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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이 즐겁다] 삼척 해돋이
새 아침, 새 희망에 가슴 설렌다
동해안 7번 국도 최고의 절경, 새벽 어시장서 활력 충전




장호항 ‘고래무덤’의 일출은 갯바위와 어우러진 풍광이 아름답다.



동굴로 유명한 삼척은 바다 풍광도 빠지지 않는 고을이다. 비록 1980년 행정 구역을 분리할 때, 애국가 배경지로 유명한 추암을 이웃한 동해시에 내주긴 했어도 삼척엔 아직 자랑할 만한 절경지가 많다. 삼척항 북쪽의 새천년 해안 도로, 맹방 해수욕장을 내려다볼 수 있는 한재, 장호항 안쪽의 ‘고래 무덤’이라는 갯바위, 그리고 해신당이 있는 신남항…. 이들은 해변 경치뿐만 아니라 일출도 아름다운 곳이다.

삼척 시내와 가까워 인기 있는 관광지는 새천년 해안 도로. 삼척 해수욕장과 정라동을 잇는 이 해안 도로는 해풍이 다듬은 기묘한 모양의 갯바위와 넘실대는 바다가 한 폭의 풍경화처럼 펼쳐진다. 해맞이 축제가 열릴 때, 너무 많은 인파가 몰리는 게 흠이라면 흠. 새천년 해안도로 남단에서 삼척 오십천을 건너 7번 국도를 타고 남진하다 한재 고갯마루 근처에서 잠시 차를 멈추고 동쪽을 바라보자. 삼척 10경에 꼽히는 ‘맹방 명사십리’다. 끝 모르게 이어진 백사장이 장관.

이어 마읍천을 건너면 이름도 무시무시한 ‘살해치’. 고려의 마지막 임금인 공양왕과 두 왕자가 살해되었다는 곳이다. 공양왕은 고려 왕조의 몰락과 함께 폐위되어 왕자 석(奭), 우(瑀)와 함께 원주와 간성을 거쳐 삼척으로 귀양지를 옮겼다가 1394년(태조 3)에 이곳에서 교살되었다. 궁촌마을 고돌재 언덕에 공양왕릉(恭讓王陵)이 조성되어 있다. 가장 규모가 큰 무덤은 공양왕, 그 옆은 왕자, 나머지는 시녀나 왕이 타던 말무덤이라고 전한다.

7번 국도 한재에서 내려다본 ‘맹방 명사십리’



공양왕릉을 벗어나면 곧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우승자인 황영조 선수의 고향 초곡마을이다. 초곡항이 내려다보이는 바닷가 언덕에 자리잡은 황영조 기념관에선 몬주익의 영웅인 황영조의 성장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어린 시절 어려운 환경에서도 시련과 고통을 견뎌내고 세계에 우뚝 선 마라톤 인생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공간이다. 이어 만나는 용화 - 장호항 해변 전망대에선 시간이 짧다. ‘고래 무덤’이라 알려진 장호항 안쪽의 갯바위는 풍광이 좋은 곳이다. 이 곳 일출은 호젓하게 감상할 수 있어 더 좋다. 일출을 감상한 후 생동감 넘치는 항구의 위판장을 구경할 수 있다. 횟감이나 찌개용 바닷고기를 싼 값에 살 수 있다.

장호항에서 고개 하나를 넘으면 해신당(海神堂). 삼척은 아직도 어촌의 독특한 민속이 남아 있는 마을이 많은데, 특히 신남항의 해신당엔 지금은 우리나라 어디서도 보기 어려워진 남근(男根) 봉헌제의 특이한 전통이 남아 있다. 우리나라 동해안 바닷가 마을은 서낭당과 해서낭당이 공존한다. 삼척의 바닷가 마을들도 대부분 마을을 지켜주는 서낭당과 바닷일을 관장하는 해서낭을 모두 두고 있다. 대체적으로 서낭신은 남신(男神)이고, 해서낭은 거의 여신(女神)인데, 예전 동해안의 많은 마을에선 해서낭에게 남근을 봉헌했던 것이다.

민속 신앙에서 생식과 풍요를 상징하는 남근을 여신에게 바치는 것은 여신과 성교를 맺어 그 생식력이 다산과 풍요로 이어지라는 기원이다. 이는 삼국시대 이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민속신앙. 그러나 요즘엔 대부분 자취를 감췄는데, 이곳 신남 마을은 현재까지 이 풍습이 남아있다. 신남 마을에선 나무로 만든 남근 5개를 굴비 엮듯 한 줄로 엮어, 제물과 함께 진설한다.

해신당의 남근석들

해신당엔 슬픈 전설이 전해져 내려온다. 옛날 어느 봄날 마을의 처녀가 결혼을 약속한 총각과 함께 배를 타고 마을 앞바다 바위섬으로 돌김을 따러 나갔다. 총각은 처녀를 해변에서 조금 떨어진 바위에 내려 주고 다시 실으러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해변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그 사이 갑자기 폭풍이 불어 닥쳤다. 처녀는 작은 바위섬에서 살려 달라고 애원하다가 결국 커다란 파도에 휩쓸려 죽고 말았다.

그런데 이 사건이 이후 고기가 전혀 잡히지 않았고, 뱃일을 나갔던 젊은이들이 자주 목숨을 잃었다. 어느 날 총각의 꿈에 죽은 처녀가 나타났다. 처녀의 몸으로 죽은 것이 원통하니 자기의 넋을 서낭당에 모시고 위로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나무로 남근을 깎아 제사를 올리니 모든 것이 예전처럼 풍요로워졌다고 한다. 당목(堂木)인 향나무에 나무를 깎아 만든 남근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어촌 민속 전시관은 동해안 어민들의 생활상과 세계 각국의 성(性) 민속 문화를 한눈에 살필 수 있는 공간이다.

* 별미/곰치국 뱀장어목 곰치과에 속하는 곰치는 얕은 바다의 암초 지대에 주로 서식하는 물고기로, 이빨이 날카롭고 성질이 사납다. 잔가시가 많고 흉측하게 생긴 물고기지만 시원한 국물 맛이 좋아 해장국으로 아주 인기가 있다. 곰치국은 비린 맛이 없으며 육질이 담백하고 연하여 입에서 살살 녹아 내리는 맛이 일품이다. 삼척항엔 만남의 식당(033-574-1645) 등 곰치국을 전문으로 내놓는 식당이 많다. 1인분에 6,000원.

* 교통 왕복 4차선으로 확장된 동해고속도로가 최근 개통돼 수도권에서 3시간 30분쯤이면 삼척에 들어설 수 있다. 영동고속도로 → 동해 고속도로 동해IC → 7번 국도 → 동해 → 삼척. 동서울터미널에서 삼척행 버스가 1일 9회 운행한다. 삼척~장호리 간 시내버스는 30분 간격으로 운행.

* 숙식 삼척, 맹방, 덕산, 궁촌, 용화, 장호, 임원, 월천해수욕장 등 유명 해수욕장을 중심으로 모텔이나 여관 등 숙박시설이 많다. 장호항 근처에서 묵으려면 용화 관광랜드 모텔(033-573-6321), 모텔 민박(033-572-9888) 등의 숙박 시설을 이용하면 된다.




민병준 여행작가 sanmin@empal.com


입력시간 : 2004-12-29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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