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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비평] 가족뮤지컬 <메리 포핀스>
음악과 영상의 절묘한 조화
심술궂은 마법사 이야기, 멋진 춤과 아름다운 색채의 판타지






인간의 가슴속에 근본적으로 내재한 유토피아적 열망의 외적(外的)인 표출을 ‘예술’이라 할 때, 그 숱한 아름다움들 중 음악은 최고의 위치를 차지할 만한 가치를 지닌다. ‘예술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음악의 상태’라는 미학 이론은 바로 그 같은 점을 지적하고 있으리라. 그렇다면 그러한 음악이 영상과 결합되었을 때를 생각해 보자.

이성(理性ㆍ과학)의 산물인 영화가 감정의 산물인 음악이 지닌 힘을 빌려 올 수밖에 없었던 까닭은 그럼으로써 시각적인 충격과 현실감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영화의 전체적인 내용이나 작가의 의도는 영상과 대사만으로 충분히 알 수가 있지만, 관객이 스크린 앞에 앉아 있을 때 그들은 결코 줄거리만을 파악하기 위해 숨 죽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다 과장된, 그러나 정말로 현실처럼 느껴지는 환상과 그에 따르는 야릇한 쾌감을 맛보기 위해 우리는 극장을 찾는다. 또 사실, 눈앞에 펼쳐지는 가상의 현실과 갖가지 소리의 오묘한 결합은 관객의 의식 속에 또 다른 환상을 심어 주게 된다. 작가는 영상을 통해 이미 관객들의 감정을 동일한 상태로 만들어 놓는다.

예를 들어, 이티(E.T.)를 태운 엘리엇의 자전거가 추격대를 따돌리고 하늘로 날아오를 때 극장 안을 가득 메우는 탄성과 박수 소리는, 그들의 감정이 급박한 상황하의 긴장 상태에서 막 풀렸으며 동시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그 감정 상태는 최고조에 이르렀다 서서히 하강되고, 더불어 관객은 다음에 전개될 상황을 기대하게 된다. 이 때 관객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개인의 음악적 취향이란 것은 의미를 가지지 못 한다.

아무리 교향악을 싫어하는 사람일지라도 이 장면에서 터져 나오는 존 윌리엄스의 멋진 교향곡에, 그는 거부감을 일으키지 않는다. 연출자의 음악적 감각은 여기에서 드러난다. 자신이 카메라에 담아낸 영상에 어떤 음악을 곁들이냐에 따라 그가 의도한 바대로 관객의 감정을 몰고 갈 수 있는지의 여부가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것은 중요한 문제이다.

그래서 많은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위해 작곡을 해 줄 음악가를 찾거나 기존의 음악들을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시각과 청각을 통한 상승 효과를 노리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영상과 음악의 절묘한 배치에 성공한 작품들을 우리는 많이 볼 수가 있다.

그런데 관객들은 그러한 조화들에 익숙해 지면서, 그 사이에 일정한 형식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높고 날카로운 바이올린 또는 낮게 깔리는 키보드의 소리는 등장인물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나 긴장된 상황을 나타내고, 부드럽고 느릿한 관현악 곡은 남녀간의 사랑 장면에 쓰이며, 어린이나 밝은 분위기를 나타낼 때는 가벼운 왈츠가 사용된다는 등의 사실을.



가사가 있는 노래의 경우 그 노래 가사는 영화의 해설자 혹은 주인공의 속마음을 전달하거나 앞으로의 상황에 대한 암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같은 정형(定形) 속에서 관객은 ‘부담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으며 화면에 몰입함으로써 거기에 감정을 내맡길 수 있다. 음악과 영상의 결합에서 얻을 수 있는 효과를 극대화하여 관객들에게 쾌감을 선사하는 영화 장르가 있으니 바로 뮤지컬이다.

즐거운 카타르시스
흥겨운 음악과 멋진 춤, 현실의 삶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짜릿하고 유쾌한 로맨스, 그리고 판타지. 뮤지컬 영화가 가지는 매력은 이러한 몇 마디의 말만으로 표현될 수 없는 즐거운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는 데 있다. 1930년대에서 50년대에 이르는 할리우드 영화의 전성기는 곧 뮤지컬의 전성기이기도 하다.

MGM과 워너브라더스 사(社)는 경쟁하듯 대규모 뮤지컬들을 ‘찍어 냈고’ 화려한 율동과 음악은 관객들의 현실 도피에 대한 욕구를 충분히 충족시켜 주었다. 하지만 영상과 음악과 춤의 이상적인 결합을 특징으로 하는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단지 실사 영화에서만 위력을 발휘하는 건 아니다.

이미 1928년, 최초의 유성 애니메이션 ‘증기선 윌리’를 통해 음악과 기막히게 일치되는 캐릭터들의 동작(소위 ‘미키마우싱(Mickey-Mousing)’이라 불리는)을 선보였던 월트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에서 ‘음악과 영상의 탁월한 일치성’은 부드럽고 유연한 동작과 더불어 하나의 중요한 특징으로 자리하게 된다. 대부분의 디즈니 작품들은 확연히 뮤지컬의 형태를 띠고 있지 않은가.

디즈니 애니메이션이 오랜 기간 동안 세계의 수많은 이들로부터 사랑을 받아온 까닭에 음악이 큰 몫을 하고 있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디즈니사의 커다란 장점들이 제대로 녹아 들어 창조된 탁월한 뮤지컬 판타지가 여기 있다. 가장 빼어난 음악들과 가장 멋진 춤과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이야기, 그리고 아름다운 색채로 가득한 뛰어난 작품, 바로 ‘메리 포핀스’이다.

1934년 출간된 P.L. 트래버스의 동화에서 처음 등장한 심술궂은 마법사 메리 포핀스의 이야기는 1964년, 로버트 스티븐슨의 연출과 디즈니 스튜디오의 손을 거치며 ‘모든 부분에서 거의 완벽한’, 그리고 사랑스럽고 쾌활한 캐릭터로 변모하여 이토록 즐겁고 유쾌한 작품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작품에 대한 아이디어는 이 동화에 매료됐던 월트 디즈니의 어린 딸인 다이앤이 아빠에게 영화화를 제안했던 20년 전부터 시작되었다. 하지만 판권 획득이 가능하게 된 건 그보다 훨씬 이후의 일이다.

당시 디즈니는 메리 포핀스의 역할을 맡을 여배우로 당시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마이 페어 레이디’와 ‘카멜롯’으로 재능을 드러내고 있던 줄리 앤드류스를 선택했다. 그녀는 같은 시기에 워너브라더스 사에서 제작을 결정한 ‘마이 페어 레이디’의 주연 후보이기도 했지만 그 자리는 오드리 헵번에게 돌아갔고, ‘메리 포핀스’에서 멋진 노래와 연기를 보여준 줄리 앤드류스는 결국 1965년 개최된 3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 주연상을 거머쥐게 된다(영화는 이외에 편집상, 주제가상, 음악상, 시각 효과상 등 총 5개 부문 수상의 영광을 누렸다).

영화의 시작과 더불어 펼쳐지는 자연스러운 판타지와 동화의 세계는 화면에서 관객의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여기엔 지금 봐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애니메이션과 실사의 결합으로 이루어진, 버트와 펭귄들의 춤 장면(이 놀라운 조화가 아카데미 시각 효과상을 수상한 로버트 저멕키스의 ‘누가 로저 래빗을 모함했나’보다 24년 앞섰다는 것을 생각해 보라!)이라든지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의 ‘A Spoonful Of Sugar’와 함께 전개되는 놀이방 정돈 장면, 그리고 지붕 위에서 펼쳐지는 굴뚝 청소부들의 춤 장면 등 언제 봐도 기분 좋은, 가장 돋보이는 신들이 가득 차 있다.

이 작품이 거둔 가장 멋진 성과는 역시, 디즈니의 단골 작곡가들인 리처드와 로버트 셔먼 형제들의 잊을 수 없는 노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전이 되어버린, 아카데미 주제가상 수상작 ‘Chim Chim Cher-ee’는 물론 흥겨운 ‘A Spoonful Of Sugar’, 한 번 입에 붙으면 좀처럼 떨어지지 않는 재미있는 주문 ‘슈퍼칼리프래자일리스틱엑스피알리도셔스(Supercalifragilisticexpialidocious)’, 그리고 아름다운 ‘Feed The Birds’ 등 알게 모르게 귀에 익은 뛰어난 곡들이 모두 이 영화의 주제곡이라는 사실에 놀라는 이들도 있을 터이다.

‘메리 포핀스’ DVD는 AV적인 측면만을 고려한다면 그다지 끌릴만한 타이틀은 아니다. 하지만 제작된 지 30년이 넘은 영화라는 점을 감안하면 화질은 훌륭한 편이며 5.1 서라운드의 음질 역시 작품의 매력을 충분히 느끼게 해 준다. 이 화려한 색채와 캐릭터들의 유연한 동작, 그리고 멋진 노래들을 감상하는 데에 이만한 환경은 이제껏 없지 않았던가.

부가 영상으로는 백발이 된 딕 반 다이크(굴뚝 청소부 버트와 늙은 은행장의 역할을 했던)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제작 다큐멘터리와 영화의 프리미어 쇼 장면을 담은 ‘Hollywood Goes To A World Premiere’, 그리고 극장 예고편과 퀴즈 게임 등이 수록되어 있다.



김경진 음악평론가 arzachel@seoulrecords.co.kr


입력시간 : 2004-12-29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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