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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즐겁다] 인천 소래포구
협궤 열차의 추억이 남아있는 낭만의 바닷가
대중교통 이용해 갈 수 있는 수도권 최대 어시장




협궤열차는 비록 역사속으로 사라졌지만 소래철교는 소래포구의 상징으로 남았다.



살갗을 스치는 스산한 바람에 문득 바다가 생각나는 계절. 파도 철썩거리는 포구에서 싱싱한 회 한 쌈에 소주 한 잔…. 때 마침 붉은 햇덩이가 지고 있으면 금상첨화이리라.

그러나 영동고속도로나 서해안고속도로를 타고 먼 바닷가로 가기엔 아무래도 부담스럽다. 또 운전대를 잡아야 하기 때문에 술잔 드는 일은 감히 꿈도 꾸지 못한다. 이럴 땐 버스나 전철 같은 대중 교통을 이용해 바닷가를 찾아가 보자. 조금은 색다른 자유가 반겨줄 것이다.

인천 남동구의 소래 포구는 수도권에서 대중 교통으로 찾아 가기 가장 좋은 바닷가다. 수도권 일대에서 최대 규모의 어시장이라 하니 횟감도 싱싱하고 종류도 다양한 것은 당연할 터.

즉석 새우젓과 각종 해산물로 성시



전통적으로 소래포구의 명물은 즉석 새우젓이다. 예전 수도권에서 찾아온 아낙네들은 직접 준비한 들통에 갓 잡아온 새우와 소래 천일염을 혼합해 그 자리에서 새우젓을 담가 집으로 가져 가 숙성시켰다.

요즘에도 김장철이면 젓갈을 사가려는 주부들의 발길이 아침 일찍부터 이어 진다. 시장 골목엔 젓갈을 파는 상점만 무려 80여 곳에 이른다. 대부분 드럼통 안에 젓갈을 푸짐하게 채워 놓고 손님을 기다리는데, 새우젓을 비롯해 황석 어젓, 멸치 액젓 등 온갖 종류의 젓갈이 다 나온다.

요즘 같은 초겨울엔 서해안에서 잡아 올려 토굴에서 발효시킨 새우젓이 인기 으뜸이다. 새우젓은 시기와 종류에 따라 오젓, 육젓, 추젓, 새하젓 등으로 다양하게 구분한다. 시세는 국내산 추젓이나 오젓이 1kg에 5천~7천원, 고급인 육젓은 1만~2만원까지 다양하다.

김장철이면 수도권 주부들을 불러모으는 소래포구 어시장의 새우젓갈

젓갈시장 옆엔 즉석에서 떠 온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는 노천 식당이 있다. 부둣가엔 삼삼오오 모여 회로 좌판을 벌이는 광경도 심심찮게 보인다. 수십 척의 크고 작은 어선들이 서로 부딪히는 부둣가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회를 먹는 맛이 제법 쏠쏠하다.

메뉴도 다양하다. 광어 우럭 민어 농어 병어 망둥어…. 모듬회로도 맛 볼 수 있는데, 2만원 정도면 두어 명이 섭섭지 않게 입맛을 살릴 수 있다. 맛 좋은 가을 대하는 끝물이긴 해도 1kg(2만원) 정도면 서너 명이 탱탱한 육질과 고소한 육즙이 일품인 대하를 소금구이로 맛볼 수 있다.

시장에서 구입한 대하를 직접 구어 먹을 수 있는 식당도 있다. 장소 제공비 명목으로 일정액(5,000원 정도)을 받는다. 또 키조개, 새조개, 석화 등 각종 싱싱한 조개구이도 2만원 정도면 서너 명이 실컷 먹을 수 있다.

소래포구 어시장 어귀의 소래철교는 수인선 협궤열차가 달리던 다리다. 아직 남아있는 협궤철로나 침목을 밟으며 다리를 건너는 맛은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독특한 즐거움으로 꼽힌다. 철교 위에서 바라보는 낙조가 아름다워 저녁 노을을 감상하려는 가족과 연인들이 많이 몰린다. 바닷가엔 해풍을 희롱하는 갈매기의 날갯짓이 여유롭고, 낚싯대를 드리우고 망둥어를 낚는 낚시꾼들의 손놀림이 바쁘다.

협궤열차의 낭만이 남아있는 곳



서해의 갯골을 따라 바닷물 드나드는 소래포구(蘇來浦口)는 예전엔 서해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그런 아담한 포구였다. 그러다 1930년대 후반에 일제가 소래에서 생산되는 천일염을 전쟁에 필수였던 화약의 제조원료로 쓰기 위해 수인선 협궤철도를 건설하면서부터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6ㆍ25전쟁 후엔 소래에 자리를 잡은 실향민들이 돛단배를 타고 가까운 바다에서 새우나 고기들을 잡아다가 인천, 부평, 서울 등지까지 나가서 팔았다. 1970년대 들어 돛단배는 ‘통통배’로 바뀌었다. 어선의 숫자도 부쩍 늘었다. 이무렵부터 念÷?어부들은 더 이?도시로 나가지 않았다. 중간 상인들과 일반 소비자들이 소래포구로 직접 찾아 왔기 때문이다.

그 후 소래포구는 드라마나 영화의 촬영장소로 자주 이용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고, 1990년대에 들어서는 수도권에서 가장 활기차고 복잡한 어촌으로 탈바꿈했다. 요즘은 평일에도 하루 1만 명이 넘는 인파가 찾아드는데,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3~5만명이나 몰려 들어 한 바탕 복작대는 삶의 현장으로 변한다.

소래포구에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은 바로 협궤 열차. 시속 60km쯤으로 뒤뚱거리며 달리는 협궤 열차 철길의 폭은 72.6cm. 차창을 등 뒤로 두 사람이 마주 앉으면 통로를 지나는 사람의 무릎이 걸릴 정도로 객실이 좁았다. 일제 때 수탈의 수단이었던 이 협궤 열차는 해방 후에는 수원과 인천을 오가는 학생들의 통학 수단이 되었고, 철길을 끼고 살았던 주민들을 외부와 연결해 주는 중요한 다리 역할을 했다.

이어 1980~90년대엔 추억을 만들려는 연인들의 낭만을 싣고 달리던 이색 열차로서도 명성을 드날렸지만, 1994년 8월 30일 세상에서 사라졌다. 만성적인 적자가 이유였다. 지금은 소래와 월곶을 잇는 짧은 구간의 철로와 침목만이 남아서 역사를 증언하고 있다.

교통
전철 1호선 개봉역→1번 버스→소래포구(40~50분 소요), 제물포역ㆍ동인천역→21번 버스→소래(40~50분 소요). 전철 4호선→오이도역→소래포구(시내버스 10~20분 소요). 승용차는 제2 경인고속도로→남동IC→남동공단→소래포구. 또는 영동고속도로 월곶IC→소래철교.




민병준 여행 작가 sammin@empal.com


입력시간 : 2004-11-24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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