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피어 저녁에 지는 하루살이

[이유미의 우리풀 우리나무] 무궁화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지는 하루살이

또 한 해가 간다. 어떤 풀, 어떤 나무로 한 해를 마무리 할까를 생각해 보다 무궁화가 떠올랐다.

예전엔 ‘애국가’를 부르며 제법 비장한 느낌도 받곤 했었는데, 요즈음 모두 지극한 개인주의로 빠져 나라를 먼저 생각해 보는 이는 드문 것 같다. 언제나 나라를 위한다고 말하시는 분들조차 나라는 핑계이고 눈 앞의 이익만을 좇는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많으니 말이다. 같은 이치로, 무궁화가 우리 꽃이라고 하지만 그냥 말 뿐만이 아니라 이 꽃나무를 잘 알고 있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궁화는 아욱과에 속하는 작은 키 나무이다. 무궁화를 잘 들여 보면 가운데 길게 올라 온 암술대에 작은 수술이 많이 달려 있는 특성이 나타나는데, 이것이 바록 아욱과의 특징이다.

무궁화에 대해 일반인들은 정확히 모르리라 짐작되는 것을 몇 가지 말해 보자. 우선 무궁화꽃은 오래 핀다는 생각이다. 여름이다 싶으면 하나 둘 피기 시작하여 한창을 이루다, 가을까지 이어지니 가히 그런 이름을 받을만도 하다 싶다. 과연 그럴까? 무궁화꽃 한 송이는 한 번 꽃을 피면 얼마나 오래 갈까?

재미있게도 한 송이의 수명은 하루이다. 아침에 꽃을 피워 저녁에는 꽃잎을 말아 닫고는 져버리고 다음날 아침이 오면 다른 꽃송이가 피어 지기를 수없이 반복하는 것이다. ‘피고 지고 또 피어 무궁화라네’라는 노래말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하긴 요즈음엔 무궁화 꽃 한송이의 수명이 며칠인 품종도 개량되어 있긴 하다.

다음으로, 여전히 논란이 많은 자생지 문제다. 무궁화의 학명은 히비스커스 시리아쿠스(hibiscus syriacus), 이집트의 아름다운 신 ‘히비스’를 닮은 꽃으로 중동의 시리아 지방을 원산지로 한다. 우리나라 꽃인데도 불구하고 세계가 공인하는 학명이 먼 나라의 것이니, 못내 섭섭하다. 그러나 문헌을 찾아 보면 이 지역에서는 무궁화를 찾아 볼 수 없으며 인도 북부와 중국의 북부지방에 걸쳐 자란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도 무궁화의 자생지가 발견된 곳은 한곳도 없다. 그러나 중국의 지리와 풍속을 기록한 고전 ‘산해경’을 보면 북방에 있는 군자의 나라는 사람들이 사양하기를 좋아하고 다투기를 피하며 겸허하고 그 땅에는 아침에 피어 저녁에 지는 꽃이 피어 있다고 언급되어 있는데, 이를 무궁화로 해석한다.

우리나라의 가장 오래 된 기록은 신라시대의 것으로써 신라를 근화향(槿花鄕) 즉 무궁화의 고장이라고 표현하고 있다고 하지만, 한자에 대한 해석 여부로 인해 논란은 계속된다. 애석하게도 자생지가 나타나지 않은 한, 이 문제는 우리꽃의 약점으로 자리하고 있다.

무궁화는 키우기에 지저분하다는 인식이 있다. 하지만 이것은 정말 잘못된 것이다. 일제 치하에서 무궁화를 특별히 나라꽃이라고 법적으로 제정한 바는 없지만, 모든 국민은 그렇게 믿었고 나라가 어려움을 당하면서 무궁화는 민족의 가슴에 상징처럼 자리잡게 된 것이다.

이 때부터 일제는 학교나 관공서에 있는 무궁화를 뽑아 불태우거나 화장실을 가리는 울타리로 이용해 버리는 등 하대를 시작하였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눈병이 난다느니 부스럼이 난다느니 하며 헛소문을 퍼트리기 시작하였는데, 무지한 백성들이 이를 미신처럼 믿어 일제를 돕는 결과가 되기도 하였다. 무궁화에 벌레가 있다고 멀리하면서 그보다 훨씬 많은 진디물이 있는 장미는 가까이 하는 것을 보면 이는 정말 잘못이다 싶다.

무궁화는 품종도 많이 개발되어 있다. 색깔도 모양도 다양하다. 그런데 이 수 백가지 품종이 모두 나라꽃일까?

이런 혼란을 바로 잡으려고 나라에서는 나라꽃이 될 수 있는 기본적인 유형을 정해 두었다. 즉, 단조로우면서도 조용하고 순수하고 깨끗하며 아름다워야 하므로 기본형은 홑꽃으로 하되, 적단심 즉 안쪽은 붉고 꽃잎의 끝쪽 대부분은 연분홍색이면서 희석된 자줏빛이 섞여야 한다는 것이다.

중심부의 붉은 색은 정열과 사랑을 나타내고 이것이 불꽃 모양처럼 꽃잎따라 퍼져 나가는 것은 발전과 번영의 상징이고 분홍의 꽃잎은 순수와 정결, 그리고 단일을 뜻한다고 한다.

우리 꽃에 대한 논란일랑 접어 두자. 좋은 점을 되살리고 아끼며 마음을 합하여, 이름처럼 무궁한 나라의 발전을 위해 마음을 합칠 때가 아닌가 싶다.

입력시간 : 2004-12-29 16:34


주간한국