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신간안내] 굿모닝 러시아·영원한 기쁨 外 ▲ 굿모닝 러시아 / 조재익 지음 러시아의 민주화가 진행된 지 한참인데도 우리에게 러시아는 아직 비밀스럽고 살벌하게 다가온다. 지난 6월까지 3년간 러시아 특파원으로 활동했던 저자가 러시아 구석구석을 훑으며 저 추운 북방의 땅에도 우리와 별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 살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게 해 준다. 보드카라면 사족을 못 쓰는 러시아인들이 음주 단속을 피하는 방법 중 하나는 고무튜브를 이용한 ‘항문 음주’다. 경찰들의 억지 음주 단속이 비일비재하고, 모스크바 슈퍼마켓에 진열된 대부분의 상품이 가짜인 나라. 마피아가 경제를 쥐락펴락하고 신흥졸부 노브이 루스키가 득세하는 나라. 월급 200달러 중 150달러를 꽃 사는데 소비하는 낭만이 존재하고 톨스토이, 차이코프스키 같은 거장을 배출했으며 세 번째 건배 제의는 반드시 자리에서 일어서서 여성에게 바치는 전통이 내려오는 나라. 저자는 기자의 분석적, 비판적 시각을 버리고 치우침 없는 애정 어린 시선으로 러시아를 바라본다. 러시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골고루 섭렵하고 러시아인들의 삶을 가슴으로 받아들인 저자가 가감 없이 보여주는 러시아의 오늘이다. 지호 발행. 1만5,000원. ▲ 이런 나라에서 살고 싶다 / 안형기 지음 중견 IT기업인 씨에스테크놀로지의 안형기 회장이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전반에 걸쳐 60여 가지가 넘는 불합리한 사안들을 곱씹었다. 그저 쓴 소리만 하는 게 아니라 참신하고 건설적인 제안들을 함께 담아 눈길을 끈다. 이를 테면 효율적인 교통 문화 정착을 위한 차량 2부제, 운전자 휴식과 기름 절약을 동시에 꾀할 수 있는 고속도로 수신호 제도, 120km 이상 속도를 못 내도록 하는 속도 제한 장치 등의 발상은 획기적이다. 인터넷을 적극 활용한 경조사 방안이나 여성 근무 환경 개선을 위한 재택 근무 제도 등 중견 기업인답게 합리와 효율을 고려한 대안들도 주목할 만하다. 책 저변에 깔려있는 저자의 가치관은 더불어 사는 사회의 미덕이다. 그는 기업들이 매출의 천분의 사(0.4%)를 사회에 환원하자는 ‘천사 운동’을 제안하기도 한다. 사회 구성원 개개인의 의식 변화, 발상의 전환을 촉구하는 한 기업인의 애정 어린 비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마지막 장에서는 성공과 역경이 교차했던 자신의 직장 생활 경험담을 솔직담백하게 털어놓아 저자가 마음속에 갈무리하고 있는 귀중한 삶의 원칙들을 엿보게 한다. 투머로우미디어 발행. 1만원. ▲ 패션의 문화와 사회사 / 다이애너 크레인 지음 산업혁명으로 대량생산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의복이 큰 재산이었다. 너무 귀해서 황금처럼 통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뚜렷한 계급 지표 중 하나였던 의상이 민주화되기 시작한 것은 19세기부터. 이 시기는 계급 차별을 강화하는 각종 제복이 등장해서 사회적 통제 수단으로 기능하던 때이기도 했다. 여성이 바지를 입는 것을 금지하는 법도 있었다. 19세기에 계급 문화와 사회적 성규범을 깊숙이 반영하고 있던 패션은 20세기 들어서면서 소비자 문화의 흐름을 따르기 시작한다. 일터에는 여전히 계급 문화적 패션이 남아있지만 그 이외의 경우, 패션은 여가 생활, 개성, 다양한 하위 문화, 기성 주류 문화에 저항하는 인종과 성 정체성 등 각종 변수들을 수용하고 표현하는 주요 수단이 되었다. 이처럼 패션은 한 시대의 사회상을 살피는 데 매우 유용한 요소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 사회학과 교수가 패션과 의상의 변천사를 통해 사회의 변화상을 추적했다. 패션의 중심지인 미국, 영국, 프랑스 3개국에서 19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이어졌던 패션과 의상 행태를 방대한 사료를 들추며 꼼꼼히 짚었다. 상류 패션의 역사가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일상 생활에서 옷을 입는 개인적 동기, 사회적 맥락 등을 살핀 것이 남다르다. 한길사 발행. 2만원.
입력시간 : 2004-12-1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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