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부여잡은 남녘의 갈대왕국15만평에 이르는 보물같은 습지, 황새 등 진객으로 장관
[주말이 즐겁다] 순천만 갈대밭 가을을 부여잡은 남녘의 갈대왕국 15만평에 이르는 보물같은 습지, 황새 등 진객으로 장관
- 늦가을엔 망둥어 낚시터로 인기
갈꽃이 피는 늦가을은 이곳 주민들이 ‘문저리’라 부르는 망둥어 철이기도 하다. 일요일만 되면 대대동 나루터나 갈대밭 한쪽엔 망둥어를 잡으려는 낚시꾼들의 발길이 잦다. 예쁘게 화장한 여성들은 물론 집에서 만든 대나무로 낚시로 망둥어잡이에 몰두하고 있는 꼬마 ‘꾼’들도 심심찮게 눈에 띈다. 대대동 어부들은 물 때에 맞춰 배를 타고 나가 바다에서 망둥어를 낚는다. 어부들의 하루 어획량은 보통 1인당 100~200마리. 이 정도면 제법 짭짭한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순천만 서쪽 해변가의 대대동은 갈숲에 파묻힌 ‘갈대 마을’이다. 순천만에서 갈대를 감상하기에 가장 좋은 곳으로 꼽힌다. 갈대는 자그마한 대대동 나루터를 중심으로 가장 너른 군락을 형성하고 있고, 바다를 따라 서쪽으로 길게 뻗은 방죽 안쪽으로도 장관을 이룬다. 바다로 뻗은 방죽을 따라가다가 갈대밭으로 파묻힐 수 있지만, 마른 땅의 억새밭과는 달리 푹푹 빠지는 뻘이므로 조심해야 한다. 그러나 조금만 조심하면 갯구멍으로 숨어 드는 짱뚱어의 우스꽝스런 몸짓을 구경할 수 있다. 또 끈질기게 갯구멍을 노리며 짱뚱어가 나오기를 기다리는 백로도 관찰할 수 있다. 허나 찬 바람이 불면 짱뚱어는 겨울잠을 자러 뻘 깊숙이 들어간다. 계절에 따라 일곱 가지로 색이 바뀐다는 칠면초는 만추 무렵이 제일 예쁘다. 단풍 못지 않은 붉은 색에 가까운 진자줏빛 칠면초와 포실포실한 갈꽃이 어우러진 갯벌 풍경은 순천만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다. 순천만 갈대밭의 아름다운 풍광은 노을로 완성이 된다. 일몰을 감상하려면 순천만 동쪽의 해룡면 산내면 농주리 해안이나 언덕이 괜찮다. 붉은 해와 어우러진 갯강을 황금빛으로 물들이는 이곳의 일몰 풍광은 한반도의 명풍경을 찾아 다니는 사진 작가들을 전국 각지에서 불러모은다. 붉은 저녁 노을을 배경으로 갈대밭 위를 지나가는 철새들의 V자 편대 물결도 아주 정겹게 다가온다. - 안개에 덮힌 새벽 갈대밭
안개 자욱한 이른 아침의 갈대밭 풍광은 순천만의 또 다른 명물. 1964년 발표될 때 비평가들에게 ‘감수성의 혁명’이란 극찬을 들었던 대대동에서 짙은 아침 안개를 헤치며 방죽을 거닐다 보면 서걱거리는 갈대들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그리고 얼마 뒤 아침 햇살이 비껴 들면 지난 저녁의 황금빛과?달리 은빛으로 빛나는 갯강이 이슬 맺힌 갈꽃 사이를 뱀처럼 지나 바다로 흘러가는 게 보인다. 갯강 수면 위로 옅은 안개가 피어오르는 광경도 제법 아름답다. 만약 순천만 갈대밭의 일몰과 일출, 그리고 안개를 모두 즐기려면 늦어도 해지기 2~3시간쯤 전에 대대동에 도착하도록 계획을 짜는 게 좋다. 일몰 전에 방죽길을 거닐며 갈대의 춤사위을 구경한 뒤 해가 지기 전에 동쪽의 해룡면으로 건너가 일몰을 구경한다. 그리고 이튿날 새벽 다시 대대동에서 안개와 더불어 일출을 감상한다. 방죽 부근이 일출을 보기 좋은 곳이다. 현재 대대동 일대엔 2005년 완공 예정으로 ‘순천만 자연 생태 공원’ 조성 공사가 진행중이다. 조류 관찰장, 생태 연못, 관찰 데크, 전망대, 갯벌 체험 지구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입력시간 : 2004-11-17 14:34
|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