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 내면의 자기 자신을 재배하라

성격 리더십·조성환 지음 좋은책만들기 발행·1만2,000원

오랫동안 성철 스님을 모셨던 원택 스님이 출가하기 전 성철 스님께 청을 하나 올렸다. “평생 가슴에 품고 살 수 있는 좌우명을 하나 내려 주십시오.” 이에 성철 스님이 답을 주었다. “속이지 마라.”

뭔가 대단한 말씀이 있으리라 기대했던 원택 스님은 너무나 평범한 한마디에 내심 실망했다. 그러나 삼 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커다란 깨달음이 스님의 머리를 두드렸다. 거기에는 다른 사람을 속이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던 것이다. 겉으로 보이는 자신이 아니라, 진짜 내면의 자신에 대해 도덕적으로 깨끗함을 지키라는 것만큼 어려운 주문이 어디 있을까. 다른 사람과 더불어 세상을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가 새겨 둘 만한 금언이다.

특히 한 나라나 기업, 조직을 이끄는 리더의 경우, 내면의 도덕성과 맑은 성정의 유지는 필수 요건이다. 탁월한 카리스마와 뛰어난 자질을 지닌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비리, 청탁, 탈세, 섹스 스캔들 같은 불법 행위를 저지르다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경우를 종종 본다. 리더로서 훌륭한 자질을 갖췄음에도 가장 중요한 덕목인 도덕성 시험에 떨어진 탓이다.

추진력, 과감한 결단력, 현상을 분석하는 날카로운 안목, 적재적소에 인재를 배치하는 조직력, 창의력, 카리스마…. 지금까지 우리가 리더와 리더십을 생각할 때 중요시하던 가치들이다. 수많은 서적과 강의와 연구를 통해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어 본 내용이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리더에게서 기대하는 모습이다. 그러나 우리가 배운 갖가지 리더십 이론들은 실제 조직 생활에서 활용되지 못한 채 머릿속에 날 것 그대로 남는 경우가 많다. 이론과 실천이 접목되지 못한 채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구호만 늘어놓는 리더십이 아니라 실천 강령으로서의 리더십을 외치는 책이 나왔다. 카리스마, 결단력 등 리더의 특성을 표상하는 외적 모습 대신 진짜 자기 자신을 지배하는 내적 인격에 주목하는 ‘성격 리더십’이 바로 그것이다. 저자는 ‘성격’이라는 인간의 본질적 특성이 우리의 행동양식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보고 성격에 따라 리더십 스타일이 좌우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 같은 성격 리더십의 네 가지 핵심 자질로 지혜와 사랑, 도덕성과 통합성을 꼽는다.

외향형과 내향형, 감각형과 직관형, 사고형과 감정형, 판단형과 인식형 등 4가지 유형을 조합해 구성되는 융과 마이어스 - 브릭스의 16가지 성격 유형에 따르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성격과 반대편에 있는 사람들을 비판적ㆍ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갈등의 근본 원인도 따지고 보면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허나 성격 리더십을 지닌 유능한 리더라면 이런 상황에서 통합성의 자질을 발휘해 어느 한쪽 편에 치우침 없이 조화와 협력을 추구하게 된다.

성격 리더십을 계발하기 위해서는 아니마(생의 본능)나 타나토스(죽음의 본능) 같은 무의식적 본능을 떨치고 긍정적인 사고를 유지하며 의식과 무의식을 통합함으로써 자기중심을 찾는 수신(修身)이 우선이다. 그리고 일상적인 명상이나 기도, 참선 같은 방법을 통해 ‘자기 중심의 리더십’을 버리고 세상 모든 존재가 나와 다름을 받아 들여야 한다.

그렇게 되면 상대방의 장점에 주목하고 조화와 협력의 개념을 알게 되며, 주변 상황에 카멜레온처럼 대처할 수 있는 변화의 갑옷을 얻을 수 있다. 허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을 둘러싼 모든 생활의 장을 리더십 계발의 연습장으로 삼아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다. 간디 김구 정주영 이건희 힐러리 등 책 후반부에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세계적인 리더들의 사례를 통해 성격 리더십이 얼마나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 내는지 간접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부터 자신을 아름다운 예술 작품으로 여겨보자. 고귀한 예술품을 다루듯 자신의 몸과 마음을 갈고 닦아 균형과 안정을 이루는 것, 바로 성격 리더십 계발의 시작이다.

이기연 출판 전문 자유기고가

입력시간 : 2004-12-16 16: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