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을 속에 저무는 한 해아쉬움 묻고 새 희망을 품자서해의 일몰 명소, 온촌욕 즐기고 현충사 등 역사 탐방도

[주말이 즐겁다] 아산만 낙조
노을 속에 저무는 한 해
아쉬움 묻고 새 희망을 품자
서해의 일몰 명소, 온촌욕 즐기고 현충사 등 역사 탐방도


아산만 신영리 부두에서 본 서해 낙조

어느덧 한 해가 가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가족이든 연인이든 나들이 코스를 낙조 감상하기 좋은 곳으로 잡는 것은 오래된 관습이다. 지는 해를 바라보며 한 해의 아쉬움을 훌훌 털어 버리고 한 해를 새롭게 시작하고픈 바람 때문일 것이다. 황금물결 일렁이는 바다로 점차 잠기는 홍옥 같이 붉디 붉은 태양은 다람쥐 쳇바퀴 같은 단순한 일상에 희망을 불어 넣어 주는 힘인 것이다.

낙조 드라이브 코스로 좋은 아산만
많은 일몰 명소들이 서해에 몰려 있는 것으로 봐서 낙조 감상은 아무래도 서해가 제일인 듯 하다. 한반도의 큰 만(灣) 가운데 하나인 서해의 아산만은 바다와 호수의 아름다움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곳으로 꼽힌다. 또 조석간만의 차가 최대 9.6m로 한반도에서 가장 큰 곳답게, 썰물 때 드러나는 널따란 갯벌은 눈길을 거둘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바다를 끼고 나란히 달리는 해안 도로와 아산만 안쪽의 방조제(아산만ㆍ삽교천)를 잇는 도로는 이미 오래 전부터 dl 일대 특유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로 손꼽혀왔다. 여기에 몇 년 전 아산만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서해대교가 건설되면서 아산만은 다양한 모습을 감상할 수 있는 최고의 드라이브 대상지로 떠올랐다. 해가 떨어지고 난 뒤 보석 같은 가로등이 하나 둘 불을 밝히는 서해대교의 풍광은 덤이다.

바다와 호수를 가르는 방조제엔 주말이면 노을을 구경하려는 사람들로 붐빈다. 두 개의 방조제와 해안 도로, 그리고 서해대교로 이어지는 아산만 드라이브 코스는 어디서나 저녁 노을을 감상할 수 있지만, 아산만방조제와 그 북쪽 신영리 마을의 아담한 부두는 사진 작가들도 즐겨 찾는 일몰 감상의 명당으로 꼽힌다. 또 바닷가 쪽에 자리한 횟집이나 포장마차는 대부분 일몰 전망이 좋다. 맘에 드는 곳에 들어가 회나 조개구이를 맛보며 한해를 마감하는 저녁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우리 국민에게 박정희 대통령의 마지막 공식 행사로 기억되는 1979년 10월 26일에 준공된 삽교천방조제 덕에 농경지도 늘어났고, 충남 서북부 일대의 농지에 물을 공급하는 일도 원활해졌다. 또 서울~당진 간의 육로 거리도 40km나 단축시켰으니 당시로선 꽤나 획기적인 일이었다. 1973년 방조제를 막으며 생긴 아산호는 충청도와 경기도 사이의 아산만에 형성된 인공 호수. 경기도 사람들은 이 호수를 평택호라 부르고 있다. 평택 시민들은 아산호기념탑이 서있는 곳에 정자를 지어놓고 ‘평택호정’이라는 현판을 단 것을 보면 평택 시민들이 이 호수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 수 있다.

아산만방조제와 삽교천방조제가 만나는 부근에 부드럽게 솟아 있는 영인산(364m)은 아산만 전체를 굽어볼 수 있는 요지. 영인산은 청일전쟁 때 일본군과 전쟁을 벌이기 위해 바다를 건너 온 청나라 군사들이 아산만 갯벌로 상륙하는 광경을 지켜보기도 했으니, 아산만이 겪어온 영욕의 역사를 지켜본 산 증인인 셈이다. 정상엔 백제 초기의 성으로 추정되는 영인산성이 있다.

일몰 감상 전후에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온천이 20여 분 거리에 있다는 것도 아산만의 장점이다. 따뜻한 온천수에 몸을 담그고 한 해의 피로를 풀어 보자. 아산온천 타운의 아산스파비스(041-539-2000, www.spavis.co.kr)는 레포츠개념을 도입한 대형 실내온천 풀에 갖가지 건강 촉진 시스템을 곁들여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다. 한겨울에도 문을 여는 야외 풀을 비롯해 황토사우나와 가족탕 등이 다양하게 갖춰져 있어 온천욕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입욕료는 대인 1만5,000원, 소인 1만원.

충무공 이순신 묘소와 현충사도 가까워
한편 아산온천 타운에서 동쪽의 음봉면을 향하여 10분쯤만 달리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묘소를 만날 수 있다. 묘소 주변이 널찍하고 숲도 잘 가꿔져 있어 가족 단위나 연인들의 산책 코스로도 인기가 있다.

임진왜란 당시 절체절명의 위기에 닥쳐서도 결코 좌절하지 않고 오히려 대승으로 극복한 이순신 장군은 두 말이 필요 없는 우리 겨레의 영웅이다. 당시 23전 23승 무패로서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업적을 남기면서 겨레의 신화가 된 이순신 장군은 노량해전이 벌어졌던 1598년 11월 19일에 운명하여 20일 뒤인 12월 10일에 고향인 아산으로 시신이 옮겨졌다. 현재의 자리로는 1614년에 이장했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묘소를 들른 후엔 장군의 유품과 난중일기 등이 보관되어 있는 현충사도 돌아보자. 현재 KBS 텔레비전에서 매주 토ㆍ일요일 밤 9시30분에 방영중인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은 이순신 장군의 고독한 내면을 칼 같은 문체로 다뤄 베스트셀러가 된 김훈의 ‘칼의 노래’와 라이벌이었던 원균을 복권시킨 김탁환의 ‘불멸의 이순신’ 등 두 작품을 원작으로 한 것이다.

물 빠진 갯벌에서 굴을 따는 어민들. 멀리 서해대교의 위용이 보인다.

* 숙식 아산만과 삽교천 관광지구에 싱싱한 회를 맛볼 수 있는 식당이 아주 많다. 바닷가에서 금방 따온 굴을 비롯해 싱싱한 돌조개, 민돌조개, 맛, 소라, 키조개 등을 구어 먹는 조개구이는 아산만 낙조 여행의 별미. 3만원 정도만 지불하면 어른 서너 명이 아쉽지 않게 조개구이를 맛볼 수 있다. 숙박은 아산만 해안도로 중간중간에 있는 모텔이나 아산온천타운의 시설을 이용한다.

* 교통 서해안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게 가장 무난하다. 서평택IC→38번 국도→포승→평택항→아산만방조제. 아산온천타운에서 온천욕을 즐기려면 아산만 방조제 남단에서 39번 국도를 타고 10여분 달리면 된다. 온천타운에서 3km 거리에 이순신 장군 묘소가 있다.

글ㆍ사진 민병준 여행 작가


입력시간 : 2004-12-22 15:13


글ㆍ사진 민병준 여행 작가 samnin@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