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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구름송이풀
낮게 엎드려 구름을 이고 지고…





하늘이 높고 파랗다. 그 하늘빛을 바라보니 떠나 보낸 계절에 대한 미련들이 아직도 남는다. 정말 추워질 텐데…. 그 푸르디 푸른 하늘에 닿을 듯 높은 곳에 사는 식물들이 있다.

고산에 사는 식물들은 유난히 꽃 빛도 곱고, 모습도 특별한, 멋진 식물이 많다. 바람의 힘을 이기지 못하니 그 키도 작아, 때론 식물체 전체가 꽃으로만 느껴질 때도 많으니 그런 식물들의 특별함이 더욱 눈과 마음을 잡는다.

너무 고와 산 아래로 가져와 심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하더라도 낮은 곳에서는 한 여름의 더운 땅 기운을 견디지 못하여 죽고 만다. 그러니 이런 식물들은 적절한 때를 맞추어 높은 산에 오른 이들의 차지이기 십상이다.

그래서 오늘은 계절도 초월하고, 고되게 다리품을 팔아 산에 오르는 노고를 모두 넘어 한 여름 가장 높은 곳에서 피어나는 식물의 하나인 구름송이풀을 소개할까 한다.

혹 그 강렬한 붉은 꽃빛들을 바라보면, 개성 넘치는 독득한 모습을 넋을 놓다 보면, 마치 시공을 초월하여 속세를 떠난 천상의 모습을 보는 듯하여 잠시 마음이 맑아지는 듯 느껴질 수 있겠다 싶어서 말이다.

구름송이풀은 이름앞에 ‘구름’이란 글자가 붙어 있다. 구름국화, 구름체꽃, 구름범의귀, 구름제비난 …. 이런 식물들은 대부분 백두산과 같은 가장 높은 산의 가장 높은 곳에서 구름을 이고 지고 살아간다. 구름송이풀도 그러하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을 고르라면 백두산, 설악산, 한라산을 고를 곳이고 이 구름송이풀은 이 곳에서만 살고 있으니 이름 앞에 ‘구름’자를 붙이는 영예야 당연히 받을 만하다.

구름송이풀은 현삼과에 속하는 여러해살이 풀이다. 송이풀과 비교해 보면 키는 훨씬 작꽃 식물체 끝에 달리는 꽃차례에는 분홍색의 송이풀에 비해 아주 진한 분홍색(쇼킹 핑크라고 부를만하다)의 꽃들이, 그것도 아주 다닥다닥 달려 마치 하나의 작은 꽃방망이를 보는 듯 하니 한번 보면 잊지 못할 만큼 특별하다.

정말 아름다움은 키를 아주 낮추고 한 뼘 높이쯤 자라는 구름송이풀에 눈 높이를 맞추어 몸을 최대한 낮추고 자세히 들여다 볼 때인데, 현삼과에 속하는 식물이인 만, 꽃의 아랫 부분은 붙어 있다. 그러나 그 끝은 마치 요염한 여인의 한참 벌어진 입술처럼 보이고, 솜털도 다복하고, 층을 이루고 돌려나는 잎들도 재미나다.

모양만으로 보면, 관상용으로 기르면 참 좋을 듯 하지만, 까다로운 고산성인데다가 일부 다른 송이풀종류처럼 부생하는지의 여부도 알려져 있지 않아 관상 자원화 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아직 미지수이다.

민간에서는 전초를 폐결핵, 폐렴, 소변불통, 출혈증 등에 썼으며 중국에서는 에서는 뿌리를 강심제, 몸이 허약할 때, 혈압이 낮을 때 등에 썼다는 기록이 보인다. 그러나 발견조차 쉽지 않은 식물을 이용하는 일은 아직 요원해 보인다.

계절이 쏜살 같이 흘러 한 해의 끝이 그리 멀지 않아 마음이 몹시 조급했었는데, 이렇게 한 자리에 앉아 계절도 넘나 들면서 1,000m도 훨씬 넘는 산들을 오르내릴 수 있는 것을 보니, 아직 내 가슴엔 많은 풀과 나무들이 살아 있는 듯 싶다.



이유미 국립수목원 연구원 ymlee99@foa.go.kr


입력시간 : 2004-11-24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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