처럼 생긴 통상화 밑에 모두 털이 있는 것이 특징인 우리풀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보라색 꽃(화서)이 좀 더 크고, 포기도 크다. “개”자 붙은 식물이 뜻밖에도 아름다운 경우의 대표적 예이다.

쑥부쟁이와 개쑥부쟁는 모두 국화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땅속줄기가 옆으로 뻗어 가면서 키워낸 튼실한 줄기는 무릎높이지에서 허리춤까지 자라는데, 간혹 주체할 수 없이 풍성한 포기로 더 없이 풍성하게 큰다. 새싹은 붉은 빛이 많지만, 점차 녹색을 띠어가면 강건하게 커나간다. 긴 타원형의 잎새에는 자연스런 톱니가 나고, 여름이면 피기 시작하는 꽃송이들은 가을이 깊어 가도록 그 은은한 향기를 들녘에 쏟아낸다.

쑥부쟁이란 특별한 이름은 쑥을 캐러 다니는 불쟁이(대장장이) 딸에서 유래된 이름이라고 하는데, 전설도 하나 얽혀 있다(요즈음 공부하는 중학교 1학년 국어책에도 나온다). 이 밖에도 산백국, 소설화(小雪花), 야백국이라고도 불린다.

쑥부쟁이나 개쑥부쟁이는 모두 가을 화단에서 매우 유용한 소재로 쓰인다. 개화기도 길고 꽃도 아름답고 색깔도 독특하며, 어떠한 조건에서도 가리지 않고 잘 자라므로 재배하기도 쉽다. 특히 쑥부쟁이 가운데서 한라산에 자라는 눈개쑥부쟁이는 키를 낮추고 줄기가 바닥을 기듯 옆으로 퍼져, 지피(地皮)용으로 아주 좋다. 더욱이 일반적인 식물들은 적응이 어려운 야산의 절개 경사면 같은 곳에서도 쉽게 활착하여 옷을 입힌다.

한방에서는 쑥부쟁이를 비롯한 유사한 식물들을 통털어 산백국(山白菊)이라고 하며 약으로 쓴다. 감기로 열이 나거나 목이 부을 때, 기관지염, 유방염 등에 잘 듣는다고 한다. 해독 작용이 있어 뱀에 물렸을 때 붙이기도 한다. 그 밖에 어린 순을 먹을 수 있는데, 나물로 무쳐 먹거나 잘 삶아서 떫은 맛이 빠지면 나물밥으로 지어 먹기도 한다.

서늘한 가을바람 속에 섞여 들어오는 쑥부쟁이의 은은한 향기와 빛깔로 가슴이 시려 온다면 제대로 가을을 보내는 것일 게다.

입력시간 : 2004-10-27 1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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