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노믹스 | 강상구 지음 | 황금가지 발행ㆍ1만3,000원

[출판] 그리스 신화로 풀어낸 현대 경제학
미토노믹스 | 강상구 지음 | 황금가지 발행ㆍ1만3,000원

그리스 신화에 경제학이 다 담겨 있다, 3,000년 전의 그리스 신화가 2004년의 한국 경제를 설명한다?

웬 엉뚱한 소리인가 하겠지만 지은이 강상구는 그리스 신화(myth)와 경제학(economics)을 결합시켜 미토노믹스(mythonomics)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 냈다. 어렵고 딱딱해 보이는 경제학의 원리, 용어와 경제 현실을 최근 한국에 분 신화 바람으로 우리에게 친숙해진 그리스 신화의 내용으로 풀어본 것이다.

지은이는 매일경제TV 기자로 한국은행 등을 출입했다. “하루는 귀가했더니 어머니가 ‘콜 금리가 뭐니’라고 물으셨다. 콜금리는 은행 간 거래 금리로 금리의 기준이라는 내 설명에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지은이는 어머니에게 경제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는 그래프를 들이밀 수는 없었다.

어머니와 자신이 같이 알고 있고 느낄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해야 했다. 마침 서가에 가득 찼던 그리스 신화에 관한 책에서 그는 힌트를 얻었다. 재미있는 옛날 얘기를 하듯 그리스 신화로 어머니에게 경제를 이야기한다면! 그래서 이 책 ‘미토노믹스’는 씌어졌다.

그렇다면 실제 신화와 경제학은 어떻게 만날까. 경제학의 가장 기본적 개념인 ‘선택’과 ‘기회 비용’은 파리스의 황금사과 이야기로 설명된다. “황금 사과를 쥐고 어느 여신에게 줄 지 고민하던 파리스가 가장 아름다운 여인을 택함으로써 잃어야 했던 권력과 명예가 바로 기회 비용이다. 보통 사람의 하루 하루도 이런 선택의 연속이다. 새벽 단잠을 30분 더 자는 대가로 아침밥을 걸러야 할 때도 선택과 기회 비용의 문제가 발생한다.”

저자는 각 장에서 신화의 내용을 들려준 다음 거기 담긴 경제적 원리를 해석하고, 현대의 경제학을 설명한 뒤, 이를 오늘날 한국 경제의 현실에 대입시키는 서술 방식을 취했다. ‘ 보이지 않는 손’이 개입하는 ‘ 시장’의 개념은 아테네를 차지하려고 각축했던 포세이돈과 아테나의 경쟁으로 설명된다.

포세이돈은 아테네에 샘을, 아테나는 올리브나무를 각각 선물로 준비했다. 그 결과는 철저하게 받을 사람을 먼저 생각한 아테나의 승리였다. 대리석 산으로 이뤄진 도시 아테네의 샘물은 마실 수도 없었다. 하지만 올리브나무는 아테네 사람들에게 연료, 향료, 피부 미용제로도 쓰일 수 있었다.

결국 이 이야기는 ‘보이지 않는 손’은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만들어 내도록 하고, 내가 팔고 싶은 가격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사고 싶어 하는 가격에 의해 거래가 이뤄지는 ‘시장’ 원리를 보여준다는 것이 저자의 설명이다.

트로이 전쟁은 어떨까. 지은이는 분업과 비교 우위, 무역의 중요성을 트로이 전쟁 이야기로 풀어 낸다. 전쟁에서 그리스가 승리한 것은 전쟁을 일으킨 메넬라오스, 단결을 이끌어낸 아가멤논, 싸움꾼 아킬레우스, 꾀돌이 오디세우스 등 여러 장수가 자신의 일을 각자 잘 했기 때문이다. 반면 트로이는 이 모든 역할이 헥토르 왕자 한 사람에게 몰려 있었기 때문에 질 수 밖에 없었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보다 물건을 더 잘 만들어서 가전 제품을 수출하는 게 아니다. 다른 나라보다 농사를 더 못 지어서 쌀을 내다 팔지 못하는 게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물건을 만들어 내는 편이 농사를 짓는 쪽보다 더 쉽기 때문이다. 요컨대 비교 우위는 다른 나라와의 비교가 아니라 나라 안에서 산업 경쟁력을 비교하는 게 핵심이다”라고 해석한다.

경제를 보는 눈, 경제 정책 관전법, 경제 정책 채점법, 경제학의 영웅들 등 신화에 대입시킨 이야기 한 편 한 편이 골치 아픈 경제 논리들을 그리스 신들 앞에서 무장해제 시키고 있다. 신화의 재미와 경제를 배우는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책이다.

하종오 기자


입력시간 : 2004-11-10 13:51


하종오 기자 joh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