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상큼한 페루식 해산물 요리

[맛집 멋집] 라틴 레스토랑 <꾸스꼬>
새콤·상큼한 페루식 해산물 요리

얼마 전에 영화 ‘모토사이클 다이어리’를 보았다. 중남미 혁명의 선구자 체 게바라가 젊은 시절 친구 알베르토와 둘이서 오토바이를 타고 남미 대륙을 횡단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로드 무비다.

여행하는 동안 땅을 잃고 일당 광산 노동자가 된 젊은 부부, 나병으로 인해 격리된 채 살아가는 사람들, 시장 상인, 농부 등 사회의 가장 아래층을 형성하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계기로 평범한 의학도였던 체 게바라는 혁명의 필요성을 느끼게 된다. 영화에서 우리는 혁명가가 되기 이전의 생각 많고 정의로운 청년 체 게바라의 순수한 젊음을 볼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나자 남미와 관련된 것들에 호기심이 생겼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합정동에 자리한 라틴 레스토랑 꾸스꼬. 페루 국기와 남미풍 그림, 여행 책자, 기념품 등으로 장식된 실내가 이색적이다. 꾸스꼬는 페루의 옛 수도로 잉카 문명의 마지막 유적지 마추피추로 향하는 관문 도시다. 레스토랑 꾸스꼬는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페루 음식을 전문으로 선보이는 곳. 페루인 주방장과 종업원이 직접 페루의 맛을 재현해 내고 있다.

꾸스꼬의 간판 메뉴이자 페루 대표 음식인 세비체(ceviche)는 남미식 회요리다. 생선을 날로 먹는 곳이 우리나라, 일본뿐이라고 알고 있었으나 남미 쪽에서도 회를 즐겨 먹는다고. 세비체는 흰살 생선을 레몬즙에 살짝 절인 다음 초록색 소스를 뿌려 먹는 것으로 페루에서는 아침에 즐겨 먹는다고 한다. 아침부터 회를 먹는다는 것이 독특한데 새콤하고 향이 짙은 소스 덕분에 술을 많이 마신 아침에 해장용으로 제격이라고. 해안 지방은 물론 고산 지방에서도 세비체는 가장 대중적인 메뉴 중 하나다.

꾸스꼬에서는 세비체와 함께 해산물 튀김인 치차론 데 마리스꼬스, 감자 크로켓과 맛이 비슷한 빠빠레예나를 한 접시에 담아 세비체 모듬으로 선보인다. 생선살과 상큼한 양파를 소스에 버무려 먹는 맛이 독특하다. 소스에 고수를 갈아 넣어 향이 강한 편인데 고수를 싫어한다면 주문할 때 미리 얘기해 넣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해산물 튀김도 남미식은 약간 색다르다. 레몬즙을 뿌려 숙성시킨 다음 튀기기 때문에 튀김 맛이 깔끔하다. 빠빠레예나는 삶아 으깬 감자에 양념한 고기와 야채를 넣어 둥그스름하게 빚어 살짝 튀겨낸 것으로 출출할 때 간식용으로 좋고 안주용으로도 제격이다. 세비체 외에 돼지고기 튀김요리, 닭고기 소스를 곁들인 안데스식 덮밥도 맛있다. 따꼬와 께사디야, 엔칠라다 같은 멕시코 요리도 맛 볼 수 있다.

여러 차례 라틴 아메리카를 여행한 경험을 가진 이원종 사장은 중남미 전문가. 중남미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꾸스꼬에서 미리 중남미 음식도 맛보고 생생한 소식도 들을 수 있다.

* 메뉴 : 세비체 모듬 35,000원, 치차론 데 마리스꼬스 17,000원, 빠빠레예나 + 엠빠나다 15,000원, 치차론 데 찬초(돼지고기 튀김) 17,000원, 엔칠라다 9,000원, 께사디야 11,000원, 따꼬 6,000원, 점심 메뉴 6,000원(샐러드, 스프, 음료 포함).

* 영업 시간 : 오전 11시40분~오후 2시, 오후 5시~11시. 매달 첫째, 셋째 수요일은 쉰다. ☎02-334-6836

* 찾아가기 : 합정역 6번 출구로 나간 뒤 첫 번째 골목에서 왼쪽으로 꺾어지면 꾸스꼬 간판이 보인다.

김숙현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12-08 18:21


김숙현 자유기고가 pararang@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