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으로 키운 돼지, 자존심 건 맛

[맛집 멋집] 양재동 <황토골드 돼지까페>
웰빙으로 키운 돼지, 자존심 건 맛

‘돼지까페.’ 돈육을 판다는 것인지, 커피 따위를 판다는 것인지. 간판부터 사람 헷갈리게 하는 이 곳은 결국 ‘까페처럼 분위기 좋고 맛나는 고깃집’이다.

양재역 사거리 하이마트 뒤에 자리잡은 돼지까페는 인근에서 한 달 전 이곳으로 옮겨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영화에도 등장 할 만큼 아름다운 인테리어를 자랑하던 ‘아름다운 가게’였다. 지금은 예전의 인테리어에 비할 바 못 되지만, 더욱 푸짐한 주인의 손 맛 덕택에 “서울서 두 번째로 맛있는 고깃집”으로 탈바꿈했다. 제일 맛있는 집이면 제일 맛있는 집이지, ‘두 번째’는 도대체 뭘까? 이 때 주인장의 한 마디. “워디 알겄소. 우리집보다 더 맛나는 데가 또 있을지….”

‘돼지까페’ 앞에 붙은 등록 상표 ‘황토골드’가 우선 눈에 들어 온다. 돼지를 좀 유별나게 키운 까닭이다. 이 집에서 내놓는 고기는 모두 청정 고창 농장에서 황토 유효 성분인 ‘일라이트’, 강화 바이오 철분, 요구르트 등의 미생물을 섞은 성장촉진제를 120일간 먹여 키운 돼지 고기. 육즙이 풍부하고 육질이 부드러운데다가 돼지고기 특유의 비린내를 전혀 느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리를 옮겨 재개업을 했어도 단골들이 고스란히 유지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주인의 설명이다. 일라이트는 음이온과 원적외선을 상온에서 다량 방출하는 물질로, 체내 작용을 활성화시키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진 물질.

돼지를 직접 키워서 이 정도의 장사를 할 정도면 이 바닥에서는 잔뼈가 꽤 굵은 셈. 그러나 이 일을 시작한 지는 2년도 채 안 됐다고 한다. 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돼지까페’ 이종관(50) 사장은 손수 꾸민 저명 인사들의 안방이 셀 수 없을 정도였던 20년 관록의 인테리어 업자였다.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씌었던 게지. 한 점 얻어 먹은 고기 맛에 반해 이 일을 시작했응께 말여. 그래도 여기 와서 한 번 드셔 본 분들은 다들 고개 끄덕이고 되돌아가는구먼.” 전북 고창 사돈집서 경험한 고기 맛을 잊지 못해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 사장은 “고창 농장에서는 출하 석 달 전부터 돼지들에게 항생제 대신에 미네랄 성분을 강화한 사료를 먹인다”며 “와인 마늘 생강 허브 등 첨가제를 쓰지 않아도, 고기에서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 것은 그 덕택”이라고 자랑했다. 자랑거리는 또 있다. 쌀(고창), 마늘 김치(해남) 콩 참기름(부안) 등 식탁에 오르는 모든 식재가 비옥하기로 소문난 남도에서 직송한 토산물이라는 것. 특히 불판의 고기와 노릇노릇 익은 묵은 김치의 맛이 일품이다. 1년 반을 묵힌 김치로 전남 해남서 키운 배추를 바닷물에서 절인 뒤 서울서 담근 김치다. 지난 김장 때 8톤 트럭 2대분을 담궜다. 시지 않고 그윽한 김치 맛이 입안 가득 고인다.

고기가 익고 상추와 깻잎을 털어 쌈 쌀 채비를 하자, 사정없이 날아드는 말. “아따, 이 양반. 고기 먹을 줄 모르는 사람이구먼. 고기의 참 맛을 맛볼라치면 간 소금에다 살짝 찍어 묵어야지.” 그 취식법에 따라 고기 한 점, 소금에 살짝 찍었더니, “삽겹살에서 이런 맛이?” 절로 나온다. 보라매공원 롯데백화점 뒤에 위치한 ‘돼지까페’에서도 황토골드 돼지고기를 맛볼 수 있다.

* 예약 및 문의 : 575-7760 / 보라매공원 돼지까페 876-0282
* 메뉴 : 왕소금구이ㆍ꽃삼겹살ㆍ오겹살 각 8,000원/1인분(200g)
* 위치 : 양재역 사거리 하이마트 뒤
* 영업시간 : 밤 11시까지 / 연중 무휴

정민승 인턴 기자


입력시간 : 2004-12-22 15:16


정민승 인턴 기자 prufrock@emp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