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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한국 최초의 모던 록 밴드 <유앤미 블루>
시대를 앞서간 매력적 사운드

대중의 기호나 한 시대의 트렌드에서 벗어나 있다는 이유만으로 관심을 받지 못하고 사라져간 수 많은 뮤지션과 아티스트들의 이름을 우리는 기억한다. 그들 중 많은 이름은 극소수의 기억 속에 묻힌 채 사라져 가지만, 다행스럽게도 어떤 이들은 세월이 흐른 후 정당한 평가를 받고 대중의 그치지 않는 관심을 이끌어내게 된다.

후자의 경우, 어느 시점부터 자연스럽게 형성된 팬덤(fandom)을 통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일종의 컬트적인 숭배의 대상이 되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 해당 아티스트의 앨범에는 여러 수식어가 붙게 마련이다.

‘저주 받은 걸작’, ‘숨겨진 명반’, ‘컬렉터스 아이템’ 등등. 유앤미 블루(U & Me Blue)의 두 앨범 역시 1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이러한 수순을 밟아오며 적지 않은 음악 애호가들을 들썩이게 했다.

깔끔하고 세련된 사운드로 무장한 한국 최초의 모던 록 밴드

‘한국의 유투(U2)’. 유앤미 블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이 생소한 이름을 가진 밴드의 정체성은 이 짤막한 말로 대체되었다. 어찌 보면 (의도하든 그렇지 않든) 외국의 유명 아티스트의 이름을 빌려오는 건 가장 손쉬운 홍보의 수단이 되기도 하지만, 시시콜콜 비교를 당해야만 한다는 위험성을 안고 있기도 하다.

유앤미 블루 역시 그런 이유로 어떤 면에서는 손해를 보았던 듯하지만, 세련된 모던 록/얼터너티브 사운드를 내세우는 그들의 음악에서 보컬의 창법이라든지 곡의 전반적인 분위기, 연주 스타일에 이르기까지, 유투의 짙은 향취를 느끼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1994년 이들의 데뷔 앨범 [Nothing's Good Enough]가 발매되었을 때 우리나라의 주류 음악계는 레게 리듬 등이 가미된 가벼운 댄스음악이 주종을 이루고 있던 상태였고, 유앤미 블루의 한발 앞서 간 사운드는 평단의 호평과는 달리 대중적인 주목을 받을 수가 없었다. 클럽 공연을 통해 소수의 열광자들을 만들며 탄탄하게 실력을 키워간 밴드는 1996년 두 번째 앨범 ‘Cry…Our Wanna Be Nation’을 발표하지만 다시 한 번 상업적인 실패를 맛봐야 했고, 밴드는 이내 해체된다.

이후 이들이 대학로의 학전 소극장, 홍대의 클럽 블루데블, 그리고 예술의 전당 등에서 행했던 공연의 흔적들을 담은 라이브 앨범 ‘Live ’95-’97’이 뒤늦게 소개가 되었다. (이들의 앨범은 그 동안 품절되어 많은 이들을 애타게 했다. 뒤늦게 유앤미 블루의 소문을 접한 사람들에게 밴드의 작품들은 말 그대로 ‘전설적인 명반’이었고, 지난 봄 재발매되기 전까지 일부 희귀 음반 전문 쇼핑몰이나 경매 사이트들에서 몇 만원의 고가로 거래되어 오기도 했다.)

재능 있는 두 재미교포 뮤지션들의 길지 않았던 음악 여행

길지 않은 활동 기간 동안 2장의 정규 앨범과 1장의 라이브 앨범을 남기고 사라진 유앤미 블루는 방준석과 이승열이라는 두 재능 있는 재미교포 뮤지션들로 이루어졌던 밴드이다.

기타와 키보드, 보컬을 담당한 방준석(1970년 춘천 생)은 10살 때인 1979년 칠레로 이민을 떠났고 1988년 미국으로 이주하여 뉴욕주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기타와 보컬의 이승열(1970년 서울생)은 1984년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으며 역시 뉴욕주립대에서 예술사를 전공했다. 청소년기를 미국에서 보낸 이들이 자신들의 열정이 담긴 데모 테이프를 들고 고국을 찾아온 것은 1994년의 일이다. 이들은 클럽 활동을 통해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실력파 프로듀서 송홍섭의 손을 거쳐 완성된 데뷔작 ‘Nothing's Good Enough’는 기존의 국내 음악계에서 볼 수 없었던 신선한 감각의 연주와 완성도 높은 사운드를 담은 수작이었다. 단순히 멜로디만 강조되는 가요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방준석과 이승열의 느른하지만 매력적인 보컬, 깔끔한 기타 사운드와 탄탄한 리듬 라인, 탁월한 사운드 프로덕션 등 모든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받을 만한 작품이었다.

이 앨범에는 이승열의 열정적인 보컬과 세련된 연주가 담긴 멋진 곡 ‘세상 저편에 선 너’와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흘러가는 시간…잊혀지는 기억들’, 뛰어난 리듬감과 친근한 멜로디가 돋보이는 방준석의 ‘꽃’, 그리고 많은 팬들로부터 사랑 받은 몽롱한 분위기의 ‘G’ 등이 수록되어 있다.

1996년, 밴드는 데뷔작의 색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채 보다 유연한 멜로디 라인과 우울함의 정서가 강조된 두 번째 앨범 ‘Cry…Our Wanna Be Nation’을 발표했다.

방준석의 달콤한 목소리와 대중적인 접근이 보다 쉬운 멜로디로 전개되는 ‘지울 수 없는 너’와 너무도 편안한 감성이 담?‘그날’, 남성적인 강렬함을 선사하는 이승열의 ‘그대 영혼에’(이 곡은 박광수 감독의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 삽입되기도 했다) 등이 수록되어 있는 이 앨범에서 두 멤버들의 개성은 확연히 갈라져서 드러난다.

전작을 능가하는 작품으로서 역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에는 한 걸음 앞서 있던 음악이었다. 또 한 번의 상업적 실패를 거둔 밴드는 1997년 예술의 전당에서의 공연을 마지막으로 해체되고 만다.

활발한 솔로 활동, 새로운 도약

이후 이승열은 미국으로 돌아갔고 방준석은 어어부 프로젝트에 잠시 몸을 담았다 여러 국내 영화의 사운드트랙 작업에 참여한다. 그가 참여한 작품들로는 ‘공동경비구역 JSA’와 ‘해변으로 가다’, ‘텔 미 썸딩’, ‘꽃을 든 남자’ 등이 있으며 그 외에 한상원, 한의수 등의 앨범에서 목소리를 들려주기도 했다.

다시 귀국한 이승열은 영화 ‘해안선’과 ‘…ing’, ‘애니메이션 - 원더풀 데이스’의 주제곡을 불러 주목을 받았고, 2003년 12월 예의 탁월한 재능이 고스란히 담긴 솔로 데뷔 앨범 ‘이 날, 이 때, 이 즈음에…’를 발표하여 역시 여러 매체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비록 상업적ㆍ 대중적인 성과와는 무관한 결과를 얻었지만, 그의 음악에는 유앤미 블루의 연장선상에서 뛰어난 팝과 록 사운드가 담겨 있다. 묵묵히 자신의 음악을 행하는 뛰어난 뮤지션으로서, 앞으로의 활동이 기대되는 가수로서 이승열은 많은 이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경진 팝 칼럼니스트 arzachel@seoulrecords.co.kr


입력시간 : 2004-11-24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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