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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타운] 장규성 감독 <여선생vs여제자>
"내꺼야, 손 대지마!"
"사랑에 국경이 어딨어요?"
밉지않은 사랑 쟁탈전, 눈물과 화해의 에피소드






장규성 감독의 새 영화 ‘여선생vs. 여제자’를 보면 이제는 ‘충무로식 코미디’라고 불러도 될만한 어떤 정형화된 한국식 코미디를 볼 수 있다. 전작 ‘선생 김봉두’에 이어 교단이라는 비슷한 소재의 이야기를 끌고 나가고 있는 장 감독의 이번 영화에서는 거의 속편에 가깝다고 할만큼 비슷한 캐릭터 설정과 공식화되다시피 한 이야기의 포맷을 그대로 재활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인공들은 초등학교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갖고 있지만 어딘가 제대로 된 선생이 되기에는 모자란다. 김봉두에서는 촌지를 받는다는 약점이었지만 ‘여선생…’의 주인공 염정아는 학생들에게 체벌로서 기강을 잡고 시골생활이 지겨워 서울로의 임용을 꿈꾸며 학생들에게는 별로 애정을 주지 않는 교사다.

여기에 새로 온 미남 선생을 놓고 반 아이와 대결을 불사한다. 선생은 갈수록 철부지 아이처럼 굴고, 아이는 오히려 어른스럽게 선생을 약 올리고 놀리고 망신을 준다. 그러다 둘의 대결이 극에 달했을 즈음, 학교를 그만두려고 결심한 선생은 아이의 상처에서 자신과 공유할 부분을 찾아내고 아이를 찾아가 사과하고, 아이들은 선생님을 다시 교단으로 되돌려 놓는다.

• 웃음과 감동의 한국식 코미디
2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선생 김봉두’에서 증명된 흥행의 코드라고 할 수 있는 ‘웃음과 감동’의 적당한 비율 배분이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재현된다. 전반부에서 영화는 주인공 염정아의 코믹한 연기에 많은 것을 기대며 여러 에피소드들을 엮어 웃음을 자아내려고 노력하지만 영화의 3분의 2가 지나는 순간부터는 명확히 눈물과 화해를 의도한 에피소드들로 ‘감동’을 불러일으키기에 최선을 다한다.

그 이음새가 그다지 껄끄럽지 않게 보이는 것은 확실히 이런 코드들이 여러 영화를 통해 반복 변주되어 오면서 진화한 까닭도 있을 것이고, 이미 한국의 관객들이 이런 코드를 하나의 상업 코미디 영화의 ‘장르’ 공식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최근 한국의 코미디 영화들이 세세한 디테일들로 웃음을 유발하는 에피소드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이제 어느 정도 경지에 다다른 것처럼 보인다.

뒤틀린 교육 현실을 반영하는 독특한 캐릭터를 등장시키지만 시선은 전복적이지 않고 스토리는 예상한대로 진행되어 가고 그 사이사이에 ‘교육’이라는 현실에 대한 사소한 문제 의식에 대한 밑그림들을 살짝살짝 깔아 놓고 있는 점까지 ‘선생 김봉두’와 흡사하다. 말하자면 이 영화는 이런 영화의 틀에 익숙해진 관객을 명확히 노리고 영리하게 계산해서 기획된 노련한 상업영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미디’영화를 스스로 주장하고 있는 이런 영화들이 후반부에서 의도적인 감동을 노리는 방식은 미진한 점이 많다. 물론 훌륭한 코미디도 가슴 찡한 감동을 주어야 한다. 그러나 영화가 ‘코미디’ 장르임을 표방할 수 있으려면 그 감동 역시 코미디의 언어로서야 할 것이다. 이른바 페이소스와 아이러니라는 장치에서 우러나오는, 울지도 웃지도 못할 상황 같은 것들이 코미디가 지향해야 할 감동의 종류이며, 그것은 다른 장르에서 느끼는 감동과는 또 다른 가슴울림이어야 할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영화는 코미디의 힘으로 중후반까지 이끌고 가다 그 뒤로는 전혀 다른 두 장르의 영화가 만난 것처럼 보인다. 물론 다시 막판에서 또다른 코믹 에피소드를 집어 넣어 다시 스스로를 코미디라고 주장하면서 영화가 끝나긴 하지만, 안이한 방식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건드리다 만 교육현실 문제점
코미디 영화에서 제기하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 같은 것이 심도 깊게 진행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영화가 초반에 제기하는 교육현실에 대한 문제점 같?것을 해결하는 스토리 전개에 있어서도 책임감이 부족해 보이기는 마찬가지다.

영화는 시골학교에 사표를 내서까지라도 도시학교에 임용되려고 시험준비를 하는 시골교사와, 체벌이 일상화되고 학생과는 대화가 없는 교사와 학생과의 관계, 그리고 초등학교안에서까지 뿌리를 내린 학교 폭력 같은 것에 대해 발언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중반부 제자를 때린 선생에게 항의하러 온 학부형들이 ‘맞을 짓을 했으면 맞아야지”라며 코믹한 표정으로 금방 물러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제기된 문제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보기가 힘들다.

또 장학사 앞에서 선생님을 ‘시집 못 가 히스테리만 부리는 노처녀’라고 망신을 줄 정도로 기세 등등하게 선생님에게 도전해온 제자 같은 설정은 이후 감동 드라마로 흐르는 후반부에서 그저 ‘화해의 마법’에 걸려 모든 문제들이 스스로 눈 녹듯이 사라진다. 미남선생을 놓고 삼각관계의 쟁탈전을 벌일 듯 보이던 초반부의 스토리가 뒤에 가면 흐지부지되는 것처럼 코미디였던 영화는 뒤로 가서 장르의 꼬리를 싹 감춰 버리고, 내세웠던 갈등과 문제의식도 너무 쉽게 사라져버린다.

관객들이 익숙해 있는 상업영화의 구도와 비율 배분이라고는 하지만 영화 속에 흐르는 일관성이 아쉽다.



이윤정 영화평론가 filmpool@naver.com


입력시간 : 2004-12-01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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