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꽂이·신간안내] 고래·한국인과 차 그 사색의 열린 공간 外 고래 / 천명관 지음 물경 4백 페이지를 넘는 장편소설인데도 숨넘어가는 입담을 홀린 듯 따라가게 된다. 지난 해 단편소설 ‘프랭크와 나’로 문학동네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천명관이 올해는 이 작품으로 문학동네소설상을 거머쥐었다. 심사위원들이 공통으로 내놓은 평은 ‘특별하다’는 것. 전통적 소설관을 깨트리며 지금까지 소설의 경계로 여겨지던 지점을 살풋 넘었다. 글에 기대는 것이 문학일 텐데 이 소설은 어째 말로서의 발화에 더 많이 빚지고 있는 느낌이다. 소설의 중심을 지키는 인물은 국밥집 박색 노파와 금복, 금복의 딸 춘희 등 세 명의 여인. 이 셋의 파란만장 인생사가 꼬불꼬불 펼쳐지는 동안 무수한 인물군상들이 등장해서는 저마다 새로운 이야기 가지를 쭉 뻗었다가 다시 중심으로 응집되곤 한다. 이건 마치 장터를 찾은 재담꾼이 죽 둘러앉은 구경꾼들을 놓고 한 판 사설을 늘어놓는 듯하다. 그 입담과 너스레가 워낙 질펀하고 쏟아놓는 얘기의 천태만상이 가히 허풍의 절정이다. 작가가 끌어온 수많은 얘기들은 귀에 낯익은 설화나 전설, 신화의 모티프를 연상시키고 때로는 무협지의 한 토막, 장르영화의 한 장면을 툭 끼워 넣은 듯 천연덕스러운 화법을 구사하여 예의 ‘특별하다’는 평을 수긍하게 만든다. 문학동네 발행. 9,800원.
빌 게이츠와 워렌 버핏 성공을 말하다 / 빌 게이츠, 워렌 버핏 지음. 강한수 옮김 이 책은 두 성공한 기업인이 워싱턴 비즈니스스쿨 학생들과 1시간에 걸쳐 나눈 질문과 대답을 토씨 하나 놓치지 않고 그대로 옮긴 기록이다. 한글 자막을 삽입한 60분짜리 VHS를 책과 함께 패키지로 묶었고 책 말미에는 영문 원본도 고스란히 수록했다. 워렌 버핏은 연륜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유머러스함에 남다른 철학을 실었고 게이츠는 솔직담백하고 재치 넘치는 얘기들을 쏟아놓았다. 대화의 주제는 성공과 혁신, 인생의 역할 모델에 대한 것부터 글로벌 비즈니스나 IT의 미래, 노블리스 오블리주의 실천, 창업 준비생들에게 보내는 조언 등 다양하다. 짧은 대화록이지만 두 사람의 비범한 사고와 속내를 엿보는 데 부족함이 없다. 윌북 발행. 1만2,000원.
한국의 영화학을 만들어라 / 강한섭 지음 저자는 이미 ‘예술영화는 없다’, ‘1,000만 관객 시대 한국 영화 붐은 허상이다’, ‘영상물등급위원회는 존중되어야 할 민주적인 심의 기구다’ 등 문제적 글을 통해 독자적 영화비평 세계를 구축해 왔다. 입장에 따라 그의 글에서 통쾌함과 신선함을 느낄 수도 있고 반감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의 글에는 합리적인 논리가 칼날을 세우고 있고 유쾌한 화법으로 푸는 지적 통찰이 도사리고 있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여러 지면에 발표했던 글들과 한국 영화산업과 정책에 대해 새로 쓴 몇 편의 글을 함께 묶었다. 삼우반 발행. 9,000원.
입력시간 : 2004-12-29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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