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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 끊임없이 솟는 지혜의 샘에 빠져보라
유식의 즐거움 1.2.3
왕경국 장윤철 등 지음
휘닉스 발행 · 가구건 1만 2000원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옛 것에서 새로운 지식과 도리를 찾는다는 말이다. 수천 년에 걸쳐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오는 경구, 수백 년 전 씌어진 고전, 세상을 변화시킨 역사적 사건들. 누대에 걸쳐 쌓인 인간 삶의 켜에는 수 많은 지혜가 오롯이 담겨 있다.

해묵은 지혜는 과거 속에서 화석처럼 굳어 있지만은 않다. 그것은 복잡다단한 세계 속에 던져진 현대인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데도 유용한 방향타가 되곤 한다.

옛날 중국 제나라에 아름다운 처자가 있었다. 어느 날 이 처녀에게 한꺼번에 두 사람의 청혼이 들어온다. 한 남자는 인물이 볼 것 없었으나 부자였고, 다른 남자는 인물이 뛰어났으나 집안이 가난했다.

두 청년을 놓고 고민하던 아버지가 누구에게 시집가겠느냐고 묻자 처자는 대뜸 대답한다. “밥은 동쪽 집에서 먹고 잠은 서쪽 집에서 자고 싶어요.” 자기 잇속만을 위해 이리저리 빌붙는 행위를 가리키는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이란 말은 바로 여기서 나왔다. 얄팍한 속셈으로 지조 없이 처세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따끔하게 던져 주고 싶은 말이다.

또 여름에는 반딧불로, 겨울밤에는 눈빛으로 글을 읽는다는 형설지공(螢雪之功)은 어떤가. 주인공 차윤과 손강이 극심한 가난 속에서도 학업에 정진하여 높은 벼슬에 올랐다는 고사는 경제적 고난을 겪으며 어렵게 공부하는 청소년들에게 희망의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우리가 일상 생활에서 뜻을 알건 모르건 인용하고 듣게 되는 고사와 성어들이 어디서 어떻게 파생되어 나왔는지 일목요연하게 접하고 그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책이다.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의 고전에서도 백미만을 골라 재미있고 간략하게 편집한 '유식의 즐거움' 시리즈. 백과사전처럼 간략하게 축약ㆍ정리되어 있고 당의정처럼 한 입에 쏙 삼킬 수 있는 간편함이 있다.

‘유식의 즐거움 1. 동양 지식의 모든 것’에서는 논어, 맹자, 서경, 시경, 삼국지연의, 손자병법, 전국책, 정관정용 등 중국의 고전을 비롯해 삼국사기, 삼국유사, 조선왕조실록, 한국사 등에서 뽑아낸 여러 고사성어들을 소개한다.

거기에 얽힌 영웅ㆍ현자들의 비범한 이야기들을 평이한 문체로 풀어 내 손쉽게 읽힌다는 점이 최대의 미덕이다.

‘서양 지식의 모든 것’이란 부제를 단 2편은 ‘데카메론’ ‘폭풍의 언덕’ ‘군주론’ ‘종의 기원’ ‘꿈의 해석’ 등 문학, 정치, 경제, 사회과학, 철학 등에 걸쳐 인구에 널리 회자되는 명저 3권의 핵심을 비롯해 서양사를 관통하는 고사들과 성경에 등장하는 키워드를 두루 소개한다. 방대하고 난해한 서적들을 일일이 다 읽지 않아도 대강의 내용을 이해할 수 있도록 공들여 정리했다.

시리즈의 마지막은 ‘지식의 박물관’. 지식의 박물관보다는 상식의 박물지라는 게 더 걸맞을 3부에서는 ‘호텔의 도어 맨이 연미복을 입고 있는 이유’, ‘송충이를 미용식으로 먹은 로마 귀부인’, ‘코카콜라에 남아있는 1%의 비밀’, ‘달팽이가 신문지를 먹으면 어떤 색의 똥을 쌀까?’ 등 온갖 잡학 지식들을 망라했다. 누구든지 가볍고 즐겁게 읽을 수 있고, 알아 두면 언제 어디서나 유쾌하게 대화를 주도해 나갈 만한 내용들이다.

혹자는 ‘수능 대비 핵심 정리 참고서가 아니냐’며 백안시할 지도 모른다. 허나 효용성만을 놓고 따져 보다라도, 무지막지하게 쏟아져 나오는 정보의 바다에서 허우적대는 현대인들에게 퍽 유용하겠다는 생각이다. 여기저기 흩어진 얘기들을 한자리에 모아 한꺼번에 음미할 수 있을뿐더러, 색인처럼 손쉽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한 배려도 돋보인다.

덧붙여 다시 온고이지신. 역사를 배우고 옛 것을 배울 때 단지 알기만 하는 것은 아무 가치가 없다. 그 속에서 새로운 이치와 올바른 판단을 스스로 깨우쳐 나가야 한다. 핵심 정리 끝냈으면 나중에 원전도 한 번쯤 찾아 읽으며 깊이 음미해 보길 권한다.



이기연 자유기고가 popper@empal.com


입력시간 : 2004-11-2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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